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리법인 병원 추진, 이참에 포기해야
제주도민들이 영리법인 병원 도입을 무산시켰다. 24~25일 이틀 동안 벌인 여론조사에서 제주도민들은 반대 39.9%, 찬성 38.2%로 제주도에 국내 영리법인 병원을 유치하려던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여론조사에서 과반수의 찬성이 있으면 이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던 김태환 제주지사는 어제 도민의 뜻을 받들어 이번 제주특별자치도법 개정안에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제주도의 영리법인 병원 도입은 정부의 의료 민영화 계획의 시금석으로 주목됐다. 제주도에 도입될 경우, 다른 경제자유지역을 거쳐 나라 전체로 확산되는 수순으로 가게 돼 있었다. 김 지사가 어제 회견에서 “여건이 성숙되면 도민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한 토론을 거쳐 (다시) 추진하겠다”고 말한 것은 집권층의 의료 민영화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재확인시켜 준다.
그러나 김 지사는 제주도의 전체 행정력을 동원하다시피 해서 일방적인 찬성 홍보를 했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온 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제주도는 공무원들에게 지역별 책임을 부과하고 사무관급 이상 공무원 부인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여는 등 10만여명 이상에게 직접홍보 활동을 벌였다고 한다. 또 영리법인 병원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단체들까지 찬성 광고를 내도록 동원했다.
그러나 도민들은 영리병원 도입이 도가 주장하는 투자유치 환경 조성이나 의료 인프라 확충보다는 의료비 급등과 의료서비스 양극화 심화 등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많은 연구 결과,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영리법인 병원 도입은 의료비 급등과 의료 왜곡을 가져옴이 입증됐다. 또 영리병원에 건강보험 당연 지정제를 적용할 경우엔 건강보험 재정의 고갈로, 당연 지정제 대상에서 제외할 경우엔 의료 양극화를 통한 건강보험 체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제주도민이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우려는 제주도민만의 것이 아니다. 촛불시위 과정에서도 많은 이들이 정부의 의료 민영화 계획에 불안을 드러냈다. 공공 의료체계의 훼손 가능성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이렇게 분명히 드러난 마당에 정부가 더는 영리법인 병원 도입을 비롯한 의료 민영화 정책을 추진하려 해선 안 될 것이다. 김 지사처럼 국민을 호도할 방책을 마련해 재추진하려는 잔꾀를 쓰는 일은 더욱 위험하다.
기사등록 : 2008-07-28 오후 09:2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