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미 월가 ‘도미노 파산’ 공포 세계금융 후폭풍 불가피

미 월가 ‘도미노 파산’ 공포 세계금융 후폭풍 불가피
리먼브러더스 파산…메릴린치, BOA에매각…AIG도 신용위기

국내 금융회사들 리먼브러더스에 7억달러 투자
한겨레         이정애 기자 김수헌 기자

158년 역사를 가진 투자은행이자 증권회사인 리먼브러더스가 매각작업 불발로 끝내 파산을 신청하고, 미국 3위 투자은행인 메릴린치는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불과 이틀 협상으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경영권을 넘겼다. 또 세계 최대 보험사인 에이아이지(AIG)가 부실 누적으로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내몰리는 등 세계 금융의 심장인 미국 월가가 대격변을 맞고 있다.

리먼브러더스는 15일(현지시각) 뉴욕 남부지방법원에 파산보호(챕터 11,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리먼브러더스는 증권 관련 자회사들은 이번 파산보호 신청 대상에서 제외했다. 리먼의 파산 신청은 지난 주말 뱅크오브아메리카, 바클레이스 등 유력한 인수 후보들이 미국 정부의 금융지원 불가 방침에 따라 인수 포기를 선언한 뒤, 곧바로 이 회사 이사회에서 결정됐다.

‘제2의 리먼’으로 지목돼 온 메릴린치도 미국 최대 소매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한테 500억달러를 받고 경영권을 넘기는 협상을 15일 마무리했다. 지난 3월 베어스턴스 파산에 이어, 리먼브러더스와 메릴린치까지 줄줄이 간판을 내리면서 월가는 1930년대 세계 대공황 이후 최대 충격에 휩싸였다. 미국 금융계에서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부실에 따른 금융계의 ‘도미노 파산’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 몰린 미국 최대 보험회사인 에이아이지가 14일 밤 연방준비은행에 400억달러의‘브리지론’을 요청하는 등 신용위기가 금융권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금융당국에는 비상이 걸렸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긴급 대출 프로그램의 담보허용 범위를 늘리고 투자은행에 대한 기간대출(TSLF) 규모도 2천억달러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제이피모건체이스와 메릴린치 등 주요 은행 10곳은 70억달러씩의 출연금으로 모두 700억달러 시장안정기금을 조성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이날 금융시장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시장에 300억유로를 투입하고,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단기 금융 시장에 50억파운드(63억유로)를 지원하기로 했다.

중국은 6년 만에 대출금리와 지급준비율을 인하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국가 경제의 안정적이고 빠른 성장을 위해 대출금리와 지급준비율을 각각 0.27%포인트, 1%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1년만기 대출금리는 16일부터 7.47%에서 0.27%포인트 내린 7.20%, 지급준비율은 25일부터 17.5%에서 1%포인트 내린 16.5%로 조정됐다. 중국의 금리 인하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경제가 침체하는 상황에서 중국 경제의 동반하락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주말 미국 월가의 대격변 소식으로, 유로와 엔 등 주요국 통화에 대한 미국 달러화의 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미국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폭락하는 등 전세계 금융시장에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9월 위기설’을 가까스로 넘긴 우리 금융시장에도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16일 아침 8시 서울 반포동 팔래스호텔에서 기획재정부 1차관, 금융위 부위원장, 한국은행 부총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금융상황 긴급점검회의를 열어 리먼브러더스 파산 등에 따른 국내 금융회사의 손실과 금융시장에 끼칠 영향을 논의하고 대응책을 마련한다.

이정애 김수헌 기자 hongby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