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학 의사들 “한국타이어 중간발표 여전히 미흡”
[메디컬투데이 이동근 기자]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사망에 대한 정부측 역학조사 중간 발표에 대해 유족측 자문의사단의 강도높은 비판이 제기됐다.
산업의학을 전공으로 하는 의대 교수들과 보건대 교수, 관련 연구소장 등으로 이루어진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 유족대책위 자문의사단(이하 자문단)은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 중간발표에 대해) 여전히 의문은 남아 있으며 그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추가적인 조사와 연구가 필요함을 역설하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특히 자문위는 “1월말 종료를 앞두고 있는 현재의 역학조사는 ‘죽은 사람은 있으되 죽인 자는 없는’, ‘사망의 원인에 대해 속시원한 결론을 얻기는 힘든’ 조사가 될 가능성이 많다”며 “유족대책위가 추천하는 전문가가 참여하는 2차 역학조사팀을 꾸려, 충분한 시간과 조사의 권한을 가지고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를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문단은 앞서 지난 8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발표한 중간 역학조사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2006년도 한국타이어 노동자의 허혈성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일반 인구 집단에 비해 5.6배 높고 협심증 유병률은 2.6배 높지만 이같은 집단 사망의 공통적인 직업적 원인을 찾지 못했다고 주장한 조사 결과에 대해 5.6배라는 수치는 한국타이어 공장과 노동자 사망과의 관련성의 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서 수치가 높을수록 강한 연관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는 한국타이어 공장의 ‘어떤 요인’과 노동자의 심장질환 사망과는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노동자 집단사망의 공통적 직업 요인 및 직업환경 원인을 찾지 못했다는 발표에 대해서는 “이 발표 내용을 근거로 한국타이어 공장과 노동자의 사망과는 관련이 없고 노동자 사망에 대해 한국타이어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자문단은 “조사 결과는 ‘지금까지’ 조사한 결과로는 한국타이어와 관련된 요인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지 아예 관련이 없다고 결론내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발암물질 측정 결과에 대한 해석에서도 이번 조사 결과가 한국타이어 공장과 노동자 암 발생의 관련이 없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표했다.
이번 측정 결과는 지금 현재의 작업환경측정 결과만 가지고 평가한 것이므로 ‘아직까지는’ 한국타이어 노동자 암 발생과 관련된 작업환경요인을 추정해내지 못한 것으로 해석해야 하는게 옳다는 지적이다.
결국 정부의 역학조사단 중간 결과에 대해 자문위는 “이번 조사 결과는 ‘한국타이어 노동자는 심장질환에 걸려 사망할 위험이 다른 이들보다 매우 높은데, 그 원인은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석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라고 조언했다.
더불어 정부의 역학조사단 중간 결과에 대해서는 환자를 추가로 확인하는 작업이 충실히 이뤄지지 못한 점을 꼬집으며 이직자 및 퇴직자를 포함한 모든 한국타이어 노동자의 10년간 사망례에 대한 확인 작업이 필수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이번 조사 결과는 심장질환에 집중돼 있어 상대적으로 암에 대한 조사 결과가 부실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는 만큼 암 발생 및 사망례에 대한 보다 충실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한국타이어 역학조사 중간결과 2차 설명회를 통해 “일상적 작업환경에서 심장성 돌연사를 직접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공통적인 직업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면서 “평소 심장성 돌연사를 야기할 수 있는 관상동맥질환의 촉진에 만성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만한 작업환경적 위험요인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메디컬투데이 이동근 기자 (windfly@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