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글 100불을 넘어선 유가, 석유를 지배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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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국제 유가 상승에 대한 기사가 나오고 있다. 이미 100불을 넘어선지 오래되었고 과거 오일쇼크와 비교하며 위험수준을 견주는 분석도 일상적이다. 언론에서는 OPEC의 석유 감산 정책, 우고 차베스와 다국적 석유자본 엑손모빌의 충돌, 투기 자본에 의한 시장 교란 등을 요인으로 꼽고 있으나 단기적인 분석인데다 근본적인 원인을 지적하지 못하고 있어 설명으로서 충분치 못하다.

석유가 현대 산업국가에 필수적이고 강력한 자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상 높은 유가로 인한 민중들의 고통 또한 만만치 않다. 또한 2003년 이라크 전 이후로 석유를 둘러싼 지정학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또한 급격히 커지게 되었다. 때문에 석유가 왜 이렇게 높은 가격을 유지하게 되는지 이로인해 이득을 보고 있는 세력은 누구인지 아는 것은 필수적인 것이 되어가고 있다.

오일쇼크는 누가 일으켰는가?

극심한 불황이라고 하면 20~30년대 세계 대공황을 떠올리듯 흔히 유가 급등이라는 말이 나올때면 가장 먼저 오일쇼크를 떠올리게 된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유가급등의 원인을 OPEC의 담합과 변덕에 의해 초래된다고 생각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나 70년대 오일쇼크로 전 세계가 받은 경제적 충격이 너무나 컸던 만큼 다시는 오일쇼크가 발생하지 못하도록 OPEC의 담합을 막아야 하며 이를 위해 중동을 지배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중동에 대한 패권전략만을 제외한다면 진보진영 일부에서도 이런 견해를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학자 윌리엄 엥달의 최근 저서에 따르면 이는 사실과 다르다. 겉으로는OPEC이 상황을 주도하고 의도적으로 유가상승을 불러일으켜 막대한 이익을 얻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 그 배후에는 영미 석유자본과 금융자본, 정치가들의 치밀한 내부 담합과 계획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1970년이래 경기 후퇴기에 접어든 미국의 자본유출이 극심해지면서 1971년 자본유출이 총 200억달러에 이르게 되고 미국 공식 금 준비금은 공공 부채의 4분의 1이 못되었다.    1971년 8월 닉슨 대통령은 달러의 금 태환 중단 조치를 발표함으로써 전 세계를 뒤 흔들게 된다. 2차에 걸친 달러화 평가절하에도 불구하고 자본유출은 지속되고 기축통화로서의 달러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었다.

달러화를 중심으로하는 브레튼 우즈체제가 붕괴되고 세계에 대한 미국의 경제적 장악력이 약화되고 있던 1973년 5월 스웨덴의 발렌베리 은행 가문의 휴양지인 살트셰바덴에서는 영미 최고의 금융 및 정치계 내부자들 84명으로 구성된 단체가 모임을 가지게 된다. 빌데베르크 모임이라고 불리는 이 회의에서 이들은 세력균형을 영-미 금융세력과 달러화에 유리하게 되돌리기 위해 그 해 세계의 산업 성장에 대한 어마어마한 공격을 시작하기로 확고히 결정했다. 미국의 석유회사들이 좌지우지하고 있던 석유시장을 이용하여 달러화에 대한 수요를 급격히 높이고자 한 것이다.

그로부터 5개월후인 1973년 10월 6일 이집트와 시리아가 이스라엘을 침공하여 욤키푸르 전쟁으로 알려진 사건이 벌어졌다. 일반적으로 이 전쟁은 오판 또는 큰 실수이거나 이스라엘에 대한 아랍국가들의 단순한 설욕전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 전쟁은 닉슨의 정보부 ‘황제’ 키신저가 빌데베르크 회의의 결정에 따라 양국에 민감한 정보를 거짓으로 흘려 벌어진 계획된 전쟁이었다. 물론 전쟁 준비 완료를 알리는 아랍 관리들의 대화를 도청한 내용이 담긴 미국 정보부 보고서는 철저히 비밀에 붙여졌다.

