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규제완화가 경제위기 극복 지름길”
시정연설…”선제적이고 충분하며 확실하게 유동성 공급”
2008-10-27 오전 10:38:40
이명박 대통령은 27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일각에서는 이번 국제 금융위기를 맞아 금융규제를 강화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지만, 건전한 감독기능의 강화를 무조건 규제강화로 이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몸 부풀리기에 급급한 일부 금융권의 행태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위험 회피만을 위한 전당포식 금융관행에 안주해서도 안 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미국발(發)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금융규제 완화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모든 위험 사라질 때 기다리면 출항도 못해”
이 대통령은 “모든 위험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배는 결코 출항할 수 없다”며 “경제규모에 비해 경쟁력이 뒤떨어진 금융산업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 이명박 대통령. ⓒ뉴시스
이어 이 대통령은 “대신 옥석을 제대로 가리는 신용평가기능과 자산의 건전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며 “위험이 두려워 규제를 풀지 말자는 것은 선수 다칠까봐 경기에 내보내지 말자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또 이 대통령은 “정부는 좋은 규제와 나쁜 규제를 엄밀히 구분할 것”이라며 “경쟁을 촉진하고 민간의 창의를 북돋우는 규제개혁은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반면, 국민의 안전과 건강, 금융위험관리와 사후감독에 관한 규제는 보강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럴 때 나라 체질을 개선하고 사회 시스템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며 “과감한 규제개혁은 경제 난국을 극복하는 지름길로, 규제가 줄어야 투자가 늘어나고 일자리가 생겨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규 제완화와 함께 ‘MB노믹스’의 주축을 이루는 감세정책을 흔들림없이 추진하겠다는 뜻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는 지금 낮은 세율이 국가 경쟁력이라는 인식으로 세율인하 경쟁을 펼치고 있다”며 “감세는 경기 진작의 일환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내년 13조 원 수준의 감세를 통해 가처분 소득을 늘리고 투자를 촉진할 것”이라며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공포심’이 문제…스스로를 믿어야”
이 대통령은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가 더 걱정하는 것은 세계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의 침체로 파급되는 것”이라면서 “이것이 선진국에서 촉발된 지금의 금융위기가 더욱 심각하게 느껴지는 이유”라고 지적하면서도 적극적인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대통령은 “많은 분들이 이번 위기를 10년 전 외환위기와 비교하지만 단언컨데 지금 한국에 외환위기는 없다”며 “구제 금융을 받아야 했던 10년 전과는 상황이 판이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과연 우리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에 대해 저는 분명히 말씀 드리겠다”며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외환 보유고는 2600억 달러에서 2400억 달러로 약 8% 감소하는 데 그쳤다”며 “또 4/4분기부터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면 외환 상황은 훨씬 호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원화유동성도 마찬가지다”며 “정부는 금융회사든 일반 기업이든 흑자 도산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정부는 시장이 불안에서 벗어날 때까지 선제적이고(preemptive) 충분하며(sufficient) 확실하게(decisive)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문제는 실제 이상으로 상황에 과잉 반응하고 공포심에 휩싸이는 등 오히려 심리적인 것”이라며 “루스벨트 대통령이 세계 대공황 이후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고 한 것처럼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저력을 믿어야 한다”고 했다.
”품앗이와 십시일반 정신으로…”
국민적 단결과 국회의 협조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시련과 도전을 도약과 웅비의 자양분으로 삼아 발전해 왔다”며 “우리 국민은 시련 앞에 강하고, 도전 앞에 용감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만큼 어려움 앞에서 모두가 힘을 합친 아름다운 전통을 가진 나라도 찾아보기 어렵다”며 “외환위기 때 장롱 속의 금붙이를 꺼내 나왔던 그 손, 방방곡곡에서 몰려들어 검은 태안반도를 씻어낸 그 손이 바로 대한민국을 구해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품앗이와 십시일반(十匙一飯), 나아가 위기를 만나면 굳게 뭉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유전인자”라며 “지금이야말로 다시 한 번 우리의 힘과 지혜를 모을 때”라고 강조했다.
정 치권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경제살리기, 생활공감, 미래준비, 그리고 선진화 등 4대부문으로 구성된 국정과제의 추진에는 예산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면서 올해보다 7.2% 증가한 209조2000억 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 국회처리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예산이 확정되어야 재정집행계획도 세울 수 있다”며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조속히 예산을 확정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내가 가장 무거운 짐을 지겠다”
이 어 이 대통령은 “저는 대통령으로서 이 엄중한 상황을 헤쳐 나갈 역사적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난국을 슬기롭게 돌파하는 데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여기 계신 여러분도 정파의 차이를 넘어 국익을 중심으로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각국은 금융위기에 초당적으로 기민하게 대응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우리도 10년 전 외환위기 때 여야가 흔쾌히 힘을 합친 전례가 있다”며 “이번 정기국회의 남은 회기를 ‘비상국회’의 자세로 임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이 대통령은 “모두가 어렵지만 결코 희망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며 “억수같이 장대비가 퍼부어도 구름 위에는 언제나 찬란한 태양이 빛나기 마련”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 고비를 대도약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며 “우리는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제가 가장 무거운 짐을 지고 앞장서겠다”며 “서로 믿고, 자신감을 갖고, 다함께 힘차게 나아가자”고 덧붙였다.
송호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