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영화 ‘식코’ 총선용으로 잘팔리네, 야당 “새정부 정책과 닮은꼴”

영화 ‘식코’ 총선용으로 잘팔리네
미국 의료차별 고발하는 내용
야당 “새정부 정책과 닮은꼴”

        
총선 운동으로 바쁜 정치인들이 영화 개봉에 맞춰 극장을 찾고 있다. ‘의료 빈곤층’을 양산하는 미국 의료제도 현실을 고발하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식코(sicko·아픈 놈들)>가 3일 개봉했다. 대통령 선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대통령 업무보고 과정에서 새 정부·여당이 내비친 ‘의료 산업화’ 가능성을 두고, 현재의 건강보험 시스템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됐고, 정치권에서도 <식코> 관심이 달아올랐다.

<식코>는 우리 건강보험 같은 공적 보험이 아닌 민영 의료보험이 의료시스템을 장악한 미국 현실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낸다. 병원이 “당신이 가입한 민영 보험은 우리 병원과는 계약돼 있지 않다”며 치료를 거절하는 바람에, 어린 환자가 죽음에 이르는 식이다.

이날 최은희 진보신당 비례대표 후보는 서울 필동 대한극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식코>가 보여주는 의료제도는 바로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의료정책”이라며 “정부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민영 의료보험 키우기 등의 정책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노동당도 총선 공약으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지키고, 의료 산업화를 막겠다’고 선언했다. 서울 중구에 출마하는 김인식 민주노동당 후보는 전날 ‘함께 봐요, 식코’ 캠페인에 동참했다.

통합민주당도 정책 자료집이나 논평에서 <식코>를 언급하며,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를 막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도 지난 2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없어지면 돈많은 사람들만 가는 부자 병원이 생기고 가난한 사람만 가는 서민병원이 생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완화, 민간 의료보험 활성화, 영리의료법인 허용 등 새 정부가 추진·검토하는 정책들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 비중은 세계 최고 수준이면서도 국민 6명 가운데 1명인 5300만명이 의료 이용에서 소외되는 미국식 ‘의료 함정’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기사등록 : 2008-04-03 오후 09:4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