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주민 4천여명 “얼마나 더 죽어야 정신차릴 것인가”
서울역에서 집회열고 삼성과 정부 규탄
차성은 기자mrcha32@empal.com
[2신 : 오후 4시]
태안에서 유출된 기름으로 범벅이 된 삼성 본관
ⓒ 민중의소리
삼성 본관이 태안 유출기름으로 뒤범벅됐다. 50여명의 태안 주민대표들은 삼성 본관 앞에서 한 시간가량 “삼성 타도”, “이건희 타도”를 외쳤다. 주민들은 상품성을 잃은 생선, 조개 등 수산물을 던지며 성토했다.
서 울역 광장에서 ‘삼성 규탄대회’를 마친 태안 주민들은 태평로 삼성 본관을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 대열은 기름유출을 비관해 자살한 故 지창환, 故 이영권, 故 김용진 씨의 영정이 앞장섰고 각종 삼성 규탄 피켓을 든 주민들이 뒤를 따랐다.
구 역사 우측에서 경찰과 대치한 주민들은 산발적으로 피켓 등을 휘두르며 몸싸움을 벌였다. “사고 친 삼성, 이건희한테 따지러 가는 디, 왜 막어”, “사고 낸 사람 만나서 합의해야 할꺼 아녀”, “왜 경찰이 나서서 삼성한테 쩔쩔매는 것이여” 주민들의 항의는 이어졌지만 경찰은 방송차량을 이용해 ‘심정을 이해한다’며 계속해서 자제를 촉구했다.
결국 논의 끝에 어촌계장과 관광업계 대표 각각 50명씩 100명만 삼성 본관으로 향할 수 있었다. 20여분을 걸어 삼성 본관에 도착한 주민들은 가져온 피해 수산물들을 던지기 시작했다. 일부 주민들은 본관 진입을 시도하며 대기 중인 전투경찰과 몸싸움을 벌였지만 어디에도 삼성 직원이나 항시 상주하던 용역업체 직원들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주민들은 ‘부도덕한 삼성과 이건희를 고발한다’는 항의서한을 낭독하고 ▲삼성과 이건희는 태안군민에게 백배 사죄하고 무한책임을 약속하라 ▲삼성은 태안 살리기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협력하라. 등을 촉구했다. 이어서 “이 사항이 이행되지 않을 시, 어떤 투쟁이라도 각오하고 삼성과 맞서 싸울 것”이라며 “삼성과 이건희의 부도덕성을 전 세계 언론을 통해 고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자신을 삼성중공업 전모 상무라고만 밝힌 50대 남성을 보내 항의서한만 받아가려다 오히려 주민들의 공분을 샀다. 주민들은 다시 수산물을 던지며 본관 진입을 시도했지만 보강된 전경들에 의해 밀려나고 말았다.
이 광경을 씁쓸하게 쳐다보던 한 주민은 “저 어린 전경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제들만 내 보냈냐”면서 “해결책을 들으러 왔는데 삼성놈들 구경도 못하고 돌아간다”면서 발걸음을 돌렸다.
태안주민들의 투쟁을 뒤에서 안타까운 눈으로 묵묵히 바라보던 남자가 있었다. 덥수룩한 수염이 눈에 띄는 그는 삼성투쟁의 상징과도 같은 김성환 삼성 일반노조 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태안 주민들을 보면서 어떤 심정이 드냐’는 질문에 “삼성은 더 이상 주민들을 기만하지 마라”고 일갈했다. 김 위원장은 “주민들을 대충 기만하고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전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며 “책임지는 모습과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삼성과 정부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진정을 나서고 성의를 보여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감당할 수 없는 더 큰 분노가 뒤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1신 : 오후 3시 30분]
태안주민 4천여명 서울역에서 집회…삼성본관으로 행진
23일 낮 12시부터 분노한 태안주민 3천7백여명(경찰추산)이 서울역 광장에 모였다. 주민들은 서해기름유출 사고를 일으키고도 책임을 회피하는 삼성과 피해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정부를 규탄했다.
태안유류피해비상대책위 김진묵 위원장은 “우리는 지금 알거지가 되어서 제발 먹여살려달라고 호소하기 위해 이자리에 모였고, 삼성에 물 먹은 검찰을 고발하려고 이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그는 “BBK 수사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믿지 않고 있는 것처럼 쌍방과실이라는 검찰 발표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은 어민 앞에 나와서 직접 보상협상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제2의 안면도 사태가 일어나고 어민 반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삼성 본사를 다 때려부셔야 정신 차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태안주민들의 규탄발언이 계속 됐다.
피해대책위 비수산분야 전완수 사무국장은 “우리 태안군민이 다 죽어가고 있다. 얼마나 죽어야 삼성과 정부가 정신 차릴 것이냐”며 분노를 표하고, “내가 죽으면 너희도 죽는다”고 외쳤다.
그는 “검찰 발표에 아무런 비판도 하지 않던 정치권이 특별법을 만들어 준다고 한다. 그러나 특별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며 실질적이 피해보상이 될 수 있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김 진권 투쟁위원장은 “삼성은 태안에 악마의 기름 덩어리를 퍼부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주민이 음독하고 분신할 지 모를 정도로 태안에는 검은 그림자가 짙다”고 태안의 상황을 전했다. 그는 “삼성은 검찰과 언론을 관리하며 이번에도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했다”며 정부와 삼성을 싸잡아 비난했다.
23일 열린 집회에서 태안주민들이 조개와 굴을 뿌려놓고 시위하고 있다.
ⓒ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도 집회에 참석해 무대에 올랐다. 노 의원은 “삼성앞에서 집회를 해야 함이 마땅한데도 삼성의 방해로 이곳 서울역에 모였다”며 집회마저 방해하는 삼성을 규탄했다.
노 의원은 “그동안 120만명의 국민이 태안에서 자원봉사활동을 벌였지만 삼성 이건희 회장은 한번도 내려오지 않았다”며 “삼성은 수백억 미술품을 팔아 태안주민의 피해를 보상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아직까지 주민들 손에는 생계비 한푼 지급되지 않았고,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세분의 싸늘한 시신”이라며 “삼성그룹이 무릅꿇도록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고 말해 주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충남 지역의 변웅전 전 국회의원은 무대에서 무릎을 꿇고 “주민들에게 제발 죽지마시고 한덩어리로 뭉쳐 싸워 이기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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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주민들이 23일 서울역에서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삼성 가전제품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민중의소리 김철수 기자
태안유류유출피해대책위원회는 “말로만 세계화를 외치면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부도덕한 삼성과 삼성편에 서서 눈치만 보는 서산 검찰의 해바라기 검사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대 책위는 결의문을 통해 정부가 나서 이번 사태를 주도적으로 해결할 것, 삼성의 이건희는 무한책임을 지고 태안을 살려낼 것, 검찰은 대오각성하고 책임자를 문책할 것, 특검법을 발의해 이번 사태의 원인과 책임규명을 명확히 할 것을 촉고했다.
집회를 마친 수천명의 태안주민들은 오후 2시 30분경 태평로에 있는 삼성그룹 본사로 행진을 시도했지만 경찰이 막아나섰다. 경찰은 서울역 주변을 전경버스로 에워싸고 시민들이 다니는 통로에는 전경을 배치해 태안주민들의 행진을 차단했다.
기사입력 : 2008-01-23 15:36:58
최종편집 : 2008-01-23 17:5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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