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거농성 대치’ 이랜드계열 12개 매장 영업중단(종합)
민노총 “비정규직 해고철회 안하면 9일 불매운동”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김병규 기자 = 뉴코아와 홈에버 등 이랜드의 비정규직 근로자 해고에 항의하는 민주노총 조합원 등의 점거 농성과 이에 대응한 사측의 매장봉쇄 조치로 8일 이랜드 계열 대형마트 12곳의 영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경찰과 민주노총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40분부터 뉴코아 노조원과 민주노동당 송파구위원회 당원 등 200여명이 서울 서초구 잠원동 뉴코아ㆍ킴스클럽 강남점을 점거해 집회와 농성을 벌였다.
오전 9시께부터 개별적으로 매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한 이들은 지하 1층 식품매장과 지상1층 잡화매장 제품 진열대, 계산대를 노끈, 플래카드, 쇼핑카트 등으로 막고 이랜드그룹의 비정규직 해고 등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또 `오늘은 영업을 하지 않습니다’ `뉴코아 불매의 날’ `교회헌금 130억원 내고 비정규직 해고하는 이랜드그룹 규탄한다’ 등 내용이 적힌 플래카드를 매장 곳곳에 내걸었다.
이들은 “사측과 6일, 7일 두 차례에 걸쳐 교섭을 벌였지만 선(先)점거해제와 교섭불가 방침만을 사측으로부터 통보받았다”며 “사측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대량해고를 철회하고 문제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점거투쟁과 제품 불매운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랜드측과 경찰은 개장 이전부터 `노조의 불법 영업방해로 인해 출입을 통제합니다’라는 안내문을 게시하고 선별적으로 고객들을 통과시키는 방식으로 노조원들의 매장 진입을 막으려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뉴코아 강남점을 비롯해 9일째 농성이 계속되고 있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점, 홈에버 시흥, 면목, 중계점이 점거농성 우려로 문을 닫는 등 서울 지역 대형마트 5곳의 영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또 안양 평촌 NC백화점, 뉴코아 일산점, 야탑점, 인천점, 순천점, 울산점, 부천중동점 등 서울 이외 지역 매장 7곳에서도 조합원들의 점거농성 또는 이를 우려한 사측의 매장 봉쇄ㆍ영업중단 조치로 정상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점거농성 투쟁을 계획했던 대형마트 12곳 중 4곳에서 사측이 셔터를 내렸고 나머지 8곳은 조합원들이 점거를 완료하는 등 투쟁 장소 12곳 모두에서 정상 영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사측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9일부터 불매운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노조측은 이날 오후 10시께 장기 농성중인 홈에버 월드컵점과 뉴코아 강남점 등을 제외한 곳의 농성을 푼 뒤 9일부터 민주노총과 함께 이랜드그룹 제품 불매운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산하 노조에 포스터를 배포하고 홈페이지에 배너를 다는 한편 선전지 배포와 1인 시위 등을 통해 이랜드 그룹이 운영하는 5개 유통업체 체인과 55개 의류 브랜드, 호텔과 레스토랑 6곳에 대해 강도 높은 불매운동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이들 대형마트 주변에 전경 부대 50개 중대를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아직 별다른 충돌은 빚어지지 않고 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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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이랜드 일반노조 대국민 호소문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호소드립니다”
▲ 홈에버 상암점을 9일째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랜드일반노조 조합원들.ⓒ프레시안
힘겹게 파업투쟁하고 있는 이랜드노동자들이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호소드립니다.
우선 4월에 속절없이 해고된 500여명이 넘는 이랜드그룹 근무 용역노동자분들과 지금도 ‘비정규직 보호법’ 때문에 해고되고 있는 전국의 수많은 계약직 노동자분들께 함께 투쟁해서 막아내지 못한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마침내 오늘 7월 8일(일) 민주노총이 선언했던 ‘이랜드그룹 점포 매출 0 투쟁’이 시작됩니다.
이 투쟁은 130억 십일조를 교회 헌금하면서도 월급 80여만원밖에 못 받는 800여명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을 가차없이 자르는, ‘골리앗’ 거대 유통자본 이랜드그룹 박성수 회장에 대한 ‘다윗’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입니다.
이 투쟁은 앉은 자리에서 주식배당금으로만 82억을 벌고도
노동자들의 임금은 사정없이 동결하는, 자린고비 이랜드그룹 박성수 회장에 대한 피울음 섞인 항의입니다.
이 투쟁은 어제까지 걱정없이 웃으며 함께 일하다가 그 빌어먹을 ‘비정규직 보호법’ 때문에 영문도 모른 채 눈물 떨구며 떠나간 동료들을 다시 찾아오는 투쟁입니다.
이 투쟁은 OECD 국가들 중 자살 증가율 1위, 출산율 꼴찌의 조국, 노동자에게 재앙인 나라 대한민국에서 유통서비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살려달라!”고 절절한 목소리로 외치는 투쟁입니다.
정규직은 그림의 떡인 세상, 비정규직 차별로 가슴에 피멍이 들어도 참아야 하는 세상을 더 이상 자식들에겐 물려주지 않겠다고 작정한 못나고 평범한 엄마 아빠들의 투쟁입니다.
