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누가 퍼뜨렸는가…’광우병 괴담’의 진원지를 찾아서”

  ”누가 퍼뜨렸는가…’광우병 괴담’의 진원지를 찾아서”  
  [기고] 대중을 기만하는 비겁한 ‘전문가’를 고발한다  

  2008-05-11 오후 12:08:35    

  

  
  지금 한국 사회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 논란이라는 커다란 소용돌이의 한 가운데에 있다.
  
  나는 이 엄청난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에 자칭 광우병 전문가들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사실을 보고 깜짝 놀라 자빠지는 줄 알았다. 그동안 꼭꼭 숨어있던 전문가들이 어디서 이렇게 갑자기 나타난 것일까? 정부가 느닷없이 “한국인이 광우병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은 괴담”이라고 규정하자 자칭 전문가이 나선 것이 나로서는 수상쩍기만 하다.
  
  신희섭 KIST 센터장, 양기화 대한의사협회 전문위원 등은 “한국인 등 동아시아인은 광우병에 저항성을 보이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서양인에 비해 더 많다”며 “특정한 하나의 유전자 때문에 인간광우병에 더 잘 걸린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급기야 미국 농무부의 레이먼드 차관까지 나서서 “아시아인이 유전자 측면에서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그 가능성은 0%라고 본다”며 “팩트는 팩트다”라고 설명했다.
  
  김용선 한림대 교수의 비서는 “(김 학장이) ‘언론이 논문 내용을 본인의 의사와 달리 과장해서 표현한 부분이 있어서 곤욕을 많이 치렀다’며 언론의 접촉을 피하고 해외로 출국했다”고 해명했다. 어떤 전문가는 김 교수의 논문이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sCJD)’에 관한 내용이지 인간광우병(변종 크로이트펠트-야코브병, vCJD)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는 엉터리 해석까지 해준다. 과연 그럴까? 그 엉터리 전문가는 객관적 사실이라도 제대로 알고 그런 점괘 같은 해석을 한 걸까?
  
  그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괴담의 정확한 진원지를 찾아가보자.
  
  우선 괴담은 <의학신문> 2003년 5월 29일(목)자에 실린 김용선 교수(한림대 의과대학)의 ‘CJD란 무엇인가?’라는 논문의 결론에서 출발한다. 김용선 교수는 “최근 국립보건원과의 공동 연구로 국내 정상인 500명을 대상으로 프리온 유전자의 코돈 129번의 다형성을 분석한 결과 95%에서 메티오닌 동질접합체가 나타나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제일 높은 메티오닌 동질접합체를 가지고 있는 민족으로 보고될 전망이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와 같은 사실은 최근 학계에 보고된 vCJD의 경우 코돈 129번 다형성은 100% 메티오닌 동질접합체에만 나타나기 때문에 국내 정상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vCJD에 걸릴 확률이 전 세계적으로 제일 높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덧붙였다.
  
  김용선 교수는 2001년경부터 인간광우병(cCJD)과 유전자의 관련성에 관한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한겨레> 2001년 3월 12일자, “잠들지 않는 광우병 공포 ‘한국도 몇 년 내 발생할 가능성’”) 그리고 김용선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2004년 <가정학회지>와 2005년 10월판 <뉴로제네틱스> 온라인판에 ‘한국인 프리온 단백질 유전자의 다형성질(Polymorphisms of the prion protein gene in a Korean population)’이라는 제목으로 실리기도 했다. 이때 이른바 이 많은 전문가는 무엇을 했었나? <의학신문>, <가정의학회지>, <뉴로제네틱스>에 실린 김용선 교수팀의 연구 결과를 놓고 제대로 된 동료비판(Peer Review)을 했어야 옳지 않을까?
  
▲ 지난 6일 서울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2차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는 보건복지가족부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 2006년 질병관리본부에서 작성한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 표본 감시·관리 지침’의 41쪽에도 인간의 후천성전염성해면상뇌증(TSE)의 역학적, 임상적 양상을 분석하면서 유전자형은 산발성(sCJD)에서는 MM형이 73%, VV형이 15%이며, 변종(vCJD)에서는 MM형이 100%라고 밝히고 있다. ⓒ뉴시스  

  정부는 2007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 개정 협의 대비 전문가 회의’에 김용선 교수를 외부 전문가로 참여시켰다. 김 교수는 2005년에도 전문가회의에 참여했다. 농림부가 2007년 9월 21일에 작성한 ‘제3차 전문가 회의 자료’에서는 “골수의 위험성과 뼈를 고아먹는 우리의 식문화와 인간광우병에 유전적으로 민감한 우리 민족의 유전적 특성을 고려할 때 (사골, 골반뼈, 꼬리뼈도) 수입 금지”를 해야 한다는 검토 의견을 밝혔다.
  
  2006년 질병관리본부에서 작성한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 표본 감시·관리 지침’의 41쪽에도 인간의 후천성전염성해면상뇌증(TSE)의 역학적, 임상적 양상을 분석하면서 유전자형은 산발성(sCJD)에서는 MM형이 73%, VV형이 15%이며, 변종(vCJD)에서는 MM형이 100%라고 밝히고 있다.
  
