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미 쇠고기서 ‘광우병 위험’ 등골뼈 발견

미 쇠고기서 ‘광우병 위험’ 등골뼈 발견
위생조건 위반…수입 전면중단 요건

  김진철 기자 윤영미 기자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서 ‘광우병 위험 물질’(SRM)인 등골뼈(척추)가 발견됐다. 그동안 뼛조각이나 통뼈가 나온 적은 있지만 등골뼈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광우병 위험 물질이 제거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될 경우, 우리 정부는 수입을 전면 중단할 수 있다.
1일 쇠고기 수입·유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지난 31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의 ㄱ냉장 창고에 보관된 미국산 수입 쇠고기를 검역하는 과정에서 등골뼈가 들어 있는 상자를 발견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한 육류유통업체 대표는 “척추가 발견된 쇠고기는 미국의 4대 정육회사인 엑셀로부터 한국 ㅎ푸드사가 수입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엑셀사는 세계적인 축산물 업체인 카길의 자회사다.

지난해 3월 미국과 맺은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 21조를 보면, “광우병 위험 물질의 제거 등 안전 조처의 위반이 심각한 때 한국 정부는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국제수역사무국(OIE) 규정도 “‘광우병 통제국’에서 생산된 쇠고기는 교역할 때 광우병 위험 물질만 제외하면 원칙적으로 부위·연령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돼 있다. 광우병 위험 물질 발견은 수입 중단 요건이 된다는 얘기다. 일본은 2005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규제 완화 한 달 뒤 등골뼈가 발견되자 다시 규제를 엄격하게 강화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쇠고기 수출 검역 체계의 허점이 재확인됐다고 지적한다. ‘국민 건강을 위한 수의사 연대’의 박상표 국장은 “미국의 대형 축산물 수출업체들은 작업 처리 속도는 매우 빠른 데 반해 노동자들의 숙련도는 떨어지고 검역 담당 수의사 수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강문일 수의과학검역원 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등골뼈 발견 여부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 원장은 “척추는 광우병 위험 물질로, 이게 나왔다면 수입·검역 전면 중단 사항”이라며 “검역·수입 전면 중단은 농림부에서 결정할 문제인데, 아직 지시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농림부 축산국 관계자들은 모두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남태헌 농림부 홍보기획팀장은 “축산국 관계자들이 모두 회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현재 미국이 국제수역사무국으로부터 광우병 통제국 판정을 받았다는 것을 근거로 갈비를 포함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김진철 윤영미 기자 nowher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