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미-EU 약한 규정만 짜깁기 ‘, 한미 쇠고기협상 SRM 기준, EU 규정에 크게 못 미쳐?

미-EU 약한 규정만 짜깁기하면 ‘국제적 기준’?
한미 쇠고기협상 SRM 기준, EU 규정에도 크게 못 미쳐

이경태 (sneercool)

▲ <조선일보> 16일자 등뼈 위험부위는 한국에 안들어온다” 기사 중 일부.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는 “당초 한미 쇠고기 협상 시작 전에 미국 규정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우리는 광우병 경험이 더 풍부한 EU 규정을 가지고 협상에 임했다”고 말했다.
ⓒ 조선일보 PDF        

광우병 쇠고기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결정된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SRM) 기준이 사실상 누더기로 조합된 ‘국제적 기준’임이 밝혀졌다.

지난 14일 <오마이뉴스>의 ‘SRM에서 슬쩍 빠진 부위들 마구 몰려올 판. 미 FDA보다 못한 ‘한국 쇠고기수입기준”을 통해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수입이 허용된 SRM 부위가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지정한 SRM 부위임이 드러난 데 이어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EU의 SRM 부위 규정에도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농식품부의 변명 “광우병 경험이 더 풍부한 EU 규정을 가지고 협상했다”

농식품부는 지난 14일, 15일 연일 보도자료를 통해 새로운 수입위생조건에서 SRM 부위의 범위가 미 FDA의 SRM 부위 범위보다 축소된 것에 대해 해명하고 나섰다.

농식품부는 “‘새로운 수입위생조건 용어의 정리 1-1′에 의거 미국 육류검사법에 기술된 소의 모든 식용부위에서 생산된 제품만을 포함해 미국에서 식용으로 규정되지 않은 제품이 국내로 수출될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또 “척주의 위험성은 뼈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고 척주내 등배신경절에 위험물질이 들어있어 SRM으로 규정되고 있는 것”이라며 “횡돌기와 극돌기 등은 위험물질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농식품부 관계자는 “한미 쇠고기 협상 시작 전에 미국의 규정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우리는 광우병 경험이 더 풍부한 EU 규정을 가지고 협상에 임했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농식품부가 협상에 이용했다는 EU 규정을 살펴본 결과 정부가 EU 규정 중 미국과 국제수역사무국의 SRM 기준보다 약화된 부분만을 적용했음이 드러났다.

EU는 전 연령 소의 모든 내장 제거… 도대체 무엇을 보고 협상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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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FSA가 지난 4월 28일 완화시킨 SRM 부위 기준. 영국은 모든 연령의 소에서 십이지장·대장 및 장간막·편도 등 내장을, 12개월령 이상인 소에게서는 3차 신경절이 뻗어나가는 아래턱뼈를 제외한 두개골과 뇌 그리고 눈 및 척수를 제거한다.
ⓒ 영국 FSA(Food Standards Agency)        
광우병 쇠고기

EU의 공식 문건을 살펴보면 ‘광우병 위험 통제국’인 미국산 소의 경우, 12개월 이상의 소에서 두개골·눈·뇌·편도·척수 등 총 5가지를 SRM 부위로 지적하고 제거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또 모든 월령의 소에게서는 십이지장에서 대장까지 모든 내장을 제거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현재 논란중인 척추의 횡돌기와 극돌기 부분은 영국의 경우를 살펴볼 만하다. 영국의 FSA(Food Standards Agency)의 SRM 부위 규정은 한미 쇠고기 협상 이후인 지난 4월 26일자로 완화됐지만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결정된 수입위생조건보다는 훨씬 엄격하다. 영국은 이번 개정 전까지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 제거 지침서’에 경추·흉추의 횡돌기를 살코기에서 제거할 것을 명시해 놓았다.

영국은 모든 연령의 소에서 십이지장·대장 및 장간막·편도 등 내장을, 12개월령 이상인 소에게서는 3차 신경절이 뻗어나가는 아래턱 뼈를 제외한 두개골과 뇌 그리고 눈 및 척수를 제거한다.

30개월령 이상인 소에서는 지금까지 언급한 SRM 부위와 함께, 경추·흉추의 횡돌기와 꼬리뼈, 천추의 날개를 제외한 척추를 제거하지만 역시 이번에 수입이 허용된 천추의 정중천골능선도 SRM 부위에 포함시켰다.

“미 축산업자 이익 지키는 누더기 SRM 부위 기준 만든 셈”

결국 “EU 규정을 가지고 협상에 임했다”는 정부의 변명은 이에 비춰볼 때 거짓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미 FDA의 SRM 부위 규정과 함께 보면 한미 쇠고기 협상에서 통과된 새로운 수입위생조건의 SRM 부위는 미국과 EU 기준 중 약화된 부분만 가져다 모아놨다. 뼈는 미국보다 약화된 기준을 가지고 있는 EU 기준을, 내장은 EU보다 약화된 미국의 기준을 따른 셈이다.

한편, 이에 대해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1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국제적 기준이라고 정부가 말했지만 솔직히 국민의 생명을 위한 기준이 아니라고 본다”며 “국제수역사무국과 미국, EU 등 각 조항 중 미국 축산업자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 누더기 기준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 미 FDA SRM 부위 기준에도 못 미쳤던 한국의 수입위생조건이 EU의 SRM 기준에 비교할 때도 확연히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 정의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