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육체-비육체노동 여성 ‘건강불평등’ 골 깊어진다

육체-비육체노동 여성 ‘건강불평등’ 골 깊어진다
민주노총 ‘여성 건강권’ 토론회
자녀 조기사망률 2.2배차…기대수명 최고 16.2년차

한겨레         황예랑 기자
        
» 어머니의 교육수준에 따른 영아사망 위험비
        
“항상 허리랑 어깨가 쑤셔요. 출산 땐 허리가 끊어질만큼 고통스러웠죠.” 18년째 백화점 화장품 매장에 근무중인 이미숙(41)씨는 하루 10시간 이상을 꼬박 서서 일한다.

이씨와 같은 서비스직 노동자들에겐 방광염, 허리질환, 하지정맥류 등은 흔한 질병이다. “불규칙한 교대근무를 하는 간호사들에겐 유산이 큰 문제예요. 지난해 같은 층에서 일하던 3명이 석달 사이 연달아 유산하기도 했어요.” ㄱ종합병원 간호사 김선화(43)씨의 말이다.

불안정한 노동에 시달리는 여성노동자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5일 민주노총 주최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토론회 ‘추락하는 여성노동자 건강권, 이대로 좋은가’에서 손미아 강원대 의대 교수는 “교육·직업수준이 낮은 여성일수록 일찍 숨질 가능성이 크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손 교수가 1995~2005년 통계를 분석해본 결과, 30~34살 관리직 여성의 기대여명은 59.3년이었으나 사무직은 그보다 16.2년, 기술직은 6.9년, 판매서비스직은 3.7년씩 낮았다. 해마다 격차도 벌어져, 30~34살 대졸여성과 무학력 여성의 기대여명 차이는 1995년 9.1년에서 2005년 13.3년으로 늘어났다.

특히 이런 건강상태는 고스란히 자녀 건강불평등으로 ‘대물림’되고 있다. 1995~2004년 숨진 0~9살 어린이와 어머니의 직업을 따져봤더니, 어머니가 육체노동자인 경우 자녀의 조기사망률이 비육체노동자보다 2.2배 높았다. 또 초등학교 졸업 학력의 여성이 낳은 자녀가 숨질 가능성은 대졸이상인 여성보다 3.4배나 높게 조사됐다.(그래프 참고)

몸무게 2.5㎏ 미만인 저체중아를 낳은 확률도 육체노동 여성이 비육체노동 여성에 견줘 1.29배 높았고, 대졸이상인 여성보다 초등학교 졸업 학력의 여성이 저체중아를 낳을 가능성은 1.61배, 정규교육을 받지않은 여성은 2.03배 높게 나타났다. 손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여성노동자들이 비숙련·저임금 노동시장에 대거 들어오면서, 여성의 건강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