키신저가 부추기고 요구한 대로 OPEC이 석유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곧 400퍼센트 증가하게 되었고 브리티시석유회사, 로열더치쉘과 다른 영-미 석유회사들의 북해 유전은 높은 가격으로 인해 수익을 남기지 못했는데 유가 인상으로 인해 수익이 급격히 치솟아 올랐다. 또한 OPEC의 막대한 달러 수입은 국제 석유 거래는 물론 달러화를 취급하던 런던과 뉴욕의 주요 은행들에 예치되었다. 체이스 맨해튼, 매뉴팩처러스하노버, 뱅크오브아메리카, 바클레이스, 로이즈, 미들랜드은행등 수많은 은행들이 석유위기라는 횡재로 생긴 이익을 향유했다. 키신저가 계획한 1973년 1차 오일 쇼크가 세계 산업 성장에 막대한 충격을 가했던 반면 특정 기득권 세력,즉 뉴욕과 런던의 주요 은행들, 미국과 영국의 세븐 시스터스 다국적 석유회사들에게는 막대한 이득을 안겨주었던 것이다.

1979년 미국의 핵에너지 정책, 국제통화정책, 달러화의 급속한 하락등 온갖 대외정책 문제와 관련해 유럽과 카터 행정부가 갈등을 빚게 되고 이에 따라 유럽은 유럽대륙을 달러체제에서 자유롭게 하려는 시도로 유럽 통화제도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석유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에너지를 자체적으로 수급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핵발전소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늘고 있었다. 특히 이란은 프랑스, 독일과 핵발전소 설립 계약을 맺고 계획을 착착 진행시켜가고 있어 미국의 위기감을 부채질하기 시작했다. 이에 런던과 미국의 기득권층 내 고위급 인사들은 치밀한 계획하에 이란에 호메이니 정권이 들어서게 하여 핵발전소 계약을 취소시키고 전 세계에 2차 오일쇼크를 유발하여 다시금 석유와 달러를 중심으로 한 세계 질서를 굳혔다는 것이다.

끝나지 않은 자본들의 이전투구

1975년까지는 세븐 시스터스(엑손, 모빌, 쉘, BP,걸프,텍사코, 소칼)들에 의해 석유시장이 좌지우지되고 있었다. 이 시기 세븐 시스터스는 석유 채취, 운송, 정제, 판매까지의 모든 과정을 철저히 관리했다. 이와같은 독과점을 통해 이들은 독특한 운임률(‘걸프 플러스 방식’ 혹은 ‘환상의 운임’ 방식-> 값싼 아라비아 석유의 가격이 비싼 미국 석유가격을 기준으로 설정되는 방식)을 이용하여 전후 피폐화된 유럽 소비자들에게 부과하는 가격을 두배이상 올렸다. 같은 유럽 시장 안에서조차 엄청난 가격차이가 있어 그리스는 연료유를 톤당 8.30달러에 사야 했지만 똑같은 연료유가 영국에서는 겨우 톤당 3.95달러만 지불하면 되었다 또한 미국 회사들은 워싱턴 정부를 설득하여 마셜 플랜 자금이 유럽의 자생적인 정유 시설 건설에 쓰이지 못하게 하여 유럽의 자체적인 비용절감노력을 막고 비싼 영미 자본의 석유만을 수입하게 만들었다.

현재는 세븐 시스터스간의 합병과 일부 석유자본의 부상으로 인하여 엑손모빌, 로열더치쉘, BP아모코, 쉐브론텍사코, 토탈등 5대 석유 메이저가 석유시장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 2007년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석유 메이저 자본들은 순이익 총액이 800억 달러를 넘어 최고 실적을 기록하였고 업계 1위인 엑손모빌은 2005년 2월 주식시가총액에서 GE를 제치고 세계1위로 부상할 정도로 석유산업에서 큰 이익을 뽑아내고 있다.

