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모랄레스 “美대사 72시간내 떠나라”
남미 좌파세력이 반미(反美) 연대 강화에 시동을 걸면서 남미대륙에 또 다시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발단은 사회주의 개혁에 맞선 보수우파 야권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1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볼리비아.
볼리비아에서는 지난해 11월 말 집권 사회주의운동당(MAS)이 대통령 연임제한 철폐와 사유지 보유한도 규제, 에너지 산업 국유화 확대, 원주민 권익보호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개헌안을 통과시킨 이후 국토분열 가능성까지 우려되는 극한대립 양상을 계속하고 있다.
개헌안 통과 이후 야권의 주정부 자치권 확대 시도 속에 지난달 10일 정.부통령 및 주지사 신임투표를 치른 볼리비아는 전국 9개 주 가운데 5개 주가 모랄레스 대통령에게 완전히 등을 돌린 상태다.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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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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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시위는 이후 천연가스 시설과 공공기관, 고속도로 점거 등으로 확산됐으며, 급기야 11일에는 친(親)-반(反) 모랄레스 시위대가 유혈충돌을 일으키면서 최소한 8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부상하는 사태가 초래됐다.
시위 집중지역에 계엄령이 선포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모랄레스 대통령이 타깃으로 삼은 것은 미국.
모랄레스 대통령은 전날 볼리비아 주재 필립 골드버그 미국 대사를 ‘기피인물’로 규정하고 추방 결정을 내린데 이어 이날 다비드 초케우안카 외무장관을 통해 골드버그 대사에게 “72시간 안에 볼리비아를 떠날 것”을 명령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그동안 수 차례에 걸쳐 골드버그 대사가 볼리비아 보수우파 야권세력을 배후에서 지원해 볼리비아의 분리.분열과 정부 전복 음모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도 이날 숀 매코맥 대변인의 성명을 통해 워싱턴 주재 구스타보 구스만 볼리비아 대사에 대해 마찬가지로 추방 명령을 내리는 것으로 대응했다.
매코맥 대변인이 “골드버그 대사에 대한 추방 조치가 양국관계를 심각하게 손상시킬 수 있다”고 말하고, 토머스 샤논 미국 국무부 중남미 담당 차관보도 “매우 유감스럽고 잘못된 일”이라는 견해를 밝히면서 미-볼리비아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이다.
골드버그 대사에 대한 추방 결정은 그가 최근 볼리비아 최대 야권지역인 동부 산타크루스 주의 루벤 코스타스 주지사와 회동을 가진 사실이 직접적인 이유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모랄레스 대통령의 미국 대사 추방 조치는 이념적 동지 관계를 맺고 있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의해 즉각적으로 떠받쳐졌다.
차베스 대통령은 “모랄레스 대통령이 쿠데타 모의에 연루된 미국 대사를 추방한 것에 연대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이날 페트릭 더디 베네수엘라 주재 미국 대사에게 “72시간 이내에 베네수엘라를 떠날 것”을 명령했다. 베르나르도 알바레스 워싱턴 주재 베네수엘라 대사에게는 소환 명령을 내렸다.
네스토르 키르츠네르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룰라 브라질 대통령,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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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스토르 키르츠네르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 룰라 브라질 대통령,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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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대통령이 미국 대사 추방 조치를 내린 것은 공교롭게도 미국이 연루된 군부의 쿠데타 음모를 적발했다는 발표와 함께 나와 반미 연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현역 및 예비역 장교들이 지대공 미사일을 이용해 대통령 전용기를 격추시키거나 폭격기로 대통령궁을 공격하는 방안을 전화로 논의했다”면서 증거를 제시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와 함께 미국에 대한 석유 수출 중단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극단적인 반미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미 최대국 브라질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모랄레스 대통령과 차베스 대통령,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 등과 잇따라 전화통화를 하며 모랄레스 대통령에 대한 ‘조건없는 지지’ 의사와 함께 볼리비아 사태 해결을 위한 중재에 나설 뜻을 밝혔다.
눈길을 끄는 것은 룰라 대통령이 마르코 아우렐리오 가르시아 외교보좌관을 통해 “남미 각국은 볼리비아에서 쿠데타가 발생할 경우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점이다. 그러면서 브라질.아르헨티나.콜롬비아로 이루어진 ‘볼리비아의 친구들’을 통해 볼리비아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의중을 나타냈다.
룰라 대통령은 경제정책에서는 시장원리를 중시하고 있지만 그 역시 이념적으로는 중도좌파 출신이다. 최소한 심정적으로 나마 모랄레스 대통령과 차베스 대통령이 주장하는 미국의 쿠데타 음모론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오는 11월 실시되는 러시아와 베네수엘라의 합동군사훈련은 남미 좌파의 반미 연대에 또 다른 자극제가 될 전망이다. 러시아는 합동군사훈련을 위해 베네수엘라에 Tu-160 장거리 전략폭격기 2대를 파견한 상태다.
차베스 대통령은 Tu-160 전폭기의 훈련 참여가 “지구촌의 다극화 현상을 의미한다”면서 러시아와의 군사협력 확대.강화에 강한 의욕을 나타내고 있다.
브라질 일간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는 이날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브라질-베네수엘라 국방협력 협정에 따라 브라질 국방부 참관단이 러시아-베네수엘라 합동군사훈련에 참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브라질 정부는 미국 해군이 최근 남미 해안과 카리브 해역을 관할하는 제4함대를 재창설한데 대해 “대서양 연안에서 잇따라 발견되고 있는 심해유전을 겨냥한 것”이라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어 남미 좌파와 러시아의 밀착을 이용해 미국을 견제하는 행보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남미 좌파연대에 더욱 힘이 실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모랄레스.차베스 대통령과 함께 남미 좌파 3인방으로 불리는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오는 28일 개헌안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베네수엘라는 11월 중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으며, 모랄레스 대통령은 12월 7일 또는 내년 1월 25일 개헌안 국민투표 실시 방침을 밝혔다.
현재 거칠고 빠른 호흡으로 나타나고 있는 반미 연대 움직임은 남미 좌파정권의 향후 정치 일정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 기사입력 : 2008-09-12 13:30:22
* 최종편집 : 2008-09-12 14: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