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석면, 당신은 안전하신가요?
[뉴스 속 건강 26] ‘기적의 광물’이 ‘죽음의 광물’로
엄두영 (eomdy)
지난 4일 대구지방법원은 석면에 노출돼 ‘악성 중피종(Malignant mesothelioma)’으로 사망한 유가족들이 사망자가 다닌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세계보건기구가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는 석면 피해에 대한 법원의 손해배상 판결은 이번이 처음으로 앞으로 유사 소송이 뒤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함께 ’1급 발암물질’로 알려진 석면에 대한 궁금증과 두려움이 확산되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부산지역에서는 지난 수 십년간 수많은 석면공장들이 난립했고, 현재도 일부가 가동 중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합니다.
석면, 무엇이 문제인가?
‘ 석면(石綿, asbestos)’은 돌솜이라고 알려졌으며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말로 ‘불멸’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불멸’이라는 명칭이 상징하듯 석면은 초기 이용 당시에 내화성과 절연성이 뛰어나 ‘기적의 광물’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1950년대와 60년대로 들어서면서 과거 석면에 노출된 사람들이 ‘석면폐증(Asbestosis)’, 폐암, 악성 중피종 등 치명적인 질환으로 고생하거나 목숨을 잃자 주요 선진국은 석면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거나 금지했습니다.
비록 우리나라는 석면 사용이 다른 선진국들보다 늦게 시작되었으나, 이에 대한 규제와 감독이 아직 허술한 실정이고 아직까지도 일부에서는 자동차 브레이크, 절연제, 천장, 타일 등에 석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석면이 인체에서 병을 키우기까지 잠복기가 10∼40년에 이르기 때문에 과거 석면에 노출이 된 경험이 있다면 주의하셔야 하겠습니다.
폐에 치명적인 석면
석면이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입히는 곳은 ‘폐’입니다.
미세 석면 섬유가 폐에 침투하게 되면 폐에서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대식세포(Macrophage)’가 석면 섬유를 없애기 위해 포식합니다.
그 러나 ‘석면 소체(Asbestos body)’ 라 불리는 석면 섬유는 대식세포보다 크고 독성이 있어 대식세포를 파괴하고, 이에 따라 염증세포를 활성화시켜 폐 섬유화를 유발합니다. 이어 석면 섬유는 다른 대식세포에 포식되는 악순환을 지속합니다.
그러므로 한번 석면에 노출되면 석면이 몸 밖으로 나오기까지 계속 폐 섬유화를 촉진시키며, 석면의 노출이 중지되어도 석면과 관련된 여러 질환들은 계속 발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폐 섬유화에 의한 피해가 지속되면 호흡곤란, 마른기침, 흉통 등의 증상이 생기며 말단 청색증(사지 말단이 파랗게 변함)이나 곤봉 상지(손가락 끝이 곤봉 모양으로 변함) 등의 임상증상이 주로 보이는 ‘석면폐증’이 생기게 됩니다.
‘ 폐암’ 또한 석면이 일으킬 수 있는 치명적 질병 중 하나입니다. 비록 폐암의 원인 중 80% 이상이 담배와 연관된 것이고, 역학적인 혼란 변수들이 많이 존재해 석면 노출과 폐암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강도를 입증하기 쉽지는 않으나 석면이 폐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인정받고 있습니다.
폐암은 석면에 노출된 후 25∼40년 사이에 주로 빈발하고, 흡연할 경우 위험도가 최소 30배에서 최대 90배까지 증가합니다. 그러므로 과거 석면에 노출되었다면 반드시 금연을 해야 합니다.
‘악성 중피종’, 마땅한 치료법도 없어
한편 석면과 관련해서 가장 특이하게 발생하는 암은 폐의 ‘악성 중피종’입니다. 악성 중피종은 상당히 드문 종양입니다만 악성 중피종 환자의 70∼80%가 과거 석면에 노출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석면과 연관이 깊습니다.
석면은 그 직경이 5㎛로 그 크기가 머리카락의 1/5000 정도의 두께로 매우 작아서 한 번 호흡하면 폐의 말단부까지 쉽게 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석면은 대식세포와의 독성 작용을 통해 폐를 뚫고 나가 흉강에 도달하게 되고, 여기서 세포들을 자극해 암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석면에 노출된 이후 약 30∼50년간 증상이 없다가 호흡곤란, 기침, 흉통 등이 생기기 때문에 다른 질병으로 오인하기 쉽습니다. 특히 젊은 시기에 석면을 흡인하면 악성 중피종에 걸릴 위험이 커지게 됩니다.
강동묵 부산의대 산업의학과 교수는 “악성 중피종은 진단 후 평균 8개월 밖에 생존하지 못한다”면서 “조기진단과 치료가 유일한 방법”이라고 조언합니다.
특 히 강 교수는 “비록 석면폐증은 석면을 직접 취급해서 많이 노출된 사람들에게 주로 생기지만, 폐암이나 악성 중피종의 경우 석면에 많이 노출된 사람들뿐만 아니고 그 가족이나 공장 인근 주민들과 같이 비교적 적은 양에 노출된 사람에게서도 많이 나타난다”고 우려를 나타내었습니다.
