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이마트·홈플러스 지난 3월 美목장 공짜 시찰

이마트·홈플러스 지난 3월 美목장 공짜 시찰
입력: 2008년 05월 27일 18:23:39
  

ㆍ美 육류협 경비부담

국내 대형 마트들이 쇠고기 협상을 앞둔 지난 3월 미국육류수출협회(USMEF)가 진행한 시찰 행사에 참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비까지 미육류수출협회에서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육류수출협회는 27일 국내 대형 마트의 육류담당 바이어들을 초청, 지난 3월13일부터 9일간 ‘유통업체 바이어 미국&일본 육류산업시찰’ 행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협회는 미국 내 쇠고기 생산·수출업자들이 설립한 비영리기구다.

당시 행사에 참여한 신세계 이마트와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등 국내 업체 관계자들은 일본에서 열린 식품박람회 ‘Foodex Japan 2008’을 참관한 뒤 미국 현지 목장과 비육장, 쇠고기와 돼지고기 생산공장 등을 견학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회는 “왕복항공료와 숙박비 등 경비를 부담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일정과 참석 업체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협회 측은 “특정 목적을 위해 행사를 진행한 것은 아니다”라며 “바이어들에게 미국산 육류의 이해를 돕고자 마련한 연례적 행사”라고 말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미국뿐 아니라 호주육류협회 등도 이 같은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며 “협회들이 각자의 상품에 대해 홍보하는 자리를 견학하는 것은 제품을 구매하는 바이어들의 일반적인 업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협력사로 하여금 출장 등의 명목으로 편의 등을 제공해선 안된다’는 ‘신세계 윤리규범’ 제4장에도 배치되는 셈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도 “올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된다는 말이 나오면서 연초에는 수입 계획을 세웠다”며 “현지 시찰 기회가 있어 참여한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한·미간 쇠고기 수입 협상이 중단됐을 때 이런 행사에 참여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대책위 변혜진 정책팀장은 “미국육류협회에는 다우너소(일어서지 못하는 소)를 도축하고 지난해 대규모 쇠고기 리콜 사태를 부른 ‘카길’ 등과 같은 업체도 포함돼 있다”며 “신세계와 홈플러스가 미 육류 업체들의 장학생이냐”고 비판했다.

그는 “광우병 위험 소의 국내 수입에 압력을 넣는 미 단체의 홍보 활동에 참여한 것 자체가 문제”라고 덧붙였다.

서울YMCA 추선희 간사는 “협회 측이 선별한 장소만을 둘러본 것이 쇠고기 안전성을 판단하는 정확한 시찰이 됐을지 의문”이라면서 “업체의 이익 추구도 중요하지만 논란이 있는 만큼 먹거리 안전을 먼저 검토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