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당연지정제 완화 추진 전면 중단한 배경은

[당연지정제 완화 추진 전면 중단한 배경은]

정부가 병의원과 약국 등이 건강보험 가입 환자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려다 전면 중단하기로 한 것은 무익한 논란에 쐐기를 박음으로써 국민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무리수를 두면서 이른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완화하겠다고 나서기보다는 하루 빨리 교통정리를 단행함으로써 건강보험과 관련한 앞으로의 정책혼란을 방지하겠다는 복안인 것이다.

당연지정제 완화 추진을 ‘없었던 일’로 하기로 한 정부의 방침은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 이뤄지기 전에 보건복지가족부와 청와대에서 일찌감치 감지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요양기관이 건강보험 가입자를 진료하도록 규정한 당연지정제를 완화했다가는 사회적 소란만 초래할 뿐 실속은 챙기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볼때 득이 될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진단이다.

권력 핵심부의 의중은 복지부를 통해서도 전달됐다.

김성이 복지부 장관은 지난 3월 31일 취임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당연지정제 완화 추진과 관련, “국민이 적은 비용으로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는 현재의 의료제도를 흔들 필요가 없으며 기본틀을 바꾸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국태민안(國泰民安)’의 관점에서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여당인 한나라당 조차 반대하고 있어 일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27일 열린 김 장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을 지낸 전재희 의원은 “당연지정제를 완화하면 돈 잘 버는 병원은 건강보험 환자를 기피하고, 그러면 건강보험체계가 흔들린다”며 “당연지정제를 변경해서는 안 된다”고 ‘절대 불가’ 입장을 밝혔다.

전 의원은 그러면서 “한나라당의 당론은 당연지정제를 완화하는 것이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었다.

당연지정제 완화 내지 폐지 논란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로 의사단체에서 이 제도가 의사활동을 제한하고 하향 평준화식 의료사회주의를 부추긴다며 당연지정제를 완화해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998년과 2000년 두 차례에 걸쳐 당연지정제가 영업활동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리며 당연지정제의 정당성을 인정했었다.

그러나 의협은 이에 굽히지 않고 지난 대선 기간 이명박 대통령 등 대선 후보들에게 건강보험 정책질의서를 보내 “건강보험은 필수 의료행위만을 대상으로 하고,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나머지 진료는 시장이 맡을 수 있도록 당연지정제를 선택계약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사단체의 당연지정제 완화 주장은 건강보험 폐지 논란으로 옮겨붙어 인터넷 공간에서 뜨거운 찬반 논란을 야기했다.

보건의료시민단체들은 당연지정제가 완화되면 일부 병원들이 ‘돈이 되는 환자’를 골라 보려고 하면서 국민의 건강불평등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shg@yna.co.kr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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