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질병기록 기웃대는 금융위
입력: 2008년 07월 30일 18:19:25
ㆍ‘보험사기 조사’ 명분 열람 추진…민간 보험사와 공유 목적 의혹
금융위원회가 건강보험 가입자의 개인 질병정보 열람을 추진하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민감한 개인정보가 금융위를 통해 민간보험사로 유출될 가능성도 있어 시민단체들은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30일 “보험사기 조사를 위해 건강보험공단을 비롯한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를 금융위 차원에서 열람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보험업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가 ‘보험사기 조사 목적’이란 단서를 달았지만 이번 ‘개인 질병정보 열람권 요구’는 상당한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해당 고객의 건강보험 관련 진료정보가 민간보험사로 새어나갈 우려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경제 부처들이 건보와 민간보험사의 가입자 정보 공유를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이 같은 금융위의 움직임은 결국 민간보험사에 개인 정보를 내주기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의혹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민간보험사는 개인질병정보를 확보하게 되면 위험인자를 가진 고객의 보험가입을 거절하는 등의 방식으로 수익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
건강연대는 이날 긴급성명을 통해 “개인의 질병정보는 가족들 간에도 비밀을 유지하고 싶을 정도의 민감한 사항”이라며 “이러한 정보를 금융위에 제공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헌법이 보호하고 있는 개인 사생활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보건의료 분야 시민단체인 건강세상네트워크도 “사법부가 정보공개를 요청할 경우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건보공단 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는데도 금융위가 보험사기 방지를 위해 개인 질병정보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현재 검찰 등 수사기관은 보험관련 범죄가 발생하면 형사소송법 199조와 공공기관 개인정보 관련법 10조3항을 근거로 건보공단에 질병정보를 요청해 열람할 수 있다.
서울대 의대 이진석 교수는 “금융위가 추진하는 개정안은 오·남용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지적했다.
복지부도 즉각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복지부 임종규 보험정책과장은 “건강보험 가입자의 개인 질병정보를 민영보험과 공유하는 방안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금융사기 조사 목적이라도 개인정보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 확고한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김태현 보험과장은 “검찰이 인지수사를 하는 것보다는 금융위원회가 질병정보 열람권을 갖고 먼저 스크린을 해서 수사의뢰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보험사기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대책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홍진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