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美 동물사료조치 강화..’시늉’만?

<美 동물사료조치 강화..’시늉’만?>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04.24 11:42

광우병위험물질 대부분 사료 사용 가능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현재보다 강화된 동물사료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지난주 한미 쇠고기 협상 합의 내용대로 다음달께부터 30개월이상의 소에서 생산된 미국산 쇠고기도 제한없이 들어오게 됐다.

그러나 강화 조치 내용이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턱없이 낮은 수준인데다, 발효가 예정대로 이뤄질지, 발효가 된다해도 반발하는 미국 축산업계가 이를 제대로 이행할지 등 여전히 불안한 부분이 많아 우리 정부가 너무 성급하게 연령제한을 다 풀었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 EU.일본보다 연령.부위금지 ‘제한적’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3일(현지시각) 광우병(BSE) 위험을 고려, 모든 동물사료에 생후 30개월 이상인 소의 뇌.척수 사용을 금지하고, 이 규정을 12개월 뒤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동물성사료 금지 조치’란 소의 뇌.두개골.척수.등뼈.편도.안구.소장끝부분 등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을 원료로 만든 동물성사료를 다른 가축들에 먹이는 것을 규제하는 것이다. 당장 쇠고기 생산 과정에서는 SRM이 제거된다 해도, SRM을 사료로 만들면 돼지.닭 등이 광우병에 걸리거나 다시 이 동물들이 원료가 된 사료를 먹은 소가 감염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98년 이래 ‘소.양 등 반추동물에서 나온 단백질 부산물을 다시 반추동물에 먹이지 못한다’는 수준의 제한만 두고 있을 뿐, 소에서 나온 SRM을 반추동물이 아닌 돼지나 고양이 등의 사료로 사용하는데 제한이 없었다.

국제수역사무국(OIE)도 지난해 5월 미국에 ‘광우병위험통제국’ 지위를 부여하면서 이 부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에 미국은 동물성사료조치 강화를 ‘공포’했지만, 강화됐다는 조치 내용도 EU나 일본 등에 비해서는 턱없이 미흡한 수준이다.

현재 EU는 12개월령 이상 소의 두개골(뇌.안구 포함).척수.척추.내장.편도.장간막 등을 무조건 폐기하도록 하고 있다. SRM은 물론이고 그외 부분도 폐기대상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위험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부위가 동물 사료 등으로 사용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다.

일본은 아예 모든 연령의 소에서 나오는 머리.척수.척추.소장끝부분 등의 SRM은 모두 제거, 소각해야한다.

그러나 이번에 미국이 시행하겠다고 밝힌 조치는 뇌와 척수, 단 두 가지 종류의 SRM만, 그것도 30개월이상 소에서 나온 것만 사료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설령 이 조치가 계획대로 시행된다고 해도, 나머지 대부분의 SRM은 그대로 동물 사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 ‘강화’ 약속만 받고 빗장 다 푼 셈
내용만 미흡한 것이 아니라, 시행 시기도 문제다.
우리 정부는 지난 18일 한미 쇠고기 협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우선 30개월 미만 뼈있는 쇠고기를 풀되, 미국측이 강화된 동물사료 조치를 ‘공포’하는 시점에 30개월 이상 쇠고기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연령제한을 한꺼번에 푸는게 아니라 조건을 붙여 ‘단계적’으로 개방한다는 점을 강조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협상 타결 이후 1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미국측이 약한 수준의 동물성사료조치를 ‘공포’해버림으로써, 결과적으로 다음달께부터 연령제한없이 30개월 이상 쇠고기도 아무말 못하고 받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우리가 ‘본격 시행’ 시점이 아닌 ‘공포’ 시점을 기준으로 전면 개방을 약속했기 때문에, FDA의 공포 내용대로 12개월 뒤에 정확히 이 강화 조치가 시행된다 해도 1년동안 우리 국민들은 동물성사료조치가 불완전한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야한다.

더구나 1년 뒤 시행을 완전히 장담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비록 FDA가 입안예고를 거쳐 조치를 공포하긴 했으나, 향후 축산업계의 반발을 등에 업고 미국 의회가 딴지를 걸 경우 시행 시기가 얼마나 연기될지, 내용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조차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농림부 장관을 지낸 박홍수 민주당 사무총장은 지난 22일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이번 한미 쇠고기 협상 수석대표였던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 등의 방문을 받은 자리에서 이 부분에 대해 “미래를 예측해 미리 규제를 풀어줘 버리면 어떻게하느냐. 어떤 상황이 벌어지든 미국에 요구할 수단이 없어졌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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