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저지운동 통해 환경.생명 다시보기 시작해야”
[한국사회포럼] ‘FTA와 기업세계화로 인한 새로운 건강위협’
조태근 기자
”안전 이슈라든지, 환경.생명 관련 이슈가 이처럼 사회화 된 적이 없었다. 갑자기 시작된 한미FTA가 관심을 갖게 만든 것이다.”-박상표 편집국장
”한미FTA반대운동이 부문별 운동을 넘어 환경.생명에 대해 다시 보기를 시작하게 만들었다. 우리의 사회적 가치체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이강택 KBS PD
한미FTA협상의 4대 선결조건의 하나로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재개를 약속했다. 광우병 감염 우려가 있는 뼈 있는 쇠고기를 수입하느냐를 두고 아직까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미국 의회의 한미FTA 비준을 위해 현재 진행중인 위생조건 협상에서 30개월 미만의 뼈 있는 쇠고기까지 수입을 허용할 분위기다.
광우병 쇠고기, 의약분야, LMO내준 한미FTA
△이강택 PD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의약분야에서 미국이 우리의 건강보험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 도입을 재검토 할 것을 요구한 것도 4대 선결조건의 하나였다. 정부는 의약분야에서 국민들에게 싼값에 약을 공급하려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한미FTA로 무력화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시민단체에서는 독립적이의제기기구 등을 통해 미국 제약사들이 충분히 압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유전자변형생물체(LMO)의 수입허용을 두고도 정부가 미국의 섬유시장 개방 확대와 LMO를 맞바꿔 사실상 LMO에 대한 국내 환경위해성 평가가 봉쇄됐으며, 표시제 등 LMO 관련 규정이 완화되는 독소 조항에 합의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물론 정부는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LMO식품 수입에 대해 미국에)별도의 특혜나 예외를 부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7일 덕성여자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사회포럼 두번째 날 ‘FTA와 기업세계화로 인한 새로운 건강위협 그리고 우리의 대안’이라는 긴 제목의 토론회는 미국이 이처럼 한미FTA에서 쇠고기, 제약, LMO 분야에 관심을 갖는 이유에는 미국 기업들의 사활적 이해관계가 놓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지난 4일 방송된 KBS환경스페셜 ‘위험한 연금술, 유전자조작식품’을 통해 유전자조작식품(GMO)의 위험성을 환기시킨 이강택 한국방송(KBS) PD는 미국 거대 농식품복합체(Agrifood) 몬산토가 이미 한국의 종자시장을 점령한 현실을 개탄했다.
”이미 IMF이후 국내 3대 종자회사 몬산토로 넘어가”
”몬산토라는 회사, 잘 아시겠지만 이 회사는 생각보다 엄청 크다. 전세계에 자회사가 320개인데, 거의 거미줄처럼 다 뻗어 있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지금 거의 대륙별, 거점별로 신흥시장에 현지에 맞는 연구개발 센터도 갖고있다. 우리나라에도 IMF직후에 3대 종자업체가 다 넘어갔다”
이 PD는 우리 종자회사를 몬산토가 전부 사들임으로써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종자회사가 먹힌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농업에 있어서 근본 생산요소인 종자가 먹혔다는 것이다. 과거 농업에서는 농민들이 씨를 뿌리고 종자를 걷었는데 더 이상 이런 것이 안된다. 농민들이 끝없이 유전자조작 종자를 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전자조작식품은 왜 나오게 된 것일까.
”유전자혁명, 녹색혁명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그런가. 이 기술은 기본적으로 과거의 종자개량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과거 수퍼 옥수수를 ‘개발’한 김순권 박사처럼 옥수수 종자교배를 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인력이 많이 든다. 또한 같은 종내에서 우수한 것을 개발해야 하니까 자본의 입장에서는 매우 깝깝한 것이다. 그래서 거대 농식품 기업들은 종의 경계를 넘어 결부시킨다. 상상력을 동원하는 것이다. 겉으로는 물론 식량증산, 종자개량을 내세우고 있다”
농식품 복합기업이 LMO를 개발하는 이유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편집국장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이 PD는 그러나 이같은 농식품복합기업의 주장은 한마디로 ‘거짓말’이라고 단언했다.
