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집단사망은 빙산의 일각”
보건의료단체들, 산재은폐 규탄 한국타이어 앞 기자회견
최인희 기자 flyhigh@jinbo.net / 2007년12월13일 17시46분
1년 반에 걸쳐 무려 15명의 노동자가 집단 사망한 한국타이어에 대해 사회적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 등 30여 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오늘 오전 11시 서울 역삼동 한국타이어 본사 앞에서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 유가족대책위’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대규모 산재를 은폐한 한국타이어는 노동자 집단 산재사망의 주범”이라고 규탄했다.
▲ 13일 한국타이어 본사 앞에서 열린 규탄 기자회견 [출처: 보건의료단체연합 제공]
한국타이어는 최근 대전지방노동청의 특별근로감독에서 산업재해 은폐 183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1394건이라는 지적을 받아 충격을 안겼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진행하고 있는 역학조사 중간결과에서도 ‘집단발병’에 해당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기자회견 참가단체들은 “역학조사가 매우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집단발병’이 밝혀졌으며 이는 한국타이어의 노동조건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며 “노동자 집단 사망사태는 한국타이어의 수많은 산업재해 중 노동자가 사망함으로써 알려진 빙산의 일각이었던 것”이라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4일째 한국타이어 본사 앞 상경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계열사 노조 ASA지회에 대한 탄압 중단의 요구도 나왔다. 성세경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조직부장은 “2개월째 교섭을 요구하고 있지만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3년간의 임금 동결과 상여금 400% 삭감에 못 이겨 절박한 심정으로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참가단체들은 “한국타이어 측의 비상식적 행위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뿐만이 아니라 자회사까지 이어지고 있다”면서 “ASA 공장의 노동환경은 기본적 환기장치나 안전장치 미비는 물론, 원가절감을 이유로 장갑이나 분진마스크도 지급하지 않는 열악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출처: 보건의료단체연합 제공]
아울러 기자회견문을 통해 △노동자 집단사망 사태에 대해 유가족들이 추천하는 전문가들과 현장 노동자들의 참여를 보장할 것 △정부는 한국타이어 경영진을 처벌하고 산업재해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것 △집단사망 피해자인 노동자들의 산재인정과 유가족들에 대한 사과 및 보상 △계열사 ASA에서의 노동자 탄압 중단 등의 요구사항을 밝혔다.
또 이들은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 후보와 사돈 관계인 점을 들어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이명박 씨의 사돈이라는 ‘든든한 빽’이 있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며 “한국타이어 경영진이 최소한의 상식을 회복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전달하고 경영진과 면담을 갖고자 했으나, 한국타이어 직원들의 제지로 20여 분간 실랑이를 벌였다. 한국타이어 사망 노동자들의 유가족 대표인 조호영 씨는 “사람을 죽여놓고 왜 막아서냐, 내 자식 살려내라”며 직원들에게 거칠게 항의하다 결국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