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우희종 교수 “곡학아세 하는 전문가들이 문제다”

  
  전국 교수 1008명,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하라”  
  우희종 교수 “곡학아세 하는 전문가들이 문제다”  

  2008-05-13 오후 4:29:28    

  

  
  전국 1000여 명의 교수들이 일제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정을 파기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3월 한반도 대운하에 반대하는 2500여 명의 교수들이 이름을 걸고 나선 데 이어 다시 한 번 교수들이 정부 정책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 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학술단체협의회 등 3개 교수 단체는 13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환경재단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정을 즉각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려운 병을 놓고, 가장 위험한 협정 맺은 정부”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사회학)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 아침 이명박 대통령이 광우병 소가 발생하면 수입을 즉각 중단한다는 구두 약속을 받았다고 했지만 많이 의심스럽다”며 “문서 하나 제대로 해독 못하는 정부의 구두 약속 언급은 신뢰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조돈문 교수는 “정부의 말이 진실이라면 즉각 기존 체결했던 협정을 파기하고, 지금 통화한 내용을 문서화하는 재협상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의대 황상익 교수는 “광우병은 치료법이나 예방법을 알지 못하는 새로운 병”이라며 “지금까지 발생된 환자가 몇백 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다행이지만, 우리가 처음 대하는, 변형 프리온이라는 병원체가 만든 이 병이 앞으로 어떻게 번지게 될지 알지 못하는 점에 있어 겸손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황상익 교수는 “다른 새로운 병도 그렇지만 광우병에 대한 학자들의 견해가 많이 갈리고 있다”며 “극히 위험하다는 학자도 있고,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다는 학자도 있는데, 이에 대해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하는가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두렵고 미지의 존재인 광우병에 대해 정부는 ‘아직까지 큰 위험이 없으니까 안심해도 된다’가 아니라, ‘아직 안전하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황상익 교수는 “어떤 학자는 살코기에 있는 변형 프리온조차도 광우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얘기할 정도로 이 병의 정체는 불확실하다”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임 받은 정부는 그런 병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정반대로 가장 위험한 협정을 맺고, 가장 위험한 쇠고기를 공급하겠다고 하니 많은 이들이 들고 일어나는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우희종 “국민 불안, 곡학아세 하는 과학자들 있기 때문”
  
▲황상익 서울대의대 교수는 “인간광우병의 위험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그런 병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속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촛불 집회는 그런 원칙을 지키지 않는 정부를 향한 질타라는 것. ⓒ프레시안  

   서울대 수의대 우희종 교수 역시 “광우병에 대해서 우리나라만큼 혼란스러운 나라도 없는 것 같다”며 “그것은 협정 타결 이후 정부가 취한 태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우희종 교수는 “광우병은 폭발적으로 발생한 이후 아직 마무리가 되지 않은, 한 주기가 끝나지 않은 질병이기 때문에 모르는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거꾸로 명확히 밝혀진 것도 많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그런데 문제는 정부가 이번 타결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명확히 밝혀진 과학적 사실마저 왜곡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심지어 광우병이 전염병이 아니라든지, 사라질 것이라든지, 미국의 기준이 전세계 절대적인 기준인 것처럼 얘기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왜 국민이 이렇게 혼란스러워할까, 그것은 광우병에 대해 정부 입장을 옹호하기 위해서 곡학아세 하는 과학자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들은 왜 타결 전까지는 안전성을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우 교수는 “앞으로 이런 모임을 통해 교수들은 정부가 자신들의 결정에 대한 정당화, 합리화를 위해 기만한 점을 명확히 지적해야 한다”며 “정부에서 만약 자신이 있다면 언제든지 과학적인 사실로 토론회를 열 것을 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신뢰 회복하는 유일한 길은 재협상”
  
  이날 이들은 기자 회견문에서 “현재 이명박 정부는 취임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우리 교수들은 위기를 극복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은 현재의 미국 쇠고기 수입 협정을 파기하고 재협상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사태는 한국의 주권 양도적 협상과 미국의 주권 약탈적이고 신뢰할 수 없는 행동이 합쳐진 결과”라며 “특히 미국의 행동은 미국소가 안전하지 못하다는 정보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미국 도축장이 안전하다면 수입국에게 보여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그러나 미국은 한국에게 조사권을 주지 않음으로써 미국 도축과정에 대한 불신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신뢰의 상실은 시장이 붕괴하는 역선택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미 사람들은 한국 쇠고기와 미국 쇠고기를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아예 쇠고기 자체를 먹지 않는 행동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부는 쇠고기 수입 협정을 파기하고, 협상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며 “또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기자 회견문에는 경제학, 정치학, 의학 등 각 분야 교수와 연구자를 포함해 총 1008명이 서명에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