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논평 : 노무현 대통령은 ‘즉각 철군’ 표명하라

[논평] 노무현 대통령은 ‘즉각 철군’ 표명하라
김선일 씨, 윤장호 씨의 죽음을 벌써 잊었는가
참세상  / 2007년07월21일 10시59분

탈레반의 카리 유수프 아마디 대변인이 20일 AP통신에 오늘(21일)까지 한국군이 철수하지 않으면 인질을 모두 살해하겠다고 밝혔다. 아마디 대변인은 한국인 여성 15명과 남성 3명(정부파악 21명)을 억류하고 있으며, 이들의 신분과 아프간에서의 활동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고 한다. 또한 19일에는 독일인 2명도 피랍, 독일군 3천 명 철군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9.11 사태 이후 미국의 아프간 침공과 탈레반 세력 축출은 한 때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라크 침략의 실패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아프간 침공은 정치적, 군사적 패배로 이어질 전망이다. 아프간에는 현재 미군 1만여 명과 나토군 3만7천 명이 투입되어 있고, 한국군은 200 여명이 배치되어 있다. 다국적 동맹군은 탈레반을 축출하기 위해 공세를 펴왔지만 탈레반 세력의 입지와 영향력이 커지는 형국이다. 최근 다국적 동맹군이 대규모 공습 위주의 공격으로 민간인 희생이 크게증가하고, 아프간 현 정부의 재건 계획이 차질을 빚는 데다 관료조직의 부정부패가 심해지고 있으며, 극심한 경제 불안 문제로 시간이 흐를수록 민심 이반이 커지는 추세이다. 반면 탈레반은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등 민심과 결합한 저항운동을 펼치는 양상을 띠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탈레반이 아프간 침략국 인질 피랍을 계속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독일인 2명과 한국인 20여 명 납치는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다. 탈레반은 2006년 이후에만 7차례에 걸쳐 독일인, 알바니아인, 인도인, 스웨덴인, 파키스탄인, 이탈리아인, 프랑스인 등을 피랍했고, 탈레반 반군 석방, 파병 철회 등의 요구조건을 내걸어 석방하거나 살해하는 일이 있었다.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한 미 제국주의의 아프간 침공과 동맹국의 파병 지원은 아프간 민중과 저항세력의 분노를 살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다국적 동맹국 국민들은 늘 무장한 탈레반의 표적이 되어왔다.

지난 2월 윤장호 씨의 죽음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시종일관 의료, 공병부대이고 안전한 위치에 있다고 말했지만 윤장호 씨의 죽음은 한국군도 언제든 폭탄테러와 같은 저항세력의 공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당시 한국 정부가 한국군 파병 철회 요구를 받아들이기만 했더라도 이번과 같은 사태는 발발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윤장호 씨가 사늘한 주검으로 돌아왔을 때 파병 철회 의사를 피력하지 않았다. 오히려 ‘테러 근절’을 언급하며 현지 저항세력을 자극하는 입장을 내비쳤다. 노무현 정부는 ‘인도적 지원’, ‘국익’, ‘평화재건’이 허상이라는 국민적 비판 여론을 외면했고, 바그람의 동의.다산부대나 아르빌의 자이툰부대 모두 미 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서는 모든 저항세력의 표적일 수밖에 없다는 각계의 지적을 무시했다. 이처럼 한국인 20여 명 피랍의 원인 제공자는 노무현정부이며, 따라서 노무현정부는 이후 발발할 사태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청와대, 외통부, 국방부 등 관련부처는 긴급장관회의를 열고 탈레반의 요구사항 파악 등 대책을 논의중이다. 정부는 현재 피랍된 한국인들이 민간봉사자이고, 동의.다산부대가 민간지원부대이며, 연말까지 철군할 계획이라는 점을 들며 사태 수습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같은 생각은 안이하기 짝이 없는 태도이며, 사태의 경중으로 미루어 볼 때 어떠한 일이 벌어질 지 알 수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노무현 정부는 파병을 철회하기는커녕 파병연장을 곟속해왔으며, 올해 말 다산.동의부대 철군이 예정돼 있기는 하지만,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의 조속한 종결을 위해 필요하다며 특정지역의 재건을 맡아줄 새로운 부대의 파병을 한국에 요청한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올해말 철군한다는 진정성도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한국군의 아프간 파병은 ‘국군부대의 대테러전쟁 파견’을 분명히 하는 가운데 2001년 12월 다산부대와 2002년 5월 동의부대 파견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파병부대 파견을 6차례 연장하기에 이르렀고, 현재 다산부대 8진, 동의부대 10진 등이 파병되어 있는 상황이다.

탈레반의 한국인 피랍은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서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끝나야 한다. 더 큰 불행이 일어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비근한 예로 지난 3월 이탈리아는 수감중인 탈레반 반군 5명 석방 조건으로 이탈리아 기자가 석방된 바 있다. 그러나 앞선 이탈리아군 철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아프간 운전기사를 참수했다. 4월에는 모든 인도 민간인이 아프간 영토를 떠나라는 탈레반의 요구를 인도 정부가 거부해 민간인 한 명이 역시 참수당했다. 그러나 5월 프랑스 여성노동자 납치 때는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철군을 약속해 안전하게 석방된 적이 있었다.

피랍된 한국인 20여 명의 안전을 도모하는 방법은 단 한가지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금 즉시 탈레반이 요청한 철군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