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낙원’ 천수만까지 뚫렸다
» 아스팔트 깔아놓은 듯… 유조선에서 유출된 기름이 해변 모래사장을 새카맣게 뒤덮은 충남 태안 소원면 의항해수욕장에서 10일 오후 지역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기름을 통에 담아 옮기고 있다. 충남 소방본부 헬기/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기름띠 작은 덩어리로 쪼개져 남북으로 ‘빠르게 이동’
오늘내일 고비·전라해안 비상…경기 코앞까지 확산
중앙본부 “바람 · 조류 탓에 기름이 차단막 밀어내”
정부, 태안 등 인접 6개 시 · 군 특별재난지역 선포
충남 태안 앞바다에 쏟아진 검은 원유가 10일 동북아 최대의 철새 도래지인 천수만에까지 밀려들었다. ‘검은 재앙’은 이제 충청 해안 전역으로 확산됐으며, 전라도 해안도 안심할 수 없는 형편이다. 또 음력 초이튿날인 11일은 달의 인력으로 조류 흐름이 가장 거세지는 때여서, 앞으로 하루이틀이 오염 확산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한 중앙사고수습본부는 10일 “기름띠가 조류와 바람을 타고 해상과 해안 곳곳으로 광범위하게 퍼져나가고 있다”며 “그믐 직후인 10~12일은 조류의 흐름이 가장 거세 오염 확산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에 따라 지난 8일 ‘재난사태’를 선포해 인력·물자 동원에 나선 데 이어, 이날 태안군 등 인접 여섯 시·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행정·재정·금융·의료 지원을 국고로 뒷받침하기로 했다.
해상 기름띠는 다소 작은 덩어리로 쪼개져 남북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날 <한겨레>가 오염 확산 실태를 살펴본 결과, 남쪽으로는 근소만 앞바다를 지나 40㎞ 떨어진 천수만까지 기름띠가 급속도로 번진 것이 확인됐다. 북쪽으로는 가로림만 주변을 중심으로 경기도 코앞까지 기름 덩어리가 떠도는 상황이다. 청정 해역으로 양식어장 등이 몰려 있는 가로림만이 전날 침범된 데 이어 하룻만에 철새 도래지 천수만마저 기름띠에 뚫린 셈이다.
이장훈 중앙사고수습본부 상황실장은 “시커멓게 기름덩이가 달라붙은 해안의 방제 작업보다는 가로림만과 근소만 등 오염 민감 지역의 방제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며 “차단막(오일펜스)을 추가로 설치해 서너 겹으로 만들었지만 바람이 강하면 기름이 차단막을 타고 넘고, 조류가 강하면 차단막 밑을 밀고 들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안 오염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어장 피해는 한 곳이 추가돼 다섯 면 2108㏊로 늘어났으며, 앞으로 태안군 385곳 4823㏊, 서산시 112곳 1071㏊가 추가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날 선박 207척, 헬기 5대, 군인·경찰·민간인 9천여명을 동원해 사고 수습에 나섰다. 해안에서는 오염 지역을 아홉 구간으로 나눠 폐유 수거작업에 나섰고, 인력의 접근이 어려운 천리포·백리포 해안 절벽 등에는 어선 50척과 유회수기 15대를 넣어 방제 작업을 벌였다. 정부는 북태평양오염방제기구에 방제장비 지원을 요청하는 한편, 방제조합을 통해 일본과 중국에도 지원을 요청했다. 현장에서는 방제 작업에 필수적인 기름 흡착재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피해보상에 대비한 손해사정 전문가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선주, 보험회사, 유류오염손해보상 국제기금(IOPC Fund) 직원이 사고 현장에 도착해 정확한 원유 유출량 조사에 나섰으며, 정부도 어촌계를 중심으로 피해보상 안내책자 300부를 배포하며 초기 피해 증거 수집을 독려했다.
정세라, 태안/손규성 기자 seraj@hani.co.kr
기사등록 : 2007-12-11 오전 08:14:00 기사수정 : 2007-12-11 오전 08:3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