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한국인 여성 인질 1명 육성 첫 공개, 6가지사실 확인

한국인 여성 인질 1명 육성 첫 공개  
  탈레반, 심리전 본격화?…6가지 사실 확인돼  

  2007-07-27 오전 12:04:03    

  
  탈레반 무장세력에 의해 인질로 잡혀 있는 한국인 22명 중 한 여성이 미국 방송과 3분간 단독 전화통화를 갖고 인질들의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인질의 육성이 외부에 전해진 것은 피랍 후 처음이다.
(☞육성 듣기-파르시어/한국어 혼용)

http://audio.cbsnews.com/2007/07/26/audio3099381.mp3

  
  유천주 (YO CHUN-JU)라는 이름의 이 인질 여성은 25일 밤 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지금 위험한 시기에 놓여 있다”며 “여러분들에게 가급적 빨리 이 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한다”고 말했다고 이 방송은 26일 전했다.
  
  이 방송은 유 씨가 25일 밤 탈레반 사령관의 주선으로 한국어와 아프가니스탄 파르시어로 전화통화를 했으며 건강이 좋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와의 주요 통화 내용이다.
  <전화통화 내용 요약>
  
  안녕하세요. 저희들은 여기 잡혀있고요. 매일 매일 너무 너무 어려운 상황에 있습니다. 도와주셔서 하루라도 빨리 나올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도와주십시오. 매일 매일 00하게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도 다치지 않고 돌아갈 수 있도록 부탁합니다.
  
  우리 모두는 매우 아프고 건강이 아주 좋지 않습니다. 우리는 처참한 상황에 빠져 있으며 하루 하루를 매우 힘들게 보내고 있습니다.
  
  인질들은 두 그룹으로 나눠 억류돼 있으며 저는 나머지 여성 17명과 같이 있습니다. 남성들은 따로 억류돼 있습니다. 남녀가 격리돼 있어 남성 인질이 살해됐다는 것은 몰랐습니다. (연합뉴스)

  현지 가이드 임현주 씨인 듯
  
  ’천주’, ‘찬주’ 혹은 ‘찬조’라는 이름의 여성이 언론과 통화를 했다는 보도는 그 외에도 더 있다.
  
  <교도통신>은 여성 인질 1명이 아프가니스탄 <파지와크> 통신과의 회견했다며, 그가 “인질들의 어려움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며 한국 정부에 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해줄 것을 호소했다고 보도했다.
  
  <파지와크> 통신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찬.조’라는 이름의 여성은 아프간 공용어인 다리어로 “우리가 처해 있는 곤경을 설명할 수가 없다”며 인질 여러 명이 병이 났으나 충분한 약이 없다고 말했다.
  

▲ 26일 미국 방송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피랍 상황을 알려온 가이드 임현주 씨 ⓒ연합뉴스  

  <연합뉴스>도 이날 아프간 소식통이 “‘찬주’라는 이름의 여성인질이 지역 라디오 언론과 통화했다”며 “이 통화에서 그는 ‘지금 건강이 아주 좋지 않다. 그런데 탈레반이 약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여성 인질은 또 “아프간 정부는 죄수를 인질과 교환하자는 탈레반측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고 전해졌다.
  
  피랍자 32명의 명단에는 이같은 보도에 나오는 여성 인질의 이름과 유사한 이름이 없다. 그러나 인질 중 현지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극히 제한됐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피랍자 임현주 씨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샘물교회 신도였던 임 씨는 의료전문봉사단체 ANF(All Nations’ Friendship) 소속 현지 가이드로 피랍된 3명 중 하나다. 교회 측과 인질 가족들도 임현주 씨의 목소리와 유사하다고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롭게 드러난 사실과 의미
  
  유 씨의 전언에서 확인된 점은 △인질들, 특히 여성 인질 1~2명의 정신적·육체적 상태가 약이 필요할 정도로 좋지 않고 △납치세력은 약을 갖고 있지 않거나 있더라도 인질들에게 주지 않으며 △남녀 두 그룹으로 분리 수용됐고 △납치세력의 요구는 인질-수감자 맞교환이며 △납치세력이 인질들의 전화통화를 허락했다고 △여성 인질들은 백형규 목사의 살해 소식을 몰랐다는 점 등이다.
  
  유 씨의 증언 중 인질들의 건강 악화는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의약품과 식품 공급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인질들의 수용 상태는 불분명하다. 인질들이 현재 3곳에 분리 수용됐다는 게 정부가 갖고 있는 정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억류지가 2곳으로 통합됐거나, 유 씨가 볼 수 없는 남자 인질 5명이 둘로 나뉘어 수용됐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납치세력이 인질들의 전화통화를 허락했다는 것은 탈레반이 본격적인 심리전에 돌입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도 탈레반이 인질들 중 한명의 육성녹음을 곧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26일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탈레반이 인터뷰를 통해 인질의 고충을 공개하도록 함으로써 아프간 및 한국 정부에 압박을 가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와 통화중 유 씨는 한 남성이 지시하는 듯한 현지어 이야기를 한 뒤 도움을 호소했다. 이는 납치 세력이 유 씨로 하여금 준비된 발언을 하게 함으로써 자신들의 요구를 명확히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유 씨를 비롯한 여성 인질들이 언론들과의 전화통화 후 배 목사의 살해 소식을 새롭게 접하면서 극도의 공포에 사로잡힐 것이라는 전망도 해볼 수 있다.
  
  한편 <연합뉴스>는 현지 소식통을 인용, 인질 중 일부가 항의의 뜻으로 단식 투쟁을 하고 있다는 아랍 위성방송 <알 자지라>의 보도는 사실 무근이며 환자를 제외한 나머지 인질은 음식을 먹고 있다고 보도했다.  

  황준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