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시식하는 의사들 창피하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의협 ‘시식회’ 비판 성명 발표
장윤선 (sunnijang)
▲ 경제·의료계 인사, 미국산 쇠고기 시식회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회장(맨 왼쪽),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왼쪽에서 두번째), 권이혁 대한의사협회 고문(왼쪽에서 세번째) 등 경제계와 의료계의 주요인사들이 9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시식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의학회는 이날 시식회에서 촛불시위 등 쇠고기와 관련된 소모적인 논쟁을 자제해 줄 것을 호소했다.
ⓒ 연합뉴스 김주성
“한국 의사들의 의견도 묻지 않은 채 마치 의사들을 대표하는 것처럼 행동해 한국 의사들과 나아가 보건의료인들의 명예를 심대하게 실추시킨 데 대해 책임을 지고 오늘 시식회에 출석한 인사들에게 그 대표직을 사퇴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9일 오후 성명을 내고 의사협회와 의학회의의 미국산 쇠고기 시식회를 규탄했다.
이들은 “주수호 대한의사협회장 등 의료계 인사들이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며 대한상공회의소등의 기업 인사들과 미국산 쇠고기 시식회를 열었다”며 “작은 가능성이라도 생명을 위협할 위험이 있다면 사전예방 원칙에 따라 피하라고 적극 권고해야 할 의사들이 앞장서서 미국산 쇠고기를 시식하는 데 분노를 넘어 연민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의사들의 미국산 쇠고기 시식회는 과학적 근거와 거리가 멀다”며 “국제적으로 시행하는 광우병의 감염방지를 위한 4가지 기본원칙 즉 사료규제, 전수검사, SRM제거, 이력추적제 중 미국이 지키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광우병 발생국 중 동물성 사료를 그것도 SRM을 제거하지 않은 동물성 사료를 쓰는 것은 미국 하나이며, 일본과 유럽과 달리 도축소 전체나 위험도축소 전체에 대해 전수검사는커녕 도축소의 0.1%에서만 광우병 검사를 하는 나라가 미국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SRM 제거도 최근 빈번한 리콜조치에서 잘 보이듯이 제대로 제거를 하지 못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SRM으로 지정된 대장과 소장을 SRM으로 지정조차 하지 않고 있는 나라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 의사들이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에 대해 경고하기는커녕 앞장서서 쇠고기 시식회를 한 것은 한 마디로 ‘의사들의 창피’라고 자성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미국 질병관리본부는 유럽 또는 광우병 발생국에 여행하는 사람들이 음식으로부터 인간광우병에 전염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쇠고기나 쇠고기 제품을 아예 피하거나 또는 살코기 조각만을(뇌나 햄버거나 소시지 같은 쇠고기 제품 대신에) 선택하는 것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하고 있음에도 “한국의 의사 원로나 대표들이 앞장서 미국산 쇠고기를 시식한 것은 의사로서 자격이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특히 주수호 의협회장이 “미국산 쇠고기 제품을 먹고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은 실질적으로(really) 0%이고 추가협상을 통해 30개월령 미만 쇠고기만을 들여오고 여기에 SRM을 제거하였으므로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은 더 낮다”고 말했는데, 이것은 기본인식에 상당한 문제가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한국사람이 가장 많이 먹는 SRM인 창자부위는 그대로 수입된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거나 왜곡된 사실을 가지고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오늘 이들이 시식한 쇠고기는 새로운 수입위생조건에 따른 쇠고기가 아니라 과거 수입위생조건에 따른 30개월 미만의 살코기”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과연 이 인사들이 한국의 의사 전체를 대변하는 사람들인지 의문이 든다”며 “한국 의사들의 의견도 묻지 않은 상태에서 광우병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조차 제대로 묻지 않고 시식회 행사를 열고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주장한 것은 명백한 월권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성명에는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등이 참여했다.
2008.07.09 21:34 ⓒ 2008 Ohmy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