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공조전선..FTA 놓고는 엇박자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 통합민주당이 쇠고기시장 전면개방 문제에 전선을 집중하고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 건강과 축산농가의 희생을 담보로 일방적인 대미 `퍼주기’ 협상을 했다며 전면적 공세를 벼르고 있는 분위기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21일 오전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쇠고기 개방문제는 국회에서 청문회를 열도록 하겠다”며 “이것이야 말로 대표적 민생문제”라고 규정하고 “협상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미국이 원하는 것을 다 내준 것이다.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선물을 바치기 위해 생명권과 검역주권을 다 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총선후 수세에 내몰린 민주당으로서는 국민 `식탁’과 관련된 쇠고기 개방문제를 적극 쟁점화해 여당 독주의 정국 흐름에 제동을 걸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하는 듯한 분위기다. 특히 25일 임시국회를 목전에 둔 터라 공세의 수위는 더욱 강해 보인다
최인기 정책위의장은 “한미 FTA와 쇠고기 검역은 별도의 문제”라며 “무모하기 짝이 없는 검역협상을 한 것은 국민 건강을 해치는 무책임한 행동을 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농가피해 대책과 사료값 대책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 정책위의장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정부가 중단조치를 못한다”며 “미국의 법절차에 따라 중단 여부가 결정되도록 협상한 게 문제”라고 지적하고 “특히 동물성 사료를 사용하지 않는 조건으로 30개월 이상 뼈까지 수입한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손학규 대표는 “우리가 관철하고자 하는 내용은 하나도 이루지 못하고 후퇴상태에서 타결한 것은 자존심이 상한다”며 “협상은 주고받아야 하는데 왜 했는지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가세했다.
농림장관 출신인 박홍수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SBS 라디오의 `백지연의 전망대’에 나와 “협상이 아니다. 미국측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한 것에 불과하다”며 “미국에서 광우병이 아무리 발생해도 수입을 중단하지 못하는 결과를 어떻게 국민에게 내놓을 수 있느냐”고 말했다.
박 총장은 “최고위에서 농림부 당국자들을 불러 협상내용을 자세히 보고받을 것”이라며 “외국과의 협상은 글자 하나 하나가 중요한데 전체적인 협상내용을 보고 종합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진보정파들은 점차 보조를 맞춰가는 분위기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과 진보신당 이덕우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참여연대와 보건의료단체 등 시민단체 대표자들과 함께 광우병미국산쇠고기수입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쇠고기 수입협상 철회를 주장했다.
민노당 천영세 대표는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쇠고기 수입개방 철회를 위해 각 정당의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쇠고기 개방문제와 직결돼있는 한미 FTA 비준문제를 놓고 민주당 내에서 미묘한 엇박자 양상이 표면화되고 있어 주목된다.
손학규 대표는 최근 측근들에게 한미 FTA가 국익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우리 당에 (한미 FTA를 체결했던) 노무현 전대통령보다 못한 사람이 많다”고 불만을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협조할 것은 협조해주는 야당상을 주창하고 있는 손 대표의 중도온건 노선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인기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한미 FTA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은 조건부 찬성”이라며 “피해를 입는 국내 산업과 계층들을 충분히 납득하고 국민들이 공감하는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기존의 신중론을 견지했다.
당내에서는 쇠고기 문제를 놓고 당력을 모아야할 시점에서 FTA 문제를 둘러싼 당 지도부의 입장차가 대여투쟁의 동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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