”이들이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Round up Ready’(RR: 몬산토가 개발한 모든 것을 다 죽이는 농약에도 살아남는 종자)라는 종자를 개발했는데 이들의 하는 것의 80%는 제초제 장사라서 여기에도 살아남는 종자를 만든 것이다. 또 하나는 해충박멸 장사인데 RR을 재배하면 제초제를 마음대로 써도 되니까 자기 회사의 제초제가 많이 팔리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가뭄에 견디는 종자는 개발하지 않는다. 제초제 파는 것보다 이윤이 안 남기 때문이다.”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편집국장은 이같은 미국 거대 농식품복합기업의 현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박 국장에 따르면 대표적인 미국의 농식품 복합기업인 카길은 2005년 매출 752억달러에 순익은 15억 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그나마 카길이 개인기업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실제는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FTA되건 안 되건 간에 우리가 싸울 대상은 농식품기업”
쇠고기로만 보면 타이슨푸드(264억달러), 카길(130억달러)를 비롯한 상위 4개 농식품 복합기업의 시장점유율은 미국 쇠고기 시장의 81%를 점하고 있으며, 농산물에서도 이들은 “생산에서 소비까지 장악”하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카길과 몬산토는 98년 10월 합작벤처외사를 만들어 유전자조작식품을 개발했으며 비료는 카길이, 종자는 몬산토가, 농약은 농화학기업인 듀퐁이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또 합작회사를 만들어 브라질 등 남미의 농민들로부터 곡물을 구입해 수출하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이미 한국에도 침투해 있다. 카길은 한국 곡물수입의 60%를 점하고 있으며 국내법인으로 86년에 ‘카길 코리아’를 설립한 데 이어 ‘퓨리나 코리아’, ‘카길 트레이딩 리미티드’, ‘카길 파이낸셜 서비스’를 비롯해 쇠고기 수출 자회사인 ‘엑셀 코리아’도 한국에 진출해 있다. 박 국장은 카길에 대해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것 모두를 생산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민중의소리 자료사진
그는 “한미FTA가 무산이 되건, 체결되건 간에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초국적 농식품 복합기업들”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서 강연에 나선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미국 제약회사들이 특허약품으로 막대한 이윤을 남기도 있으면서도 개발도상국의 약가통제정책을 무력화 시켜 더 많은 이윤을 얻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제약회사들이 돈을 버는 방법은 세계무역기구(WTO) 지적재산권 협정을 통해 지재권을 강화하고 각국의 약가정책을 무력화시킴으로써 자기들의 약을 비싼 값에 파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최근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지에서 11%내지는 18%의 매출 성장률에 주목하면서 이들 지역의 약가통제정책을 무력화 시켜 더 팔자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거대제약회사들, 개도국 약가정책무력화로 이윤추구
우 실장은 이들 거대 제약사들이 ‘혁신적 신약’개발비용 때문에 비싼 약값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데 8천억이 든다고 그들은 주장하고 있는데 이 수치는 세금면제액을 빼고 투자금액을 기회비용으로 계산하고, 실패약품에 대한 투자금액과 마케팅 비용까지 포함한 수치다. 실제 연구개발 비용은 10%에 불과하고 마케팅 비용이 35%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통계를 보면 약에 쓰는 마케팅 비용이 펩시콜라나 버드와이저 광고보다 많다고 하는데 이게 말이 되나. 설사 신약개발에 8천억이 쓰인다 해도 실제 거대 제약회사들이 신약 연구개발에 쓰는 비용은 현저히 낮다”
이같은 제약회사의 막대한 이윤추구의 결과 후진국 국민들 수천만명이 돈이 없어 희생되고 있다고 우 실장은 지적했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연 400조원의 이익을 보고 있는데 치료가능한 사망자의 통계를 보면 2005년에만 연1천 4백만명이다. 이중 에이즈가 연300만, 말라리아 연200만, 결핵 연100만명, 이밖에도 설사, 홍역 등으로 죽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아프리카에서 특허 에이즈약 비용은 월 140만원이다. 이건 이 사람들더러 그냥 죽으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한편 연사들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한미FTA저지운동을 통해 환경, 생명에 대한 ‘다시보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FTA반대운동, 환경.생명 다시보기 시작해야”
박상표 국장은 안전 이슈나 환경.생명 관련 이슈가 이처럼 사회화 된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시작된 한미FTA가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며 “그동안 우리는 먹고 사는데 급급했기 때문에 양 많이 주는 것이 제일이라고 봤는데 이런 점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강택 PD는 “미국,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 유전자조작 반대운동은 아직 시작도 안했다”고 진단하고, “비상한 결단이 요구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미FTA반대운동이 부문별 운동을 넘어 환경.생명에 대해 다시 보기를 시작하게 만든 것이라고 본다”며 “우리의 사회적 가치체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최소한 다시 생각해 보는 문앞에는 서야 하지 않겠나 싶다”고 지적했다.
2007년07월08일 ⓒ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