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 리병도 칼럼 : 의약품 접근권 남의 나라 문제만은 아니다

의약품 접근권 남의 나라 문제만은 아니다

의 약품접근권을 이야기하면 꼭 아프리카나 못사는 제3세계를 떠올린다. 하지만 의약품 접근권은 여러가지로 차단된다. 제3세계처럼 국민들의 수입에 비해 약값이 너무 비싸 살 수가 없는 경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역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약값이 너무 싸서 문제다.

약값이 너무 싸서 제약회사들이 생산원가에도 못미친다고 생산을 중단하거나 스스로 허가를 취소해서 쓰고 싶어도 약이 없어 못쓰는 경우도 있다. 풍요 속에 빈곤이라고나 할까?

주로 필수의약품목록 – 현재 퇴장방지 의약품으로 지정된 보험의약품은 114개 제약사 총 682품목 – 에 들어가는 약들이 이런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일부는 비싼 약으로 대체하기 위한 편법까지 동원되고 있다.

바이엘도 표면적으로는 얼마전 러미라의 생산을 담당하던 로슈 국내 공장 철수로 부득이하게 국내 공급을 중지하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바이엘의 이런 결정은 로슈의 생산중단이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지만 1년에 7억원에 불과한 작은 시장에서 사실상 회사 실적 향상에 큰 도움이 안된다는 즉 돈이 안되는 품목이라는 점이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데일리팜, 정현용 기자, 2006. 12. 20)

이미 나머지 덱스트로메토르판 제제는 모두 국내 시장에서 철수된 상황이며 러미라정마저 공급중지가 되어 덱스트로메토르판 제제는 그 명맥이 끊어지게 된 것이다. 오큐클로람안약의 경우도 수입하는 용기값이 너무 비싸 원가를 넘어간다고 종근당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약회사들이 생산을 중단했다. 이 경우는 그래도 한 회사라도 나오니 다행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지난 7월의 삼일제약 산부인과 필수약 ‘푸로게스트’ 주사제 생산중지다. 대용할 주사제도 없을 뿐더러 우리를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은 값싼 약 포기 후 ‘비급여’ 수입품 판매 의도라는 점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의협신문, 신범수기자, 2007. 7. 4)

환자들은 똑같은 약을 20배나 비싸게 구입하여 써야 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선정된 약이 갑자기 생산 중지된 상황에는 정부 부처간 불협화음이 있었다 하더라도 심평원측이 “지금이라도 약가인상 신청을 해오면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삼일제약이 주사제 생산라인을 아예 철거해버려 이제는 이 약을 쓸래야 쓸 수가 없게 된 것이다.(같은 기사)

지난 5일 제약협회와 데일리팜이 공동주최한 ‘한일 제약산업 공동 세미나’ 자리에서 희귀의약품이나 필수의약품 관련 실제 의약품이 ‘퇴장’되었을 때 이를 제어할 실질적 방안이 있는가에 대해 한 참가자가 질문을 했다.

이 질문에 대해 심평원에서는 ‘퇴장’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을 했지만 결국 제약사가 생산 중단을 결정하면 그때에는 공급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일본측에서는 희귀의약품 약가를 받을 때 ‘공급의무각서’를 쓰게하며, 만약 수익이 남지 않아 제약사가 거의 파산의 위기에 처하면 약가인상신청을 하고, 그래도 도저히 생산이 어려울때는 의사기관이나 관련기관에 ‘이 제품의 대체제가 존재한다’라는 문건을 제출해야 할 수 있다고 한다. 어느 정도 우리보다는 법적 수단으로 퇴장 방지를 강제할 방법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최근 이런 문제에 대해 건약의 한 관계자는 “갑자기 생산중단 혹은 수입중단하는 약물들을 이제 한번쯤 살펴보아야 할 것 같다.”며 이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거론하면서 “필수의약품이나 저가의약품에 대한 공급대책으로 ‘국영제약사’ 설치 등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기사 입력시간 : 2007-09-08 05:5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