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경제위기 대안, 케인즈는 아닌데 그럼 누구?

경제위기 대안, 케인즈는 아닌데 그럼 누구?
맑스코뮤날레,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 토론회

유영주 기자 www.yyjoo.net / 2008년10월27일 8시45분

경제위기가 본격 도래한 가운데 ‘정치경제학’ 연구자와 ‘반자본주의’ 활동가들이 ‘위기 진단과 대응’을 토론하며 인식의 공통분모와 편차, 과제 등을 확인했다.

미국 발 경제위기로 보자면 2006년 하반기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촉발된 지 2년, 미 연방준비이사회가 2007년 9월부터 7개월 간 7번에 걸쳐 금리 3.25%를 인하하며 유동성 위기를 막아온 지 1년, 올해 9월 7일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파산이 현실화되고 9월 14일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메릴린치 인수와 15일 리먼브라더스 파산 보호 신청 사건 등 세계 경제위기의 전환점이 된 사건 발발 시점부터도 달 반이 지난 시점. 좌파 연구자와 활동가들의 ‘진단과 대응’ 토론 자리는 시기적으로도 늦은감이 없지 않았다.


▲  24일 맑스코뮤날레가 주관한 ‘세계 경재위기와 신자유주의’ 토론회  

24일 서강대 경영관에서 맑스코뮤날레가 주관하고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 노동자의힘, 사회실천연구소, 연구공간 수유+너머, 진보전략회의가 공동주최한 토론회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와 신자유주의’는 현 경제위기를 바라보는 좌파의 인식과 실천을 가늠하는 자리로 관심을 모았다.

토론회는 정성진 경상대 연구자가 이끄는 가운데, 장시복 경상대 연구자가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와 세계 경제의 위기’를, 곽노완 서울시립대 연구자가 ‘서브프라임 붕괴와 마르크스주의 공황론의 새로운 지평’을, 이한진 사무금융연맹 활동가가 ‘미국의 금융위기와 한국 금융시장의 위기’를 각각 발제했다.

김창근 사회실천연구소 연구자는 이한진 연구자의 발제에, 김태연 노동전선 활동가는 장시복 연구자의 발제에, 홍석만 노동자의힘 활동가는 곽노완 연구자의 발제에 토론을 부쳤다.

케인즈주의는 아니고… 대응 논의 사회주의 과제 원칙 수준의 언급

장시복 연구자는 2006년 하반기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의 발발 이후 위기의 진행과정을 금융시장으로의 전이, 연방준비이사회의 대응과 위기의 심화, 신용위기와 은행위기, 미국 경제의 경기 침체와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 등으로 나누어 살폈다.

장시복 연구자는 “이미 일본과 유럽은 경기 침체 국면에 진입했으며,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미국의 경기 침체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며 “미국 경제의 경기 침체와 세계 경제의 동반 경기 침체는 이미 시작되었고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대응에 대해 장시복 연구자는 “구체적 정책 대안으로 할 이야기는 없다. 사회주의적 대안은 가령 주택 문제가 생기면 분양 안 된 걸 살 테니 달라고 하면 된다. 국가를 통해 자본을 살리는 대응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말하고 “그런 대안은 우리 역량이 후퇴한다 하더라도 만들어낼 수 있다”며 기본관점을 견지할 필요를 강조했다.

곽노완 연구자는 “공황에 대한 경제학적 접근법에 있어 가장 강력한 이론틀은 맑스의 이론틀로, 여러 갈래로 나눠지고 논쟁도 많지만 자본론 3권의 신용 편을 들어 미국 모기지 공황 분석을 시도했다”며 발제문을 소개했다.

대응에 대해 곽노완 연구자는 “기본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각성이 커지고 한계 인식이 높아지겠지만 미국 좌파가 정치적으로 커질지는 모르나 집권은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좌파 진영이 자본주의와의 싸움에서 수세적이거나 어려움을 겪을 텐데, 좀더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반자본주의, 사회주의 대안을 갖고 공세적인 선전전이라도 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이한진 활동가는 ‘신용 창출 및 위험 전가 경로’를 분석하며 글로벌 금융위기를 심화시킨 본질적인 원인을 ‘신자유주의 금융시스템 그 자체’로 결론지었다.

