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경찰, 공안수사 박차…새정부 코드 맞추나

경찰, 공안수사 박차…새정부 코드 맞추나
윤기진 의장 검거·전교조 교사 보안법 위반 혐의 수사
시민단체 “법질서 세운다는 명목 아래 탄압” 반발

한겨레         최상원 기자

경찰이 최근 해묵은 공안 사건 등에 대한 수사에 부쩍 속도를 내고 있어, 시민단체가 “이명박 정부 출범에 코드를 맞춘 공안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27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배 중이던 윤기진(34)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 남측본부 의장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윤씨는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의장이던 1999년 6월 대학 휴학생 황아무개(여)씨를 밀입북시켜 범청학련 통일대축전 등 8·15행사 개최 문제를 협의하게 한 혐의로 수배된 뒤 10년째 도피 생활을 해왔다.

2000년 범청학련 남측본부 부의장을 거쳐 2002년부터 의장으로 활동한 윤씨는 2004년 2월께 황선(34·민주노동당 전 부대변인)씨와 경찰을 피해 결혼식을 올렸고, 이듬해 10월께 황씨는 <아리랑> 관람을 위해 북한에 갔다가 딸을 출산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또 경남경찰청 보안수사2대는 지난 24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최아무개(34) 교사의 경남 진주 집과 산청의 학교를 압수수색해 컴퓨터 세 대의 하드디스크, 시디 11장, 플로피디스켓 1장, 책 7권, 수행평가지, 교무일지 등을 확보했다고 27일 밝혔다.

최 교사는 경남 산청군에 있는 특성화고등학교에서 1999년부터 역사를 가르치고 있으며, 현재 전교조 산청지회장과 산청진보연합 집행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최 교사는 “왜 압수수색을 했는지 경찰에 전화를 걸어 물었더니 ‘북한을 미화·찬양하는 이적표현물을 전자우편 등으로 유포한 혐의를 조사하라는 경찰청의 지시를 받았다’는 말만 할 뿐 정확히 설명해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남경찰청 보안과의 한 간부는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어 증거 수집 차원에서 적법 절차에 따라 압수수색을 했다”며 “조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상세한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서울경찰청은 지난 21일 북한 주체사상을 찬양하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리고 한 대선 후보의 홈페이지에 살해 협박 글을 올린 혐의(국가보안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로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선전위원장 송아무개(34·여)씨를 구속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황순원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상황실장은 “경찰 등 공안기구들이 법질서를 세운다는 이명박 정부의 코드를 맞추기 위해 취임 전부터 대대적인 공안 탄압에 나서고 있다”며 “각 단체들과 함께 전반적인 민주주의 후퇴와 공안 탄압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는 28일 경찰청 앞에서 윤기진씨의 연행을 규탄하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이완, 창원/최상원 기자 w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