이 투쟁은 무엇보다 길게 줄 서서 기다리는 고객들 때문에 화장실조차 제 때 못 가면서 퉁퉁 부은 발을 주무르며 자정 너머까지 일하고 그 꼭두새벽에도 귀가하면 집안일까지 해 왔던 유통서비스 여성 노동자들의 인간 선언입니다.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어린 미소로 고객을 맞고 싶습니다”
저희들은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어린 미소로 고객을 맞고 싶습니다. 저희들도 퇴근하고 쇼핑 가면 시민이고 소비자입니다. 근심 없이 활짝 웃으며 고객들을 맞고 싶은 마음 정말 간절합니다.
그런데 저희들은 지금 웃을 수가 없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최소한 1000명 이상 잘려나간 동료들을 보면서 저희들은 웃음을 잃어버렸습니다.
”소중한 월급 80여만원을 일한 만큼 올려달라!”
”2년 이상 일했으면 법대로 정규직화해 달라!”
”부당하게 해고된 동료들을 복직시켜라!”
”더 이상 함부로 자르지 마라!”
”강제로 용역이나 파견으로 전환하지 말라!”
”폭력적인 인사이동을 즉각 중단하라”
”비인간적인 모니터링을 철폐하라!”
저희들의 소박한 요구에 회사는 임금동결로 답했습니다. 아예 대량해고로 소중한 저희 동료들을 잘라버렸습니다. 교회 장로가 회장인 이랜드그룹에서 교회 집사가 부당해고 되는 웃지 못 할 일도 생겼습니다.
”막강한 힘을 가진 회사는 막무가내였고 우리는 더 이상 기댈 곳도 없었습니다”
▲ 이들은 대부분 “투쟁”이라는 말도 몰랐던 평범한 여성 노동자들이다. 8일 벌어진 민주노총의 이랜드 매장 점거 투쟁에서 수첩을 꺼내들고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는 한 조합원.ⓒ프레시안
막강한 힘을 가진 회사는 막무가내였고 우리 노동자들을 위한다는 정부도 알고 보니 우리 편이 아니었습니다. 더 이상 기댈 곳도 없었습니다.
저희들도 인간이기에 도저히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점거농성은 특히 저희 주부 조합원들에게는 마지막 방법이었습니다. 떨리는 심정으로 1박2일 농성하면 회사가 좀 달라지겠지 기대하고 들어온 농성이었습니다. 이렇게 길어질 거라고 예상치 못한 농성이었습니다.
결국 조합원들 모두가 분노하면서 회사가 합당한 안을 가지고 나오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고 결의하면서
장기농성으로 상황이 일변했습니다.
여론이 들끓고 저희들의 결의도 점점 높아져가자 그제서야 그렇게 오만하던 회사도 조금 움직였습니다. 교섭을 하자고 합니다. 그런데 또 동결이랍니다. “노조가 임금동결에 사인할 때까지 교섭하겠다”고 비아냥댑니다.
저희는 하루 하루 피말리면서 피같은 일당(하루 임금)을 날리는 투쟁을 하고 있는데 집에도 못 들어가고 작심하고 농성을 하고 있는데, 호의호식하고 있는 박성수 회장과 경영진은 팔짱을 끼고 “해 볼 테면 해 봐라”며 마지막 남은 저희들의 자존심마저 무너뜨렸습니다.
솔직히 저희 파업 조합원들 모두 이제 ‘이랜드’라고 하면 신물납니다. 이랜드로 인수되기 전 까르푸, 뉴코아에서 근무할 때만 해도 최소한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사람을 자르는 일은 없었습니다.
’기독경영’이라기에 믿었습니다. ‘윤리경영’으로 유명한 회사라 믿었습니다. “인수합병 후 100% 고용안정하겠다”고 언론을 통해 공식적으로 대서특필한 회사이기에 정말로 믿었습니다.
지금 저희들의 심정은 무참합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이렇게 아프게 찍히다니요.
마지막 방법은 같은 노동자들에게 호소하는 것 외엔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이 나섰습니다. 저희는 민주노총이 너무 고맙습니다.
오늘 저희들은 철저하게 비폭력, 평화 기조를 유지할 겁니다. 경찰과 구사대, 설사 용역깡패가 저희들을 자극하더라도 참을 겁니다. 차라리 맞을 겁니다.
갖은 차별과 설움을 지금까지 참아왔고 이렇게 예상조차 못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회사가 도발해서 만들어내는 몸싸움으로 일을 그르치고 싶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국민 여러분, 지지해 주십시오”
국민 여러분, 저희 투쟁을 지지해 주십시오. 오늘 하루만큼은 인근의 홈에버, 뉴코아, 2001, 아울렛을 이용하지 말아 주십시오. 거대한 자본에 맞서 너무 힘겹게 투쟁하는 저희들에게 힘을 주십시오. 혹 홈에버나 뉴코아를 찾아오신다면 투쟁하는 저희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말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너무나 심각하게 확산되고 심화된 비정규직 문제 이제 국민 모두가 나서서 바꿔야 합니다.
저희들 그저 억울해서 시작한 이 투쟁 여기서 그칠 수 없습니다.
도와주십시오! 무릎꿇고 호소드립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더 이상 고용불안과 차별에 신음하지 않고 웃으며 고객들을 맞을 수 있도록 오늘 하루 민주노총의 홈에버, 뉴코아 ‘매출 0 투쟁’을 적극 지지해 주십시오.
저희들 이 투쟁 반드시 승리하고 기쁘게 활짝 웃으며 국민 여러분들과 반갑게 인사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2007. 7.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