극빈층 의료혜택 끝내 줄이는, 한심한 정부
보건복지부가 결국 7월1일부터 극빈자에게도 병원 진료비를 받기로 했다고 한다. 의료계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비판했고 국가인권위원회까지 문제를 지적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정부는 반대 목소리에 아랑곳않고 빈민들의 건강을 위협해 가며 예산을 아끼는 쪽을 선택했다. 사회 양극화와 저소득층의 빈곤화가 점점 깊어지고 있음을 모르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다른 정부 부처도 아니고 ‘복지’를 내세우는 부처가 주도해 일을 벌였다.
정부는 의료보험료를 부담할 능력이 없는 이들을 위해 ‘의료급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대상자는 둘로 나뉘는데 그동안 1종 수급권자는 의료비를 전혀 부담하지 않았고, 2종 수급권자는 일부를 본인이 부담했다. 정부는 전체 비용이 늘어나고 있다는 이유로 1종 수급권자에게도 외래 진료비를 부담시키기로 한 것이다. 이들 1종 수급권자는 이 나라에서 가장 가난한 이들로서 복지부 통계로는 2006년 현재 65만5천명이다.
7월부터 1종 수급권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동네 의원에 갈 때 1000원, 약국에서 약을 받을 때 500원이다. 큰 병원에 가면 부담금이 더 늘어난다. 또 입원하지 않은 상태에서 컴퓨터 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를 이용하면 비용의 5%를 부담해야 한다. 고급 의료장비는 ‘그림의 떡’이 되는 셈이다. 월 6000원의 건강생활 유지비를 지원하고 부담금 상한제를 도입하기는 했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비용 부담도 극빈자로서는 감당하기 어렵다.
가난할수록 병이 많이 생긴다. 똑같은 치료를 받아도 잘 낫지 않는다. 주거 환경이나 영양 상태가 나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료급여 대상자들은 더 자주 병원에 가기 마련이지만, 적지 않은 병원들은 이들을 기피해 왔다. 진료비 지급이 늦거나 지급방식이 복잡한 탓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의료급여 환자를 한 명도 진료하지 않는 의료기관이 전체의 30%를 넘는다는 연구 결과도 몇 해 전에 나온 바 있다.
상황이 이런데 진료비 부담까지 생기면, 그 결과가 어떨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면서도 극빈층의 의료혜택을 줄여야 할 만큼 한국이 쪼들리는 나라인가? 이제라도 정부는 정책을 바꿔야 한다. 잘못된 의료 정책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기사등록 : 2007-06-28 오후 06:16:09 기사수정 : 2007-06-28 오후 07: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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