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인간 광우병’ 진단 사실상 불가

      
‘인간 광우병’ 진단 사실상 불가
관련 부검 가능기관 전국 한곳뿐…보고조차 힘들어

  김양중 기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재개에 따라 광우병 불안이 퍼지면서 우리나라에서 인간 광우병을 제대로 신고하고 진단할 수 있을지에 의문이 일고 있다. 다수 전문가들은 4일 “영국과 유럽 일부 나라를 빼고는, 인간 광우병에 대한 적절한 신고·진단 체계를 갖춘 나라는 거의 없다”며 “뇌의 이상으로 숨진 사람을 부검해야 하는데, 일반 부검도 피하려 하는 문화에서 광우병으로 숨져도 보고조차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인간 광우병과 유사한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은 2001년 2월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됐다. 이 병은 소나 인간에게 나타나는 광우병 이전부터 알려져 있던 뇌 질환이다. 인간 광우병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면서, 걸린 뒤 1년 안팎에 숨지거나, 특별한 치료법이 없는 점이 비슷하다. 인구 100만명당 0.5~1명쯤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공식적으로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인간 광우병은 한건도 없다. 따라서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의 진단 체계를 살펴 인간 광우병 신고·진단 능력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올해 2월 ‘관리 지침’을 개정해 신경과 전문의가 일하는 전국 328개 의료기관을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의 ‘표본감시의료기관’으로 지정해 감시 체계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광우병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이 병 발생이 18명으로, 2000년대 초반의 5~9명에 견줘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 병을 확진하는 과정부터 의구심이 일고 있다. 정해관 성균관대 의대 교수는 “인간 광우병은 뇌 조직을 떼어내어 조직 검사를 해야 확진된다”며 “현재 인간 광우병과 관련해 부검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전국에서 한 곳뿐”이라고 말했다.

의심 사례가 생기면 주검을 멀리 옮겨야 하는데, 그럴 적절한 방법도 없는 형편이다. 병원들도 부검 도구를 폐기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 광우병 부검 소식만으로 병원을 기피할 수 있다는 점 등 때문에 적극적이지 않다.

정 교수는 “적절한 부검 시설과 지원 체계를 갖춰 제때에 진단해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무엇보다 광우병 위험이 있는 소나 위험 물질 부위는 수입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다른 나라보다 부검을 기피하는 환경에서, 인간 광우병이 생겨도 보고조차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