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업신문 복지부-KRPIA ‘약가인하 회복절차’ 밀실합의?, 권리범위확인심판으로 약가회복 가능 사실 안 알려

복지부-KRPIA ‘약가인하 회복절차’ 밀실합의?
권리범위확인심판으로 약가회복 가능 사실 안 알려

제네릭 시판으로 오리지널 약가가 인하돼도, 권리범위확인심판 등을 통해 오리지널 약가를 100% 원상회복시킬 수 있는 내용을 보건복지가족부가 입법예고를 통해 알리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3월 중순 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신의료기술 등의 결정 및 조정기준’ 개정안에 포함돼 있어야 할 ‘오리지널 약가 원상회복’에 관한 조항이 슬그머니 빠져있었던 것.

이에 대해 복지부 보험약제과 관계자는 27일 “KRPIA 등에서 의견을 제출해 내부 문서에는 오리지널 약가를 원상회복시킬 수 있는 내용이 들어 있었는데, 입법예고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누락된 것 같다”며 “그 내용을 다시 입법예고안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다국적 제약사, “이미 합의본 내용”

하지만 관련 조항이 빠져있었던 것을 단순한 실수로 받아들이기에는 이해가가지 않는 구석이 많다. 이미 사노피-아벤티스 등 다국적 제약사들이 “오리지널 약가의 100% 원상회복을 위해” 지난해부터 특허심판원에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사노피-아벤티스 관계자는 ‘아프로벨’ 제네릭을 준비하고 있는 유한양행을 상대로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제기한 이유에 대해 “권리범위확인심판을 받아 놓으면 나중에 제네릭 진입으로 약가가 인하된다고 하더라도 약가 원상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면 굳이 권리범위확인심판을 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며 “사실 권리범위확인심판은 현재로선 아무런 효력이 없지만 제네릭 발매로 향후 있을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공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입법예고안에는 포함돼 있지는 않지만 이미 약가원상회복에 대한 부분은 이야기가 된 것으로 안다”며 “그런 합의가 없었다면 권리범위확인심판을 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복지부가 KRPIA 등과의 협의를 통해 ‘오리지널 약가 원상회복’에 관한 내용을 합의하고, 입법예고안에 포함시키려 했으나, 여론을 의식해 해당 내용을 슬그머니 뺀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복지부, 약제비 적정화 방안 스스로 무력화

복지부의 주장대로 ‘단순한 실수’로 관련 조항이 누락됐다고 하더라도, 특허심판원의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약가회복의 근거로 삼는다는 것 자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제네릭 진입 時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를 20% 자동 인하하는 내용은 약제비 적정화 방안의 핵심적인 내용 중 하나로, 법원 등에서의 특허소송이 아닌 권리범위확인심판만을 가지고 약가를 원상회복시켜준다면, 사실상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스스로 무력화시키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화이자, 사노피-아벤티스 두 곳에서 최초로 청구한 적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 모두 오리지널 제약사들의 승리로 끝났다는 것을 감안하면, 적어도 법원을 통한 특허침해소송이 끝나기 전까지는 오리지널 약가인하는 불가능한 것이다.

결국 약제비를 줄이기 위한 약제비 적정화 방안에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약가를 보호하는 ‘보완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약업신문 손정우 기자 (son@yakup.com)
입력 2008.03.28 06:44 AM , 수정 2008.03.28 01:13 P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