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보험업법 논란 확산
입력: 2008년 11월 21일 03:50:48
ㆍ글로벌 규제강화 흐름 역행·형평성 등 반발 거세
금융위원회가 지난 3일 입법예고한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보험 관련 규제를 대거 푸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은 대부분의 나라들이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과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2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보험업법 개정안은 △자산운용 규제 완화 △금융감독원의 보험상품 사전 확인 절차 폐지 △보험판매전문회사 제도 설립 △보험회사의 지급결제 기능 허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 보험 규제 완화 논란 = 보험사의 자산운용 규제 완화는 보험업계의 숙원이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소유할 수 있는 부동산 유형을 제한, 자산 규모가 큰 생명보험사들은 투자처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보험상품에 대한 금감원의 사전 확인 절차를 폐지한 것은 은행이나 증권 등 다른 금융기관 상품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조치라는 게 보험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실장은 “이 같은 규제 완화는 보험회사의 파생상품 투자에 대한 규제를 풀어 보험사들의 줄도산 위험을 높일 우려가 있다”며 “정부는 미국 AIG보험사가 왜 파산 지경까지 몰렸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주요 5개 생명보험사들의 지급여력 비율은 160.36%로 2007회계연도 말에 비해 74.13%포인트 급락한 상황이다. 이는 외국 유가증권과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평가손 때문으로 추정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도 이날 성명을 내고 “보험업법 개정 등 금융산업 규제 완화 정책을 전면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보험사들 사이에서도 입장차 = 보험판매 전문회사 설립에 대해서는 보험사들 사이에서도 입장 차가 확연히 갈린다. 판매 조직이 탄탄한 대형 보험사들은 반대하는 반면 신생·소형 보험사들은 찬성하고 있다. 특히 보험소비자에 대한 정보를 장악할 경우 보험판매 전문회사들이 장기적으로는 보험사보다 우위에 설 가능성도 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제조업체보다 대형 유통업체의 힘이 강해지듯 장기적으로 보험산업의 재편을 가져올 수도 있는 제도”라며 “보험판매 전문회사는 금융상품 전반을 판매하는 회사를 설립하기 위한 기초 단계”라고 말했다.
보험회사에 지급결제를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고객들은 보험사에서 은행처럼 통장을 만들어 돈을 찾고 송금이나 공과금 자동이체를 할 수 있게 된다. 보험사들은 은행을 거치지 않고 보험료를 받을 수 있어 연간 1000억원에 이르는 자동이체 수수료를 절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은행들은 “보험사의 위험자산 비중이 커 금융 시스템의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오창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