이한진 활동가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본질적 원인은 사유화된 금융기관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무분별하게 진행시켜온 과잉신용과 이를 통한 과잉유동성”이라고 지적하고 “시중의 유동성이 과잉되면 주식이나 부동산 등의 실물자산에 투기적 수요가 물려 가격 급등에 따른 버블을 조성하고, 버블 붕괴 과정에 자산가격의 급락은 금융기관의 부실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고 말했다.

참여정부에 이은 이명박 정부의 금융허브 정책에 대해 이한진 활동가는 “한마디로 영국, 미국과 같은 금융시스템을 만들자는 건데 정부가 물러설 생각을 보이지 않는다”며 “외자든 재벌 돈이든 한국 자본 시장으로 돈을 끌어들여 금융으로 먹고살아보자는, 그래서 공기업 민영화도 투자 대상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응에 대해 이한진 활동가는 ‘사회적 공공재로서의 금융담론’을 들어 “금융과 관련한 투쟁이 거의 없는 상황이나 은행 영역에 대한 우리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금융이 사회공동체를 위해 어떠한 기능을 어떠한 방식으로 수행할 것인지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케인즈주의.신자유주의 다음의 자본전략은 무엇?

이어진 플로어 토론. 먼저 강성윤 노사과연 연구자는 “신자유주의와 케이즈주의를 구분해서 접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강성윤 연구자는 “국독자의 개입의 한계가 70년대 장기불황으로 이어졌고 이후 신자유주의가 득세했다고 하는데, 신자유주의와 케인즈주의의 형식적 대립에서 볼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자본주의 경제에 전면 개입한 것”에 주목했다.

대응에 대해 강성윤 연구자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번 공황이 오래 갈 것이므로 자본주의 자체가 문제라는 우리의 선전선동이 잘 먹히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 말하고, 10년 전 노동운동의 지도부가 노사정 합의 등을 통해 휘둘린 사례를 언급하며 “저들의 공세에 휘둘리지 않아야 하고 국민경제 살리기에 속지말자”고 호소했다.

조정환 자율과평론 연구자는 “좌파와 조선일보의 분석 패러다임에 차이가 없다”며 맑스주의적 해석이 갖는 문제를 지적해 논란이 되었다.

조정환 연구자는 금융 문제에 대해“신용으로 통용되면서 가치있는 것으로 바꾸는 것, 서로 도와가면서 우리의 부를 증대시킬 수 있는데, 은행이라는 신용기관과 신용평가기관이 얹혀 권력체가 되면서 그들이 없었을 때 서로 돕던 생산 관계가 훨씬 위태로운 협력관계로 (바꼈는데) 그걸 은행이 매개하는 게 자본주의”라고 풀이했다.

이에 따라 조정환 연구자는 “규제를 강화하는 것, 안정망을 제공하는 것에 국한하지 말고 거대한 권력의 매개로부터 벗어나 우리의 협력관계를 구조화 시켜내는 것으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자”고 주장했다.

김인식 다함께 활동가는 초기 이데올로기 전투의 필요와 이윤율 저하에 따른 시스템 위기의 분석과 대응을 나누어 말하고, 현 경제위기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개입의 필요를 제기했다.

김인식 활동가는 “정책 교정을 통해 현재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하다면 ‘자본주의’ 그 자체에 대한 위기와 대응을 이야기해야 하는데 지난 10년 동안 좌파들의 후퇴가 있었고, 사회주의를 공공연하게 이야기하지 못해왔던 측면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한 “망한 사회주의, 북한식 사회주의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인식 활동가는 “자본주의가 문제라고 하면 우파들이 엄청난 이데올로기 공세를 퍼부을 텐데 이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진경 수유+너머 연구자는 케인즈주의도 신자유주의도 아닌 자본의 새로운 축적전략에 대한 토론 과제를 제기했다.

이진경 연구자는 “신자유주의가 끝났다고 신문에서도 이야기하는데, 끝났다면 다음은 어찌 될까, 부르주아는 어디로 갈까”를 자문하고 “케인즈주의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은 없고 신자유주의도 막다른 골목”이라고 답하며 현 경제위기를 ‘근본 위기’로 인식했다.

이진경 연구자는 “다만 근본적인 위기가 파국이란 뜻은 아니며, 근본적인 새로운 축적전략의 큰 판을 새로 짜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라고 보고 “어디론가 탈출 할 것 같지만 사실은 이들(부르주아)도 모를 것 같긴 한데, 이들이 선택할 선택지와 폭이 어딘지, 어떤 축적전략인지를 밝히는 것은 노동자계급의 투쟁과 연동되는 것”이라며 토론 과제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