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정부는 “종업원 부주의” 축소, 미 조사서엔 “쇠고기 등골뼈 수출, 검역체계 한계”

정부는 “종업원 부주의” 축소
미 조사서엔 “쇠고기 등골뼈 수출, 검역체계 한계”
미 경위조사서 공개…시민단체 “FTA 위해 은폐” 비판

한겨레         김진철 기자


        
» 2007년 7월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서 발견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관련 해명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에 광우병 위험물질(SRM)인 등골뼈(척추)가 여러 차례 섞여 수입된 것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검역 시스템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당시 우리 정부는 사건 원인을 기계 고장과 인부의 실수 탓으로 돌린 바 있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조기 비준 동의를 위해 등골뼈 수입 사건의 원인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7월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서 등골뼈가 나온 것에 대한 미국 농무부의 경위조사서가 22일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에 의해 공개되면서 이런 내용이 드러났다.

지난해 8월14일 미국 정부가 주미 한국대사관에 전달한 조사서를 보면, 당시 미국 농무부는 “작업장의 효과적인 관리 통제 결핍이 사고의 근본 원인”이라며 “미 농무부 식품안전감독국(FSIS)의 검사 과정에서 수출 제품은 이미 봉인된 상태로 제출되기 때문에 외관 검사로는 사고를 적발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는 쇠고기 수출 작업 과정에서 인부들의 실수를 허용한 통제 과정의 실패를 근본 원인으로 명시한 것으로, 곧 미국 쇠고기 수출 작업 공정과 검역 시스템의 한계를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같은달 15일 주미 한국대사관은 “(미국의) 보고서는 사고 원인을 상자 봉인기 고장 및 작업인부의 실수로 결론지었다”고 청와대에 보고했다. 농림부는 같은달 24일 “포장기계의 고장으로 상자들이 혼합 적체돼 있는 상태에서, 일부 파손된 상자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종업원의 부주의로 등골뼈가 잘못 담겼다”고 밝혔다. 청와대 역시 “이 사건이 미국 안 광우병 위험을 객관적으로 악화시킨 것으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밝혔었다.

민변의 송기호 변호사는 “한-미 에프티에이 조기 비준을 위해 미국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개정 협상을 중단하지 않으려고 미국 쪽 해명을 우리 정부가 축소·은폐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농림부는 “주미대사 보고는 미국 보고서를 단순 전달한 것일 뿐이고, 파손 상자 교체는 미국의 추가 회신 내용에 들어 있던 것”이라고 밝혔다.

민변과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는 이날 오전 서울 한국언론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처럼 현 정부가 미국 정부의 해명까지 축소한 데 이어, 대통령직 인수위가 모든 연령·부위의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려 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생각하지 않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기사등록 : 2008-01-22 오후 08:2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