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임현주씨 육성통화 “처참한 상황”
정의길 기자
» 탈레반에 피랍된 간호사 임현주씨. 자료사진
탈레반 무장세력에 의해 인질로 잡혀 있는 한국인 22명 중 간호사 임현주(32)씨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전화 통화 육성을 미국 <시비에스> 방송이 26일 첫 보도했다.
자신의 이름이 유천주(YO CYUN-JU)라고 밝힌 인질 여성은 <시비에스>와 가진 단독 전화통화에서 “우리는 지금 위험한 시기에 놓여 있다”면서 “도와달라”고 거듭 호소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이 여성은 또 “우리는 여러분들에게 가급적 빨리 이 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씨는 특히 “우리 모두는 매우 아프고 건강이 아주 좋지 않다”면서 “처참한 상황에 빠져 있으며 하루 하루를 아주 어렵게 보내고 있다”고 인질 생활의 고충을 토로했다. 유씨는 현재 한국인 인질들이 남녀 두 그룹으로 격리되어 있어, 남성 인질이 살해됐다는 것을 몰랐다고 말했다.
현지합류한 가이드로 CBS와 3분간…탈레반사령관이 주선
한국어와 현지어로 “지금 위험한 시기, 도와달라”
“인질 남녀 두 그룹으로 격리…배목사 살해 몰라”
인질로 잡힌 유씨는 25일 밤 탈레반 사령관의 주선으로 약 3분간 한국어와 아프가니스탄의 파르시어(다리어)로 전화통화를 했으며, 건강이 좋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고 이 방송은 보도했다.
그러나 피랍자 명단에 ‘유천주’라는 이름은 없다. 파르시어로 통화했다는 점으로 미뤄, 그는 현지에서 합류한 가이드인 임현주(32)씨로 추정된다.
피랍자 가족대표 차성민씨는 “임현주씨 가족이 방송으로 육성을 듣고 임현주씨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 간호사로 근무하다 3년 전 의료전문 봉사단체인 ANF(All Nations’ Friendship)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간 임씨는 현지에서 의료봉사 선교를 하고 있다. 임씨는 지난 6월 한국에 귀국했으나 한민족복지재단 봉사단 20명을 안내하기 위해 지난 3일 다시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CBS 공개 한국 여성인질 육성
http://audio.cbsnews.com/2007/07/26/audio3099381.mp3
아프간 억류 한국인 인질들 중 처음으로 외부에 목소리를 전한 한인 여성은 한숨을 내쉬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미국 CBS방송이 홈페이지에 게재한 3분12초 분량의 전화인터뷰에 따르면 이 여성은 대부분 아프간 현지어인 파르시어로 도움을 호소했으며, 한국말로는 두차례에 걸쳐 20여초 동안 무사히 석방될 수 있도록 “정말 부탁한다”고 애원했다.
이 여성은 처음엔 비교적 차분한 어조로 현지어로 이야기를 시작했으나 곧 한숨을 내쉬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변했으며, 1분10초 가량이 지난뒤엔 전화가 끊겨 “뚜 뚜 뚜..”하는 신호음이 들리다 다시 통화가 돼 현지어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 여성은 통화 2분이 지난뒤 약 14초 동안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저희는 여기 잡혀 있고 매일 매일 어려운 상황에 있습니다. 도와주셔서 하루라도 빨리 나올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라고 호소했다.
다시 현지어로 이야기를 계속한 이 여성은 통화 2분50초께에는 한국말로 “도와주십시오. 매일 매일 힘겹게 살고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도 다치지 않고 돌아갈 수 있도록 정말 부탁합니다”라고 호소했다.
이 여성은 한 남성의 지시하는듯한 현지어 이야기가 있은뒤 도움을 호소해 납치 세력의 감시 상태에서 준비된 발언을 한 것으로 보였다.
전화통화 내용 전문
“안녕하세요. 저희들은 여기 잡혀있고요. 매일 매일 너무 너무 어려운 상황에 있습니다. 도와주셔서 하루라도 빨리 나올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도와주십시오. 매일 매일 00하게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도 다치지 않고 돌아갈 수 있도록 부탁합니다.
우리 모두는 매우 아프고 건강이 아주 좋지 않습니다. 우리는 처참한 상황에 빠져 있으며 하루 하루를 매우 힘들게 보내고 있습니다.
인질들은 두 그룹으로 나눠 억류돼 있으며 저는 나머지 여성 17명과 같이 있습니다. 남성들은 따로 억류돼 있습니다. 남녀가 격리돼 있어 남성 인질이 살해됐다는 것은 몰랐습니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