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한-미, FTA 합의문 공식 서명, 미 민주당 하원 지도부 반대, 자동차·쇠고기 핵심쟁점 급부상

한-미, FTA 합의문 공식 서명
미 민주당 하원 지도부 반대…의회 비준동의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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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이 30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합의문에 공식 서명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각)부터 미 의회 캐넌빌딩에서 한미 FTA 서명식을 갖고 작년 2월부터 17개월간 진행돼온 양국 정부간 협상을 마무리했다.

FTA 합의문이 서명됨에 따라 양국은 FTA 발효를 위해 양국 의회에서 비준동의를 받기 위한 절차에 본격 착수하게 된다.

하지만 미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 하원 지도부가 29일 “현재 체결된 대로는 한미 FTA를 지지할 수 없다”며 반대입장을 표명하는 등 양국 정치권에서 한미 FTA 체결에 대한 반대의견도 제기되고 있어 최종 의회 비준동의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한국이 올 연말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되고, 미국은 내년 11월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는 등 의회 비준동의 과정이 양국의 중대한 정치일정과 맞물려 있어 한미 FTA 비준동의 문제가 정치쟁점화되면서 찬반 양론이 격화되는 것은 물론 비준동의가 상당 정도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서명식에서 카를로스 구티에레즈 미 상무장관은 “한미 FTA는 미국이 지난 15년간 체결한 무역협정 가운데 상업적으로 가장 의미있는 협정”이라면서 “미 행정부는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의회가 이번 한미 FTA로 인한 미국의 이득에 대해 확신토록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슈워브 USTR 대표는 한미 FTA가 미 의회가 대통령에게 부여한 무역촉진권한(TPA) 시한내에 체결된 마지막 FTA임을 언급하면서 “역사적인 한미 FTA에 서명하는 오늘은 한미 두나라는 물론 세계 무역에 있어서 위대한 날”이라면서 “한미관계에 중요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고 평가했다.

김현종 본부장도 “한미 FTA는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있는 한미 양국에게 동일하게 이득이 될 것”이라면서 “한국에겐 한국경제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업그레이드 시킬 황금기회를 제공하고 한국 제품들의 미국 시장 접근을 확대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양국은 10개월간의 협상끝에 지난 4월 2일 양국 FTA 협상을 타결했으나 미 행정부와 의회가 노동.환경 등의 요건을 강화하는 신통상정책을 채택한 뒤 미국측이 한미 FTA에 이를 반영할 것을 요구, 양국은 지난 22일부터 27일까지 두 차례 추가협상을 갖는 등 우여곡절 끝에 최종 합의했다.

한미 FTA가 양국 의회 비준동의를 거쳐 공식 발효될 경우 한국은 중국.일본.아세안을 합친 것보다 큰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한층 높일 수 있게 되고 소비자들은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미국산 상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되는 등 개방화 시대의 새 장을 열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또 국가신인도도 올라가고 안보리스크가 줄어들면서 국내기업들의 자본조달 비용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시장개방으로 인해 쇠고기를 비롯해 일부 농업분야의 부분적 타격이 불가피하고, 방송.통신을 제외하면 의료.교육 등 서비스시장은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으며 비관세장벽.원산지규정 등도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재홍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 (워싱턴=연합뉴스)

[한미FTA 서명] 자동차·쇠고기 핵심쟁점 급부상
민주당 한미FTA 반대성명 찬물..힐러리 반대입장 고수

한미FTA 운명, 미 대선구도따라 큰 영향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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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양국이 30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합의문에 공식 서명, 의회 비준 절차에 돌입함에 따라 미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자동차와 쇠고기시장 개방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문제 등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민주당 지도부가 서명식 하루전날 “현재 조건하에서는 한국과 콜롬비아와의 FTA 체결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찬물을 끼얹는 강력한 반대성명을 발표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은 성명에서 “한국과 미국은 FTA 서명을 하지만 불행하게도 기존에 논의된 한미 FTA는 기회를 상실했다”면서 “이 협정은 한국시장에 대한 미국 제조업체들의 진입을 지속적으로 가로막고 있는 비관세 장벽 문제를 효과적인 방식으로 해결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작년에 한국은 70만 대를 수출한 데 비해 미국은 5천 대도 수출하지 못한 자동차 부문에서 특히 그렇다”고 강조, 자동차 문제를 집중 부각시킴으로써 의회 비준에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했다.

더욱이 미국 농민단체와 자동차업계는 한미 FTA 공식 서명식을 계기로 시장 개방 폭과 기간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출, 의회를 상대로 전방위 압력과 로비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해 파장이 예상된다.

현재 포드 자동차가 한미 FTA에 가장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고, 최대 자동차업체인 제너럴 모터스는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워싱턴의 고위소식통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민주당의 유력한 대권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의원 등 민주당 지도부가 부시 행정부 무역정책의 오류를 미 자동차산업에서 찾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면서 “민주당과 부시 행정부가 어떤 타협을 이루는가에 따라 또다시 추가협상을 벌어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미 의회는 한미 양국이 협정문을 서명하면 60일 이내에 행정부로부터 국내법 개정사항을 보고받으며, 국제무역위원회는 대통령과 의회에 FTA로 인한 파급효과를 서명 90일(9월 30일) 이내에 보고해야 한다.

미 의회는 그후 부시 행정부와 협의, 협정문과 법안 개정안을 패키지로 수정하며, 부시 대통령은 협의가 진행되는 중간에 언제든 최종안을 의회에 상정할 수 있으나 협정문 등이 의회 상하원에 상정된 후에는 45일내 비준 동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다만 의회에 상정된 후에는 법안 수정이 불가능하며 비준 동의 여부는 찬반으로 결정된다.

앞서 힐러리 상원의원은 지난 9일 미 최대 노조연합체인 AFL-CIO 주최로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 “한미 FTA가 비준되면 무엇보다 미국 자동차 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비준반대 입장을 공개 표명했다.

이에 따라 한국 업체의 미국 현지 생산체제가 완료되는 2009년부터는 관세인하가 수출 증대에 미치는 효과는 거의 없는 반면, 미국산 자동차의 국내시장 잠식은 급속히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한국업체들의 고전이 예상된다.

또 FTA 협상 대상은 아니나 한국의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 문제가 비준 과정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특히 미 축산업의 중심지인 몬태나, 오리건, 콜로라도, 네브래스카주 등 이른바 ‘쇠고기벨트’ 출신 의원들이 상원의원 100명 가운데 40-50명이나 차지하고 있어 쇠고기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FTA 비준 동의과정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맥스 보커스(몬태나) 상원 재정위원장이 수차례 “쇠고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FTA를 상원 재정위원회에서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 비준절차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무역현안을 쟁점으로 부각시켜 큰 재미를 봤고, 무엇보다 내년 대선구도를 유리하게 끌고 나가기 위해 한미 FTA 비준문제를 이슈로 삼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결국 한미 FTA 협정 발효는 2009년이 돼야 가능할 것으로 관측했다.

조복래 김재홍 특파원 cbr@yna.co.kr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