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참여연대] 대선후보 공약평가 ① 복지정책
이재명 기자
각 정당과 대통령 후보가 내놓은 공약은 대통령 선거 뒤 정책으로 전환돼 집행될 내용이다. <한겨레>와 참여연대는 다음 정권의 정책방향을 예측하고, 공약의 타당성·실현 가능성 등에 대한 유권자들의 판단을 돕고자 주요 후보들의 공약을 평가했다. 그동안 후보들이 내놓은 복지·노동·민생·반부패·경제·조세·남북 등 일곱 분야의 공약을 분석한 뒤, 지난달 초 쟁점이 되거나 현안이 되는 정책에 대해서는 각 후보 진영에 따로 질문을 전달해 지난달 19일까지 답변을 받았다.
이를 근거로 참여연대 각 분야 정책전문가들이 후보 공약에 대해 구체성·타당성·실현 가능성·지향성·일관성 등 다섯 항목의 기준으로 평가를 벌여 A(양호)·B(보통)·C(불량)·D(매우 불량)·F(내용 없는 경우) 5단계로 평점을 매겼다. 이회창 후보는 질의 뒤에 선거출마를 선언해 불가피하게 평가대상에 제외됐다.
이명박, 병원 영리법인 허용 등 시장지향적
권영길, 무상의료 예산확보 방안 꽤 구체적
국공립보육시설 확대, 이명박·정동영 반대
후보들이 저마다 ‘복지’를 외치지만, 그 성격과 내용은 판이했다. 복지의 책임을 국가가 지느냐, 시장에 맡기느냐가 서로 달랐다. 복지혜택을 모든 사람들에게 주느냐(보편주의), 특정 집단에만 주느냐(선별주의)에 대한 생각의 차이도 컸다. 이런 차이는 우리가 스웨덴 등 북유럽식(국가-보편주의)으로 가느냐, 미국식(시장-선별주의)으로 가느냐의 차이를 낳을 것이다.
» 각 후보의 복지정책의 이념적 분포
■ 미국식 이명박, 북유럽식 권영길 차별성 뚜렷=이명박 후보가 선별주의-시장지향적 가치관을 뚜렷하게 드러낸 반면, 권영길 후보는 보편주의-국가책임주의 가치관을 지닌 것으로 평가됐다. 정동영 후보와 문국현 후보는 지향성은 비슷하지만 정책의 구체성과 실현가능성에서 정 후보가 다소 앞선 것으로 평가됐다.
이명박 후보는 아동보육과 의료 등 복지공약 전반에서 시장 자율을 중시했다. 이 후보는 ‘생애희망 프로젝트, 맞춤형 복지’ 등 다양한 공약을 내걸었지만 정작 이를 실현하기 위한 예산확보 방안은 미흡해 실현 가능성과 일관성에서도 낮은 평가를 받았다.
정 후보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 장애인 예산 증액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친복지적 성향을 보였다. 역시 공약 실현을 위한 재원 방안 마련과 실행계획 제시는 부족했다. 문 후보는 보편주의적 성향과 함께 실현 가능성·일관성 등에서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노인·보건의료·보육 분야에서는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 권 후보는 노후소득보장, 의료·보육 등 복지정책 전반에서 국가책임을 명확히하고 있으며, ‘공공성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무상의료 등 주요 공약은 구체적인 실태와 함께 단계적인 이행계획과 예산확보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인제 후보는 선별주의적인 복지성향을 보이고 있으며, 공약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누락된 내용이 많았다.
■ 보건의료, 아동보육 후보간 차별성 커=대부분의 후보가 상대 빈곤선을 도입한 최저생계비 현실화 등 기초보장 확충·개선에 동의하고 있다. 또 보편적 기초연금 도입 및 기초노령연금 대상·급여 확대에 대해서도 모든 후보가 찬성했다. 하지만 권영길 후보를 제외하면 구체성이 결여돼 있고, 참여정부에서 제기된 정책개선 방향을 포장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건강보험 국고 지원율을 현행 20%에서 30%로 인상하는 방안에 대해 이명박 후보는 지나친 재정압박을 이유로, 정동영 후보는 30%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특히 이 후보는 민간의료보험 활성화와 영리법인 병원 설립 허용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외국 의료기관 유치 등을 통해 시장 친화적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태도를 보여 의료 영리화와 건강 양극화를 초래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경제·노동·종교계 등의 합의로 이뤄낸 국공립 보육시설 30% 확대와 관련해 이명박 후보만이 이에 반대하는 뜻을 보였다. 이 후보는 “국공립 보육시설은 빈곤·농어촌 지역에 우선 설치하고 나머지는 민간시설을 개선해 수요에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보편적 아동수당은 이인제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찬성했다. 이인제 후보는 ‘보편적 제도는 언제나 비효율성과 낭비의 위험이 크다’고 반대이유를 댔다.
장애인 분야에 관련된 대선후보들의 공약은 정 후보와 권 후보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빠뜨린 내용이 많았다. 특히 장애인 이동권이나 정보 접근권, 시설 인권침해 등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조차 없는 경우도 있었다.
정리/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기사등록 : 2007-12-09 오후 08:26:28 기사수정 : 2007-12-10 오후 01:5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