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산업선진화방안 발표, 교육·의료 공공성 위협
이명박정부, 참여정부의 서비스산업방안 계승 확산
유영주 기자 www.yyjoo.net / 2008년04월29일 11시50분
외국교육기관 설립 완화와 의료법 개정 내용 등을 담은 서비스산업선진화방안이 발표돼 교육, 의료 부문의 공공성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28일 민관합동회의를 열고 ‘서비스산업에서 좋은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는 나라’,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함께 발전하는 나라’를 비전으로 하는 ‘서비스산업선진화방안 : 서비스프로그레스1′을 확정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6월 말까지 17개 단기과제를 완료하고, 중기과제 57개는 연말까지, 장기과제 19개는 2009년 이후까지 완료하는 것으로, 1단계에서는 서비스 수지 개선을 목표로 의료를 포함한 관광, 유학연수, 지식기반서비스 등 서비스 수지 적자 부분의 개선방안을 주되게 담았다.
외국 교육기관 설립 운영 규제 완화.. 교육 불균형, 양극화 심화시킬 것
정부는 조기 유학을 국내로 돌리기 위해 적극적인 우수 외국교육기관을 유치할 예정이며, 경제자유구역에 설립되는 외국교육기관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외국교육기관이 국내에서 번 돈의 외국 송금이 허용되고, 재학생의 10%로 제한되어 있는 내국인 학생의 비율을 30%까지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외국인만 설립할 수 있는 외국인학교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국내법인 설립이 가능하고, 내국인 입학 자격도 해외 거주 5년에서 3년으로 완화된다.
한편 오는 6월 말까지 원어민 보조교사의 학력 자격을 완화하고, 올해 말까지 원어민 교사의 체류자격(E-2비자) 기준도 완화,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국가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하는 인도 필리핀 등의 국가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2010년 제주도에 설립될 예정인 영어교육센터 및 영어교육 프로그램 우수 대학 등을 한국인 영어교사 연수기관으로 활용하고, 올해 말까지 영어를 영어로 수업하는 영어전용(TEE)교사제를 도입, 제주영어교육센터를 동북아 교육특구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주경복 건국대 교수는 “교육 개방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해온 것인데, 외국자본에 특혜를 주자는 것으로 근본적으로 교육 제도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하고 “외국자본의 교육 시장 잠식이 세계화 시장 논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제주 교육특구 추진과 관련해서도 주경복 교수는 “특구, 특별한 학교, 다양성, 자율화 등으로 말을 치장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교육 보편성을 해치고, 사교육을 부추겨, 불균형과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법 개정.. 병원보험자본연합체 탄생 길 열게 될 것
이날 정부가 발표한 방안에 따르면 의료법 개정으로 해외 환자의 한국 입국 치료가 가능하게 된다. 정부는 해외 환자와 동반 가족이 치료 완료시까지 국내 체류가 가능하도록 비자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또한 국가별로 특화된 의료관광상품을 제공, 미국의 경우 고국 방문과 연계한 건강검진과 중증질환 위주의 고가상품을, 일본과 중국은 성형, 치아백미, 라식, 임플란트 등과 관련한 상품을 주되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법인은 교육과 조사연구, 장례식장, 주차장 등 부대 수익사업만 허용되고 있으나, 개정안이 통과되면 해외진출, 해외환자 유치, 병원경영지원회사(MSO) 설립 등 부대사업의 범위도 확대된다.
개정안은 또 의료기관의 인수·합병(M&A)을 유도하기 위해 의료법에 법적 근거와 절차를 마련함으로써 의료법인의 퇴출구조와 경영합리화를 유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상윤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은 해외 환자의 한국 입국 치료 추진이 실효성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상윤 정책위원은 “미국의 환자들이 돈을 들여 한국에 와서 치료받을 이유는 없고, 상대적으로 의료비가 싸다 해도 일본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일본 사람이 한국의 유명한 병원에 성형이나 치아교정을 받으러 오는 환자는 지금도 있지만 획기적으로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중국의 환자를 흡수할 여지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있고 지금도 부유층이 외국으로 많이 가고 있지만 싱가폴, 태국, 말레이시아에 화교들이 많아 역시 한국으로 몰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상윤 정책위원은 “일부 환자들이 들어올 수는 있으나 사업효과 측면에서 수십 만 명의 환자가 와야 할 텐데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도 달성 여부는 불투명할 것”이라며 “한미FTA 협상 과정에서도 그랬듯이 정책담당자들이 확실한 데이터를 갖고 추진하기보다는 장밋빛 환상을 갖고 있는 듯 하다”고 비판했다. 최근 대한병원협회가 제시한 ’5천만프로젝트’(의료 사각지대에 방치된 미국 환자들이 거대한 함정을 타고 한국 병원으로 와서 치료받는 것)에 대해서도 허황된 생각이라고 짤라말했다.
또한 병원의 부대사업 허용과 인수합병 허용 등 의료법 개정 추진에 대해 이상윤 정책위원은 “가장 큰 문제점으로 병원 의료기관의 진료기능을 약화시키고 의료기관의 수익창출을 커지게 해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병원과 보험회사, 외부 자본이 결탁해서 ‘병원보험자본연합체’가 탄생할 현실적인 길을 열어주게 된다”며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의료법 개정안은 5-6월 경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정부 때부터 추진되어온 의료.교육.관광 등 규제완화 구체화
이같은 의료·교육·관광 분야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이번 대책 발표로 교육·의료 시장 개방 및 산업화 추진이 날개를 달 것으로 평가된다. 참여정부 때부터 꾸준히 추진되던 개방정책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는 셈이다.
참여정부는 서비스산업선진화방안으로 지난 2006년 종합대책 159개 과제를 발표하고, 2007년 7월 2차 대책으로 101개 과제를, 지난해 말 3차 대책에서 44개 과제를 선정, 발표한 바 있으며,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처음 발표됐다.
이번 서비스산업선진화방안 발표로 교육과 의료의 공공적 기능과 성격을 약화시키고 산업화 흐름을 촉진해 이윤 창출 수단으로 삼는다는 비판도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