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정책 방향 재검토” 힘실릴 듯
[한겨레] ‘의료비 급등·양극화’ 불안감 표출
[제주 영리병원 제동 파장]
“보건의료정책 방향 재검토” 힘실릴 듯
제주에 국내 자본의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려던 정책에 제동이 걸리면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상업화’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 내 자본의 영리법인 병원 설립은, 민간 의료보험 활성화와 함께 의료 민영화 정책의 골간으로 꼽혀 왔다. 이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에 영리병원을 허용하는 방안은, 현 정부의 의료 민영화 정책의 첫 시험대로서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민적 주목을 받아 왔다. 제주도가 서귀포시에 조성하려는 헬스케어타운에는, 2년 전 외국인 자본의 영리병원 설립이 허용됐으나 투자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에 다시 국내 자본의 투자 길을 열려 했으나 이 또한 막힌 셈이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국내 자본의 영리병원 설립이 허용되면, 병원이 수익성을 좇게 되면서 건강보험 가입 환자는 외면하고 의료비가 오를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제주에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인천·부산 같은 경제자유구역에도 허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되면서 전국에 영리병원이 들어설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반면 제주도와 정부는 민간 자본의 병원 투자를 끌어내어 의료 서비스 질을 높이고 의료 관광의 발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이번 여론조사는 제주도민들이 영리병원 등장에 따른 의료비 상승, 의료 이용의 양극화를 염려하고 있음을 여실시 보여줬다. 제주도가 홍보한 ‘병원 투자 유치 효과’를 기대하는 이는, 찬성자 가운데서도 드물었다. 제주도가 거의 모든 공무원을 동원해 여론 조성에 나섰는데도 제주도민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 것이다. 이상이 제주대 의대 교수는 “영리병원이 가져올 여파를 도민들이 정확히 파악하고 있고, 이는 전국적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보건의료단체연합, 참여연대 등은 “의료 민영화를 반대하는 촛불 민심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또 의료 민영화 반대 여론이 확인됐다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쪽으로 정책을 바꿀 것을 촉구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의료 관광 활성화’ 추진 의지를, 기획재정부는 ‘의료산업 육성’ 정책을 거듭 밝혀 왔다. 김창보 시민건강증진연구소장은 “이를 계기로 의료 시장화·민영화가 아니라 의료의 공공성 강화 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강립 복지부 의료정책과장은 “제주에 영리병원이 허용돼도 어차피 실험적인 성격이었던 정책”이라며 “제주도가 여론조사로 결정한 이상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2008-07-28 22:18 | 최종수정 2008-07-29 0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