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수용자 ‘병’ 주는 외국인보호소, 23차례나 고통 호소 불구 6개월만에야 당뇨병 확인

수용자 ‘병’ 주는 외국인보호소
23차례나 고통 호소 불구 6개월만에야 당뇨병 확인
법무부, 고혈당 네팔인 치료위한 보호해제도 ‘거부’

한겨레         황보연 기자

네팔인 이주노동자 수와시 부다토키(31)씨는 지난 4일 당뇨병 판정을 받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지난해 7월 불법체류 단속에 걸려 경기도 화성외국인보호소로 온 지 6개월여 만이었다. 수와시씨는 보호소로 온 뒤 제대로 검진을 받은 적이 없었다. 당뇨병 판정을 받은 것도 지난 한달 새 몸무게가 5㎏이나 줄자, 보호소 내에 있는 의사가 혈당 검사를 처음으로 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의 혈당수치 487mg/dl은 정상의 4배로, 당뇨성 혼수가 올 수 있는 500mg/dl에 육박했다.

이정원 이주노조 교육선전 차장은 “수와시씨는 일주일 내내 바깥 운동을 한 번도 하지 못하는 때도 있고 형편없는 식사를 해야 했다”며 “사실상의 감금생활에 심한 스트레스까지 겹쳐 병이 악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수와시씨는 고혈당 판정을 받기 전에 이미 23차례에 걸쳐 위장관 및 호흡기 질환 등을 호소해, 보호소 내 진료를 받았다.

이주노조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의사 32명은 17일 “입원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며 일시 보호해제를 요청했지만, 법무부는 “보호소 안에서 이뤄지는 검진과 치료로 충분하다”며 거부했다. “최근 2~3개월 동안의 평균 혈당을 반영하는 당화혈색소 수치가 매우 높게 나와, 보호소 내 생활이 당뇨병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의사들의 호소도 소용이 없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05년 발표한 ‘외국인 보호시설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보호 외국인 651명 가운데 66%가 보호소에 들어오기 이전보다 건강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