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대공습’ 현실로…유전자재조합 美 옥수수 5월부터 수입
ㆍ과자·소시지·음료수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
ㆍ유해성 논란속 “성분 표시 강화” 목소리
일곱살 난 딸아이를 둔 주부 우주연씨(33·서울 장위동)는 요즘 아이 먹거리를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오는 5월부터 ‘유전자재조합(GMO)’ 옥수수 전분이 국내에 들어와 과자나 음료수 등의 원료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우씨는 “GMO는 안전성이 불분명함에도 식품에 원료 표기조차 되지 않는다고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전분당협회가 오는 5월부터 미국산 GMO 옥수수를 수입해 전분용으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GMO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전분이 과자·아이스크림·청량음료·햄 등 가공식품 대부분에 사용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안전성 “불안”= 4일 (주)대상에 따르면 전분은 빵·과자뿐 아니라 햄·소시지·청량음료까지 다양한 먹거리에 두루 쓰인다. 전분당·물엿·포도당·과당의 형태로 각종 가공식품에 단맛을 내거나 형태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대상·삼양제넥스·CPK·신동방CP 등 국내 주요 식품회사들이 전분에 GMO 옥수수를 사용할 계획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이번에 수입될 GMO 옥수수는 안전성 검사를 통과한 23종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은진 원광대 교수는 “GMO 옥수수에는 해충을 막기 위한 살충형 형질이 들어 있다”며 “곤충에게 해로운 것이 사람에게 안전하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1996년 브라질 너트의 유전자를 콩에 접목시킨 GMO 콩이 땅콩 알레르기를 일으켜 개발이 중단된 사실을 언급하며 “유전자 재조합의 안전성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세대를 거쳐 대물림되는 유전 독성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 소비자시민모임 황선옥 이사는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에서는 괜찮을지 모르지만 미래의 위험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안전성센터가 펴낸 2007년 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185만3641의 옥수수를 수입했으며 이중 GMO는 12이었다. 콩은 수입물량 113만 가운데 78%가 GMO였다. 이미 식용유·카놀라유·면실유·간장 등에 폭넓게 GMO가 쓰이고 있다.
◇“성분표시 강화” = 시민단체들은 GMO 성분 표시를 강화해 소비자가 반드시 확인하고 구매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현재 전분당·간장·식용류·주류 등 4개 품목은 ‘유전자 재조합 식품 표시기준’의 예외 대상으로 GMO를 원재료로 사용했더라도 성분 표시에서 이를 명시할 의무가 없다. 제조 과정에서 GMO 단백질이 분해돼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GMO 사용을 명시하도록 한 유럽 기준에 맞춰 우리나라도 성분표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환경연합 최준호 팀장은 “전분당 등 가공식품의 GMO는 성분 표시 의무가 없어 국민들은 알권리와 선택권을 박탈당한 채 무조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업들이 GMO 표시제도의 허점을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수입 GMO 콩은 대부분 GMO 표시 의무가 없는 식용유 제조에 쓰이고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GMO 성분이 남아 있지 않은 데도 굳이 표시하면 물가가 오르고 결국 양극화가 조장될 것”이라면서 “GMO 성분 표시가 소비자에게 어떤 이익이 될지 의문스럽다”며 표시제 강화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GMO
유전자재조합 생물체(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한 종의 유전자를 다른 종에 넣어 만든 새로운 품종을 가리킨다. 병충해를 막는 등 생산성을 높이는 한편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1년부터 국내에 유통되는 GMO 및 이를 원료로 한 식품에 대해 ‘유전자 재조합식품’으로 표기토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