오일쇼크를 일으켰던 영미 석유, 금융자본의 역할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큰 변함이 없는 것이다. 이에 더불어 최근에는 전 세계적 경기침체와 더불어 국제 투기자본의 준동이 유가를 더 높게 줄달음치게 하고 있다. 2008년 상품선물거래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헤지펀드 매니저와 대규모 투기세력이 유가의 지속적인 상승을 예상하고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삼성경제연구소의 2007년 보고서에 따르면 투기자금 유입이 유가 상승분의 30.4%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2006년말 현재 전 세계의 유동성 자금은 513.3조달러로 세계 GDP (48.2조달러)의 10배에 육박해 과잉 자본이 석유 투기를 위해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NYMEX의 WTI 선물 순매수 포지션 규모 (2007년 11월20일기준)는 2006년말 대비 262.0% 증가한 1억 4,155.4만배럴로 2007년 1/4, 3/4분기 석유 공급부족분(3,530.8만 배럴)의 4배수준에 이르고 있다.

중동의 패권을 장악하려는 미국 행정부

앞에서 살펴보듯이 지금까지 유가상승을 이끌어 오고 이로 인해 이득을 본 것은 영미 석유, 금융자본이었다. OPEC의 산유국들도 오일머니를 통해 큰 이익을 보는 것 같지만 지난 걸프 전쟁, 이라크 경제제재, 이란 모사데크 정권, 팔레비 정권 전복, 이라크 전쟁, 중동 전쟁 등을 통해서 보다시피 미국 행정부가 중동에서의 독립적 경제 발전을 견제하거나 이스라엘 지원을 통해 지속적인 분쟁을 유발했기 때문에 사실상 안정적 성장과 이익 확보를 이루지는 못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유가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미국에 의한 이라크 전쟁과 끝없이 위기로 치닫는 중동 정세이다.

걸프전 당시에도 전쟁 직후 유가가 가파르게 올랐던 것처럼 이라크 침공 전에 배럴당 30달러 수준이던 유가는 그 후 2배로 급격히 뛰었다가 최근에는 100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석유 수출과는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이스라엘의 레바논 폭격으로도 유가가 상승하는 것을 보면 중동정세가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미국 행정부는 유가 상승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중동 국가들을 위협하고 있다. 2003년 이후로는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통해 중동에 직접적 폭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미국은 중동 패권 장악을 위해 오랫동안 이스라엘을 활용해 왔다. 중동전문가로 미 캘리포니아대 교수인 마크 레빈에 따르면 1970년대 소련에 대항한 봉쇄전략에 따라 이스라엘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과 함께 ‘중동의 전략적 거점’ 역할을 해왔으며,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2년전 여름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대리전을 부추긴 것도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것을 염두에 두고, 헤즈볼라의 주된 배후세력인 이란의 무기와 전술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의 전략적 목표는 중동에서 관리가 가능한 수준의 갈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중동에서 10년 주기로 전쟁이 일어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이 전쟁들은 고유가를 유지하고, 주요 원유매장지역을 통제하거나 최소한 중국이 통제받지 않고 이러한 곳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리고 중동 전역에서 무기 구매 지출을 유난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중동 국가들의 무기 구매 지출 규모는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며, 대부분이 미국의 무기 시스템을 구매하는 데 들어가고 있다. 또한 이 전쟁들은 2001년 9.11 사태 이후에만 몇 조 달러의 매출을 일으켜 미국의 석유 메이저와 군수업체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었으며 이 시스템을 영속적으로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해온 독재정권들이 지속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게 해줬다.

고유가 시대, 우리의 분노는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유가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급등하는 것은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를 지켜내고 석유 통제권을 장악하여 세계 패권을 움켜쥐려는 미국 행정부와 고유가로 직접적 이익을 얻으려는 석유 자본, 산유국들의 달러를 유치하여 이익을 얻으려는 미․영 금융자본, 투기를 통해 단기 이익을 얻으려는 투기자본, 중동의 위기를 이용하여 무기판매 수익을 올리려는 군수자본의 아귀다툼 때문이다.

결국 한줌도 안되는 이들의 막대한 이득을 위하여 항시 전쟁의 위기속에 죽음과 총격의 공포에 떨고 있는 중동 국가 국민들과 이라크, 아프간 전쟁에 파견된 각국의 군인들, 유가 상승으로 인해 나날이 느는 부채와 오르는 물가를 보며 한숨을 내쉬어야 하는 비산유국 민중들의 아픔만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석유라는 검은 황금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자본주의의 적나라한 아귀다툼 속에 억압받고 힘겨운 이들의 분노는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