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가 백악관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오바마 시대 vs 이명박 시대]〈5〉 오바마 시대, 외교 안보 정책은?
“악몽과 희망의 꿈 사이에서 : 오바마의 외교안보정책”
악몽을 꿨다. 부시가 다시 백악관으로 돌아오고, 일방주의, 군사주의, 제국주의로 대표되는 기존의 모든 외교안보정책이 그대로 유지되고, 아니 심지어 진행되고 있는 전쟁을 확대하고 주변국으로 확산시켜 다른 곳에서 새로운 전쟁을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미국 시민들은 지금까지 소수 부유층과 대기업을 위해 전쟁까지 일으켰던 부시와 그 추종자들의 정권을 일단락 짓고 어렵게 살고 있는 일반 시민들을 위한 새로운 정책적 변화와 평화를 바라며 첫 흑인 대통령을 선택하지 않았던가? 태평양 건너의 우리도 부시와 다를 바 없는 맥케인의 패배를 보면서, 그리고 일방주의가 아닌 다자주의로의 변화를 약속한 오바마의 승리를 지켜보면서 미국 시민 대다수와 함께 기뻐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것이 웬 일?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분명 꿈이었다는 사실에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런데 11월 6일 오바마는 램 이매뉴얼을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임명하였다고 발표했다. 램 이매뉴얼은 미국 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의 재정적 지원을 받으며 민주당에서 승승장구한 정치인이다. AIPAC는 팔레스타인의 소멸을 주장하는 친이스라엘 로비단체이다. 램 이매뉴얼은 부시의 이라크침공을 지지했으며 1991년 걸프전쟁 당시에는 이스라엘 방위군에 자원한 바 있던 인물이다. 그의 아버지가 팔레스타인 영토에 유태인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영국인과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폭력을 자행했던 유태인 테러집단인 이르군(Irgun)의 멤버였다는 사실은 놀랄 것도 못된다. 오바마의 램 이메뉴엘의 비서실장 임명 소식을 들은 반전평화운동가라면 거의 반사적으로 ‘무언가 잘못된 것’이겠지 라는 생각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11월 16일 타임지는 부시가 약속한 스타워스 미사일방위체제 구축을 위해 정해진 연 100억달러의 예산지출이 중단 없이 지불될 것 같다고 보도하였다. 오바마가 안보에 도움이 될 것인지도 불확실 할 뿐만 아니라 실제 작동가능한지조차 불확실한 이 사업에 계속해서 돈을 퍼붓기로 했다는 이야기이다. 하긴, 이미 대선 캠페인시절부터 오바마는 이란과 북한과 같은 나라들이 핵무기를 소유하고 있고, 이를 사용하여 공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미사일방위체제를 지지한다고 입장을 밝혔던 바도 있다.
여기에 11월 17일에는 전 CIA 국장 조지 테넷 밑에서 일했던 존 브레넌(John Brennan)과 재이미 미식(Jami Miscik)이 오바마 정권인수팀 내에서 정보 분야를 책임 맡게 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물고문 용인, 이라크 대량살상무기 허위 보고에 결정적 역할을 한 전 CIA 국장 테넷은 논외로 제쳐두더라도, 존 브레넌은 당시 부사무국장을 역임했으며 영장 없는 도청과 특별송환을 지지했던 인물이다. 심지어 미식은 이라크전쟁 책동의 일등공신인 대량살상무기 허위정보 작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지 않은가? 이들이 오바마 정권인수팀의 정보분야를 책임지고 있다니. 우째 이런 일이? 이쯤 되면 나의 얼굴을 꼬집어 내가 아직도 악몽을 꾸고 있지 않나 확인해 볼만하지 않은가? 아팠다. 꿈이 아니다.
계속해서 발표되고 있는 오바마의 외교안보정책을 책임질 인사들은 클린턴 행정부 팀원들의 회동 그 자체이다. 혹자는 그래도 부시와 체니 팀보다는 낫지 않겠는가고 말 할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오십보 백보’다. 오늘의 부시와 체니가 있게 만든 터를 마련해준 사람이 클린턴아니던가. 클린턴정부는 취임하자마자 아버지 부시 대통령을 암살하려고 했다는 혐의만으로 이라크를 폭격한 바 있으며, 수백만 명의 이라크인들을 죽음으로 몬 무자비한 경제재제를 주도하고 실행한 정부다. 또 유고슬라비아는 노암 촘스키가 말한 새로운 군사주의적 휴머니즘의 이름하에 바로 클린턴 행정부에 의해 폭격당하고 분쇄되었다.