강 교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부산지역 3개 석면공장 근처 주민들의 악성 중피종 발생률은 비 노출지역 주민보다 7.8배 높으며, 맹독성 물질인 청석면을 사용했던 ㅈ화학(연제구 연산동) 주변 주민들은 비 노출지역보다 11.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석면 관련 제품 취급자, 매우 위험해
부산환경운동연합이 만든 ‘부산지역 석면 지도’(괄호 안은 가동기간). 부산환경운동연합은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약 70만 명 정도의 고위험 노출군이 있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 부산환경운동연합
모든 사람들이 석면의 공포에 떨 필요는 없습니다만, 다음의 경우에 속한다면 반드시 주의해야 합니다.
만 약 과거에 석면을 직접 취급한 경험이 있다면 위험도가 가장 높은 집단에 속하게 됩니다. 이 중에서도 약 10∼20년 전 석면포를 취급했던 작업자가 가장 위험도가 높고, 방직업체 근무자, 슬레이트, 시멘트, 브레이크 마찰재를 다룬 작업자 순으로 위험도가 낮아지지만 반드시 세심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과거 이와 관련된 업종에 종사한 기억이 있는 사람들은 반드시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선별 고위험군
1. 석면 직접 취급 작업자 (석면포 취급자, 방직업체 근무자, 슬레트·시멘트·브레이크 마찰재 취급자)
2. 석면 직접 취급 작업자 노동자 가족
3. 석면 공장 가동 당시 인근에 살았던 10세 이하의 어린이
* 상담 : 부산환경운동연합 석면피해신고센터(051-465-0221)
한편, 예전에는 작업장에서 일하고 옷을 갈아입지 않은 채 집에 온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과거 석면취급자의 가족들도 고 위험군에 속합니다.
또 한, 공장 가동 당시 반경 2∼3Km 이내에 살았던 사람들 중 어린 나이의 사람들이 고위험군에 속합니다. 왜냐하면, 어릴수록 세포 성장이 빠르기 때문에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석면 공장 가동 당시 주변에 살았던 10세 이하의 소아의 경우 주의가 필요합니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의 한 관계자는 “석면에 노출된 고위험군이 전국적으로 약 70만 명 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이들을 파악해 정기적으로 추적관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석면에 이미 노출되었다면 이를 배출하는 방법은 딱히 없습니다. 그러나 흡연과 감기가 질병의 원인이 되므로 반드시 금연하도록 해야 하며, 정기적인 독감 예방접종과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병의 진행을 늦추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또 고 위험군에 속하는 환자의 경우 폐암과 악성 중피종의 조기 발견을 위해 저선량 CT를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나 가족이 고 위험군에 속한다고 생각한다면 부산환경운동연합 석면피해신고센터(051-465-0221)로 연락해보시기 바랍니다.
일반 국민들, 생활 속 석면에 대한 노출은 어떤 영향을 주나?
석면은 석면 공장이 많았던 부산 등의 일부 지역 문제일까요? 애석하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석면은 우리 일상생활 속에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서울과 수도권 시민들에게도 잠재 위험이 될 수 있습니다.
서울 지하철 역사에 분포된 석면을 연구하는 김동일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산업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도 외국의 선진국들과 비슷한 석면 노출 수준을 보이고 있다”면서 “매우 농도가 적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에게는 질병의 가능성이 낮은 편”이라며 일반 시민들이 석면에 대한 막연한 공포에 떨 필요는 없다고 조언합니다.
석면은 비산(석면 가루가 날리는 것)하지 않을 경우 그 상태만으로는 위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재 건물의 약 절반 정도에서 석면을 사용하고, 재건축이나 건물의 개보수 등으로 석면 가루가 비산할 경우 그 위험도는 크게 증가합니다.
현재 일상생활에서 가장 주의해야 하는 점은 오래된 건축물의 개보수나 재건축시의 안전 사항 준수 유무입니다. 왜냐하면 오래된 건축물일수록 석면의 사용빈도나 사용량이 많고, 그만큼 석면의 노출 가능성도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김 동일 교수는 “현재는 정부에서 비교적 철저한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지하철 근무자와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의 경우 향후 석면에 대한 위험도는 매우 낮다”면서도 “과거 작업시의 안전 유무와 노출 유무는 알기 힘들다”며 우려를 나타내었습니다.
한 편 김 교수는 “재건축 사업과 같은 석면과 접촉이 많은 직종에 근무했거나 근무 중인 사람들과 석면 공장 반경 3Km 이내에 거주했던 일반인들은 정기적 폐 검사 등을 통해 질병에 대한 조기 진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정기적인 폐 관리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습니다.
석면은 ‘조용한 살인자’로 불리는 ’1급 발암물질’이지만, 그 관리 여하에 따라서 위험을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습니다. 석면 안전에 대한 정부의 조속한 대책과 건물 개보수 현장이나 재건축 현장에서의 철저한 석면 안전관리 준수를 통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석면의 피해를 막도록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 도움 말씀 주신 분들 : 강동묵 부산의대 산업의학과 교수, 김동일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산업의학과 교수
-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의성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2007.12.08 16:05 ⓒ 2007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