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산업 육성 계획’ 사유화 논란
정부 “차세대 국가 전략산업”…시민사회단체 “거대자본 독점, 서민 고통 불러”
정부가 지난 16일 경제정책 조정회의에서 확정 발표한 ‘물 산업 육성 5개년 세부추진계획’에 논란이 일고 있다.
‘물 산업 육성 5개년 세부추진계획’은 160여 개로 나뉘어 있는 전국의 상하수도 사업을 30곳 이내로 광역화하고, 국영인 사업자 지위를 민간기업에도 개방하는 민영화가 핵심이다. 서울경제 매일경제 머니투데이 등 17일자 경제신문들은 정부 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머니투데이 7월17일자 4면
“‘블루골드’(Blue Gold)로 불리는 물 산업이 차세대 국가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된다”며 “정부 구상대로라면 2015년에는 국내 물 산업 규모가 20조원으로 확대되고, 세계 10위권 기업이 2개 이상 나오게 된다”(머니투데이)는 것이다. 현재 국내기업으로는 코오롱그룹과 삼성엔지니어링, 한화건설이 물 산업에 뛰어든 상태다.
이번 계획과 관련해 이규용 환경부 차관은 “상하수도 사업자의 민영화·광역화가 세계적 추세”라고 말했지만,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이를 반박하고 있다. 한겨레는 17일자 사설 <상수도 민영화, 안 된다>에서 “겉만 물 산업 육성이지 내용은 상수도 민영화 혹은 물의 사유화”라며 “만병통치약으로 통하는 경쟁력과 효율성을 앞세워 시민사회의 반대와 우려를 돌파하자는 속셈”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아울러 “물은 자연재이자 공공재다. 공기를 사유화할 수 없는 것처럼 물도 사유화해선 안 된다”며 “경쟁력도 좋고, 시장 확대도 좋다. 그러나 생명의 근원이자 국민의 재산인 물을 자본에 넘겨 상품으로 팔아먹도록 할 순 없다”고 주장했다. 1990년대 재정 부족으로 초국적 기업에 상수도 사업을 맡겼던 제3세계 나라들이 물값 상승과 수질 저하, 관계자의 고용 불안 등으로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 경향신문 2006년 3월21일자 14면
실제로 지난해 물 사유화 저지 및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행동 조사에 따르면, 우루과이는 수도요금이 10배 이상 올랐고 남아공은 3년 동안 600%의 요금이 인상됐다. 프랑스도 150% 가량이 올랐으나 수질은 더욱 나빠졌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7600여명 중 4000여 명이 명예퇴직을 당했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역시 1000여명의 노동자가 정리해고 당했다. 베네수엘라, 가나, 방글라데시 등에서는 다시 국가나 지자체에서 물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경향신문도 지난해 3월21일자 기사 <거대자본 물 독점…수십 억 명 ‘타는 목마름’>에서 “이 세상은 이제 ‘물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뉘고 있다. 이런 대립 속에서 피해자는 여전히 힘없고 돈 없는 약자들”이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다국적 생수회사의 물 독점과 상수도민영화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난 멕시코시티 ‘제4차 세계 물포럼(WWF)’ 현장을 전했다. 국내 22개 시민사회단체들도 지난해 물 사유화 저지 및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행동을 꾸리며 상수도 민영화에 맞서고 있다.
수돗물시민회의 백명수 국장은 17일 “‘물 산업 육성 5개년 세부추진계획’은 말이 좋아 ‘물 산업 육성’이지 선도기업 몇 개 육성하려고 국유 재산을 다 넘겨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굉장히 심각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백 국장은 “세부추진계획을 발표하기 전에 나온 용역보고서에는 민영화보다 선도기업 육성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정부가 민영화를 확실히 밝힌 만큼 입법저지 등 전면전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