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이 복지 후보 딸 건강보험 ‘무임승차’
한국 국적 포기하고 미국서 변호사로 일해
13차례 진료 ‘수혜’…시민단체도 사퇴 요구
한겨레 김양중 기자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한국적을 포기하고 미국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딸을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올려놓고 국내에서 건보 혜택을 받도록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김 후보자가 건강보험의 눈덩이 적자 문제를 풀어야 할 주무 장관으로서 ‘부적격’이라는 통합민주당과 시민사회 단체들의 사퇴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28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노웅래(통합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청해 받은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후보자 및 배우자, 직계비속의 국민건강보험 자격변동 및 보험료 납부명세’ 등 자료를 보면, 김 후보자의 딸(32)은 1986년 3월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했으며, 2000년 6월 한국 국적을 포기한 뒤로도 8년째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 후보자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 태어난 딸은 이중국적을 보유했으나 지금은 미국인이다. 그는 2001년 6월 미국으로 건너가 미시간대 법대에 입학했고 현재 미국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딸의 주민등록을 말소하지 않고, 딸을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남겨뒀다.
이에 따라 김 후보자의 딸은 8년 동안 13차례 국내에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으로 진료를 받았다. 이 진료에서 건보공단은 11만8854원을 부담했고, 김 후보의 딸은 7만8920원을 본인 부담금으로 의료기관 등에 냈다. 납세 등 국민의 의무도 지지 않고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도 않으면서, 건강보험 혜택은 고스란히 받아온 것이다. 재미동포들은 미국 의료비가 워낙 비싸다 보니까, 치과 진료 등을 받고자 국내로 오는 사례도 적지 않다.
김 후보자 쪽은 “주민등록상에서 딸의 기록을 말소하지 않아 일어난 불찰”이라며 “만약 건보 혜택을 받았다면 혜택받은 금액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어 “김 후보자는 도덕적 흠결이 많고 건강보험이나 보육 등에 대해 제대로 파악도 못하고 있는 등 장관직을 수행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며 “진정 복지 확대를 희망한다면 주저 말고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양중 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