조금만 더 기억해보자. 그때 수단과 아프카니스탄도 공격을 당했다. 마약과의 전쟁이란 이름으로 중앙과 남아메리카에서 군사주의화가 가속화되었고 핼리버튼 같은 군수업체에게 어마어마한 금액이 넘겨지면서 미국군의 사유화가 진행된 것도 아뿔싸, 그 시절이지 않았는가. 그 와중에 짬짬이 터키와 인도네시아로 무기를 수출하여 쿠르드족과 동티모르 학살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러한 잘 알려진 사실들조차 클린턴의 매파적 외교안보정책의 전력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런데 적어도 외교안보정책과 관련해서 오바마는 이같은 ‘클린턴 독트린’을 계승하고자 하는 듯이 보이는 것이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전 클린턴 행정부 인사들과 부시 행정부 인사들을 섞어 ‘팀 오브 라이벌’이라는 이름아래 ‘환상’의 조합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 하나의 실례로 오바마는 이미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그리고 이란의 국가의 군대조직인 ‘혁명방위군’을 테러리스트 조직이라 부르고 있다. 또한 미국의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해 파키스탄 내에서는 미국의 일방주의적 힘을 사용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더 나아가 블랙워터와 다른 용병기업들의 활동을 금지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고 있다.
더욱이 나 하나의 악몽으로 끝나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이와 같은 오바마의 행보는 즉흥적이거나 그 혼자의 생각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외교안보정책은 언론들이 ‘냉정하고 침착하다’고 평가한 그의 외교정책팀과의 긴밀한 논의 속에서 조심스럽게 만들어지는 정책이기 때문에 더욱 두려운 것이다.
블랙워터의 진실을 폭로한 책의 저자이며 저명한 저널리스트인 저메이 스카힐(Jermey Scahill)은 오바마가 전쟁에 반대한 상원의원 23명과 하원의원 133명 등 수많은 자원들을 자신과 함께 할 정책팀원으로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전쟁에 반대했던 군이나 정보 관계자들이나, 정의를 근거로 한 외교정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 유능한 국가안보 전문가들도 전혀 그의 외교정책 담당자로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오바마가 고려하고 있는 사람들은 시온주의자 아니면 친이스라엘파이고 네오콘들의 미국의 신세기 프로젝트(PNAC)에 참여한 바 있으며 전쟁을 지지했던 클린턴과 부시 행정부의 고위급 인사들이다. 심지어 최근에 불거져 나온 금융투자회사와 공공금융기관의 재정 스탠들과 연루되어 있는 인사들마저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런 사실들 때문에 이명박은 오바마의 자신과 닮았다고 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어쨌든 오바마는 미국에서 당선된 첫 흑인 대통령이 아니냐고 말 할 수도 있겠다. 그 사실 자체로 이미 미국 민주주의의 발전이라는 역사적인 업적을 남겼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이런 점을 인정하지 않고 오바마를 비판하는 것은 진부하다고 한다.
하지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히 할 것은, 오바마가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것이 아니라 미국 시민들이 전쟁과 이윤을 사람들의 생명보다 우선시하는 신자유주의의 상징인 부시와 맥케인을 패배시킴으로써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미국 반전운동과 반신자유주의 운동 진영 내에서는 오바마에 대한 비판의 글이 제시되고 있다. 이는 변화를 위하여 처음으로 투표자 등록을 하고, 선거자금 모금에 참여하고, 투표장에 나서 오바마에 (투)표를 던진 사람들이 진정으로 바라던 바가 무엇이었는지를 보여준다. 변화와개혁의 열망으로 오바마에게 표를 보낸 사람들의 요구는 지긋지긋한 전쟁을 당장 그만두고, 미국의 일방주의적이고 군사주의적이며 반인권적인 외교안보정책을 중단하라는 것이었다.
질문을 바꾸어보자. 오바마와 이명박 시대에 살고 있는 미국시민들과 한국의 시민들은 얼마나 다르고 얼마나 닮았을까?
나는 다시 꿈을 꾸기 시작한다. 이 꿈에서는 이명박과 오바마가 닮은 것으로 등장한다. 이명박에 대해 한국의 시민들이 느꼈던 것과 같이, 미국의 일반 시민들은 오바마의 정권인수팀의 구성을 보고 자신들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고, 다른 비전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오바마의 지지율이 떨어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오바마는 이명박이 쇠고기 수입을 강행하여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여 거리로 나와 촛불운동을 펼치게 한 것처럼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일반시민을 분노하게 하는 일을 초래한다.
이 때 전쟁에 반대하고 정의와 평화를 위하는 전 세계 사람들이 2003년 2월 15일처럼 거리로 다시한번 모여든다. 워싱턴과 뉴욕에서, 캐나다에서, 이라크와 서울에서, 나이로비와 유럽에서 촛불이 점점 커지며 사람들의 저항의 함성도 점점 커진다. 현재 오바마의 외교안보정책팀에서 벌어지는 악몽과 같은 일들을 바라보면서 내가 가질 수 있는 희망의 꿈은 이렇다.
(박준규, 건강과 대안 연구위원, 인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