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알선 이어 ‘의료채권’도 국회로(!)
‘의료채권법 제정안’ 14일 국무회의 통과…시장경쟁논리 부채질 우려
2008년 10월 14일 (화) 강민홍 기자 rjunsa@gunchinews.com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유인‧알선 허용, 부대사업 범위 대폭 확대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된 데 이어, 조만간 의료기관들의 ‘의료채권 발행 허용’도 국회에 상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늘(14일)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채권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채권법) 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의료채권법 제정안이 조만간 국회에 상정되면 그야말로 올해 정기국회는 ‘의료시장화 법안’들만의 리그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국무회의에 모습을 드러낸 의료채권법 제정안은 작년 10월 18일부터 11월 7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1년여 간의 보완작업을 거쳤다고 하나, 입법예고 안과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법예고 당시 시민사회단체를 비롯 의약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문제점들을 지적했으나, 당시 지적됐던 문제점들을 보완한 흔적이 거의 없는 것이다.
복지부는 제정안의 취지에 대해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은 금융권 차입 외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제도화된 수단이 없는 실정”이라며 “의료기관을 개설한 비영리법인에게 「상법」상 ‘회사채’ 형식의 유가증권인 의료채권의 발행을 허용해 장기 저리의 안정적 자금조달 수단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의료채권의 발행기관은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의료법인, 사회복지법인, 학교법인 등 「민법」이나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으로 규정했다.
반면, 제정안 취지대로 ‘안정적 자금조달 수단’이 더욱 절실히 필요한 ‘개인 설립한 의료기관’과 특히 ‘공공보건의료기관’을 발행기관 대상에서 제외, 개인급 의원 및 공공의료기관 경영을 더욱 악화시키고 장기적으로 의료기관간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미국의 경우도 의료채권의 무분별한 발행을 막기 위해, 발행기관을 의료법인 등이 아니라 지자체에서 하도록 제한하고 있으며, 채권의 형태도 금융시장에서 유가증권처럼 유통될 수 있는 것이 아닌 ‘면세병원체’ 형태로 발행하고 있다.
그러나 제정안은 대형병원 위주의 의료법인‧학교법인 등에게 발행권한을 주도록 해, 무분별한 대형화 및 분원 설립이 가속화되도록 하고 있으며, 채권의 구체적인 형태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고 있다.
두 번째로 제정안은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의 ‘사용 용도’를 ▲의료기관 개설 ▲의료장비․의료시설의 확충 ▲의료인과 직원의 임금 ▲의학에 관한 조사․연구 등 7가지로 제한하고 있다.
장례식장, 주차장, 음식점 시설 및 운영 등 의료법상 부대사업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향후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유인알선이 허용되면, 이와 관련된 제반 인프라나 시설, 추가 부대사업 등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정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한 사용용도에 ‘의료기관 개설’을 명시하고 있으나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없어, 무분별한 분원 설립, 대형화를 막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제정안은 또한 발행할 수 있는 의료채권의 총액을 법인이 운영하는 모든 의료기관의 순자산액(총자산-총부채)의 4배까지 만으로 제한토록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의료채권의 모집․발행과 채권자 집회 중 기본사항은 商法상의 회사채와 동일하게 직접 규정하고, 그 밖의 사항은 준용토록 했다.
한편, 이번 의료채권법 제정안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교육과학기술부 및 법무부 등 관련부서와 합의를 이뤘으며, 행정규제도 규제개혁위원회와 합의됐다”면서 “작년 10월 입법예고 결과 특기할 사항이 없었고, 의료채권 발행의 투명성 강화와 관련된 1건의 규제신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