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이명박 정부는 ‘광우병 프렌들리’ 정부”

“이명박 정부는 ‘광우병 프렌들리’ 정부”  
  시민단체 “美 쇠고기 수입, 우리가 ‘쓰레기 하치장’이냐”  

  2008-04-21 오후 2:48:55    

  

  
  빠르면 오는 5월 중순부터 미국산 쇠고기가 전면적으로 수입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 18일 타결된 한미 간 쇠고기 협상 결과에 따르면 앞으로 30개월 미만의 소에 대해서는 광우병 위험물질(SRM)인 등뼈, 척수, 배근신경절 등에 대한 수입이 무제한적으로 허용된다. 또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거나 ‘인간 광우병’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수 없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에 부여한 ‘광우병 위험통제국’ 조치가 해제되지 않는 한 수입을 중단할 수 없도록 협상을 맺었기 때문이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국민감시단 등 15개 시민사회단체는 21일 청와대 근처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우병 대재앙을 초래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더 이상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정부가 책임지지 않겠다는 뜻”
  


▲ ⓒ프레시안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의 박상표 국장은 “정부는 마치 부도수표를 받아 현금으로 바꾼 것 같은 협정을 맺었다”며 “더 이상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정부가 책임져주지 않겠다는 뜻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박상표 국장은 “그간 수많은 국내 전문가들이 30개월 미만으로 제한했던 뼈없는 살코기 수입조차 안전하지 않다고 지적해 왔다”며 “그런데 이번에는 편도와 소장의 끄트머리인 회장원위부를 제외한 광우병 위험물질 모두를 수입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국장은 “정부가 기껏 내놓은 정책은 축산농가에게 사료값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라며 “이것이 광우병 위험에 노출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나”라고 말했다. 그는 “더군다나 국제곡물가가 급등하면서 사료값이 폭등해 우리 농민들이 거의 다 몰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며 “쇠고기 고급화 정책을 편다고 하지만 살아남는 농가가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연대 이원재 사무처장은 “이명박 정부는 실용외교가 아닌 죽음의 외교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년 동안 전문가들이 수많은 문제를 지적했는데도 정권이 바뀐 뒤 한마디 설명 없이 쇠고기를 수입 개방하는 협상을 맺었다”며 “그동안 통뼈가 나오는 등 기준을 위반한 미국 측에 대한 아무런 후속 대책 없이 이렇게 됐다”고 비판했다.
  
  한국생협연합회 이정주 회장은 “우리가 아무리 좋은 식품안전 시스템을 만들어도 자주권이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전쟁이 나도 거기엔 민간인을 보호하는 규칙이 있기 마련”이라며 “그런데 이제 소비자는 광우병 위험에 무방비 상태에 놓여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미국이 무엇하러 손해 보는 장사를 하겠나”라며 “정부가 학교 급식을 먹는 학생, 군인, 학부모 등 국민 입장을 한 번이라도 고려했다면 그렇게 쉽게 협상을 내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제 이력추적도 사실상 불가능한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면서, 우리의 생명권은 미국에 따라 결정되게 됐다”고 말했다.
  
  ”실패 예견된 조치 믿고 개방? 우리가 쓰레기 하치장이냐”
  
  특히 이번 협상에서 정부는 미국이 시행을 약속한 사료제한조치 강화를 30개월 연령제한철폐조건으로 합의해 연령제한조치를 전면적으로 철폐했다. 그러나 광우병 위험이 높은 뇌와 골수를 제외한 부위로 만든 동물성 사료만을 금지하는 이 조치는 이미 일본에서 시행 이후 태어난 소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사례가 발견되면서 ‘실패가 예견된 조치’라는 평을 받고 있다. 더군다나 정부는 미국이 이 조치를 이행하는 시점이 아니라 공표하는 시점부터 수입을 허가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이 뿐만 아니라 최근 미국에서는 광우병 위험이 있는 쇠고기가 유통돼 6748만 킬로그램(㎏)에 달하는 쇠고기가 리콜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미국 정부로부터 ‘검사필증’을 받았던 이 고기는 미국 내 36개 주 10만 개 이상의 학교, 레스토랑 등에 공급됐다. 이후에도 미 농무부 감사관은 도축장 18곳 중 4군데에서 기초 지침 위반사실을 적발했다.
  
  이처럼 광우병 위험이 높은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하는 국가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극히 일부 지역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정부는 우리와 같은 수준의 쇠고기를 96개 국에서 수입하고 있다는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카리브해 연안 국가,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을 제외하면 30개월 이상 소를 수입하는 나라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모인 사회단체는 기자회견문에서 “미국 축산업자들조차도 광우병 위험이 높다고 스스로 인정한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까지 수입해주기로 양보한 이명박 정부는 정부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단언한다”며 “우리는 한미정상회담 선물로, 한미 FTA를 위한 묻지마 협상의 대가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포기하고 한국을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쓰레기 하치장으로 만들어버린 협상의 전면 무효화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는 미국 축산업자의 이익을 위해, 한미 FTA를 위해, 국민의 생명을 포기한 ‘광우병 프렌들리 정부’일 뿐”이라며 “우리는 앞으로 법적 조치와 함께 ‘안 먹고, 안 사고, 안 파는’ 3불 행동 등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이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