  2007년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주)에스엔피제네틱스에 용역을 준 ‘국내 사육 소의 BSE 감수성 인자 분석 연구(주관 연구 책임자 : 신형두)’의 연구 결과 보고서에서는 “프리온 질병은 프리온 유전자 다형성에 따라 감수성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이라며, “최근 소의 프리온 유전자 인트론 부위의 다형성 차이에 따라 BSE 감수성 및 잠복기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음”이라고 밝히고 있다.
  
  심지어는 정부가 “한국인이 광우병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은 괴담”이라고 발표한 이후인 지난 5월 8일 한림과학원에서 열린 긴급 전문가 토론회에서 국내 광우병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소개된 이영순 교수(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도 ‘광우병의 국제적 발생 동향과 우리의 대응 방안’이라는 발표 자료에서 “(3) 따라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식용동물(소, 돼지 등)에서 살코기 이외에 특히 SRM(광우병 특정 위험 물질)을 즐겨 먹는 식습관은 광우병 시대에 매우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SRM의 정의를 확실히 하고, 설정된 부위의 제거 방법, 제거된 SRM의 처리 방법 등을 법으로 정해야 한다. (4) 또 한 가지, 우리나라 국민의 유전자형이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로는 광우병에 위험성이 매우 높은 genotype(유전자형)을 가지고 있어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이영순 교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 협상과 관련해 정부가 위촉한 민간 전문가로도 활동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2008년 4월 28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 협상을 졸속으로 타결한 이후 이 모든 내용을 괴담이라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괴담을 유포시킨 김용선 교수, 이영순 교수를 비롯한 민간 전문가와 농림부 및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을 먼저 처벌해야 옳지 않을까? 어떻게 광우병 괴담을 유포시킨 사람을 정부의 전문가 회의에 참석시키고, 그 학자가 책임을 맡고 있는 한림대 CJD 진단센터에 수십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국고를 지원했다는 말인가?
  
  과학적 사실은 정권이 바뀐다고 변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까지 드러난 과학적 사실은 인간광우병이 발병하여 사망한 사람은 거의 99% 이상이 MM형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MV형 유전자형이나 VV형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도 인간광우병에 감염돼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MM형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잠복기가 짧아 발병시기가 빠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정 민족이 보다 더 광우병 취약한지에 대한 여부는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힘들다. 다만 역학적으로 MM형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들이 잠복기가 짧아 발병시기가 빠르다면 특히 MM형 유전자형이 많은 집단은 인간광우병에 대한 주의를 더 각별히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MV형, VV형 유전자도 인간광우병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 인간광우병의 새로운 발병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과학적 사실이 충분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과학적 진실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할 수 있다.
  ’괴담’의 진원지, 김용선 교수의 ‘CJD란 무엇인가?’
  
  국내에서 동물의 경우는 최근 사슴에서 발생되는 프리온 질병의 하나인 만성소모성질환(chronic wasting disease, CWD)이 발견되었으나 아직까지 소에서 발생되는 프리온 질병의 하나인 우해면상뇌병증, 일명 광우병은 보고되고 있지 않은 가운데 2001년 CJD로 의심된 36세의 조○○ 환자가 국내에서 최초로 발생된 변종 CJD일 가능성이 의심되어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 환자의 경우는 프리온 유전자의 코돈 129번에서 메티오닌 동질접합체를 보였으며, 발병 나이가 젊고 발병 후 1년 이상 생존하였다는 점에서 변종 CJD환자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조직 생검을 통한 변형된 프리온 단백의 검사에서 PrPSc의 type이 웨스턴 블럿상 변종 CJD에서 나타나는 type 4형이 아니라 산발성 CJD에서 나타나는 type 1으로 나타남으로서 이 환자는 최종적으로 산발성 CJD로 결론을 내린 적이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소에서 광우병이 발병되지 않아 변종 CJD 발병에 대해서는 안전지대로 생각되지만 우리와 가까운 일본에서도 광우병이 이미 발견되고 있으며, 최근 국립보건원과의 공동연구로 국내 정상인 500명을 대상으로 프리온 유전자의 코돈 129번의 다형성을 분석한 결과 95%에서 메티오닌 동질접합체가 나타나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제일 높은 메티오닌 동질접합체를 가지고 있는 민족으로 보고될 전망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최근 학계에 보고된 변종 CJD의 경우 코돈 129번 다형성은 100% 메티오닌 동질접합체에만 나타나기 때문에 국내 정상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변종 CJD에 걸릴 확률이 전 세계적으로 제일 높다는 것을 암시함으로서 향후 국내에서 광우병의 발생에 대한 보다 철저한 감시 체계의 구축뿐만 아니라 국내 발생 CJD환자의 정확한 진단 및 관리 체계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된다. (<의학신문> 2003년 5월 29일(목), 제3288호:29-30)

    
  

  박상표/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