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유지키로
김 복지 “국민건강권 보장 무엇보다 우선”
시민단체, 환영 속 의료상업화 우려 여전
김양중 기자
정부가 폐지 또는 완화를 검토했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는 모든 의료기관을 건강보험 적용 기관으로 지정해, 환자가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국내 어느 의료기관에서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한 제도다.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29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최근 의료산업 활성화 논의와 관련해 국민건강보험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27~28일 이명박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참가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확고히 유지하기로 정부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 방침은 모든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선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의 폐지 또는 완화를 두고 ‘경제적 능력에 따라 의료기관의 선택과 이용에 차별을 둔다’는 비판과, ‘국민 의료비를 크게 올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김 장관은 “당연지정제를 완화하면 일부 고급 의료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선택 폭이 넓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계층간 의료 이용의 차이가 심해지는 등의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현행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가 장점이 많아 세계적으로도 관심을 받고 있어 더욱 확대·발전시켜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유럽이나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가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며 “다만 건강보험 재정 안정 문제가 잘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유지 발표를 반기면서도, 정부가 영리병원 허용이나 민영보험 활성화 등 의료서비스 상업화를 추진하려는 것을 우려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건강보험을 흔들 수 있는 당연지정제 완화·폐지와 관련해 정부가 유지하기로 한 것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영리병원 허용이나 민영보험 활성화 등을 경제부처가 추진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명확한 태도를 정부가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