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열람 남발로 개인정보 노출” 반발
금융위, ‘ 건강보험 질병정보 확인 허용안’ 추진
시민사회단체들, 개정안 철회 요구 …공단·복지부도 부정적
김양중 기자
금융위원회가 건강보험 가입자의 질병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시민·사회단체들은 “개인의 질병 정보가 노출되는 등 인권침해가 생길 위험이 크다”며 반발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보건복지가족부도 반대 뜻을 보였다.
금융위는 지난 3일 보험 사기 등의 조사 때 건강공단에 개인의 질병 정보 열람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를 보면, 금융위는 보험 사기가 의심되면 예전에 특정 질병으로 진료받은 적이 있는지를 건강공단에 문의해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개인의 질병 정보 전체를 확인하겠다는 초안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현재는 암 진단을 받았거나 정신과를 방문했다는 등의 정보만으로도 직장 등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건강공단 직원들도 진료비 확인 등 꼭 필요할 때에만 서류 승인을 거쳐 열람하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4일 금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보험 사기가 의심된다고 민간 보험사가 조사를 의뢰하면 금융위가 이를 확인해 줄 수밖에 없어, 결국 개인의 질병 정보 열람이 남발될 것”이라며 법 개정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금융위가 특정 질병으로 진료받은 적이 있는지 확인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도, 거의 대부분의 개인 질병 정보가 노출될 위험이 크다고 이들 단체는 지적한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예컨대 난청으로 진료받은 적이 있는지 묻게 되면, 귀 질환은 물론 난청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신체 질환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나 건강공단도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임종규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개인의 질병 정보 유출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건강공단은 보도자료를 내어 “개인 질병 정보를 외부로 제공하면 개인 사생활의 비밀이 드러날 수 있어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마저 침해할 수 있고, 보험 사기 조사는 수사기관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며 “입법예고안에 대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몇 가지 조건만 지키면 어떤 상품이라도 출시할 수 있게 하는 ‘보험상품의 네거티브 리스트제’에도 비판이 제기된다. 보험상품이 더 복잡해지고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손해 위험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커지므로, 소비자들의 피해가 속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