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파업 돌입 MBC 등 방송 차질 가시화

파업 돌입 MBC 등 방송 차질 가시화
기사입력 2008-12-26 10:19 |최종수정2008-12-26 10:24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총파업 선언에 따라 MBC, SBS 노조 등이 26일 오전 6시부터 파업에 돌입, 일부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교체되는 등 방송 차질이 나타나고 있다.

파업 첫 날인 이날 MBC의 노조원 2천200여 명 중 상당수가 업무 현장을 떠나 파업에 참여했다. 하지만 회사 측이 대체 제작 인력을 투입하며 비상 대책을 마련한데다 미리 제작한 프로그램도 있어 시청자들이 체감할만한 큰 차질은 빚어지지 않았다.

SBS의 경우 방송 제작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인력만 파업에 참여해 방송 자체에는 큰 영향이 없는 상황이다.

MBC의 노조원 대부분은 이날 오전 출근해 파업 참여 대책 등을 논의한 후 오전 10시 여의도 MBC방송센터에서 출정식을 가졌으며, MBC 계열사의 노조원 700여 명도 상경해 파업에 가세할 계획이다. MBC의 파업은 1999년 통합방송법 제정을 앞두고 벌인 KBS와의 연대 파업 후 9년 만에 처음이다.

창사 후 처음으로 파업을 벌이는 SBS 노조도 오전 9시30분 목동 본사에서 출정식을 열었다.

SBS 노조는 “방송 제작 관련 직원의 90% 이상이 노조원이라 이들이 모두 빠지면 방송이 나갈 수 없게 된다”며 “방송을 위한 최소의 인원은 제외한 상태에서 파업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전했다.

파업에도 불구하고 각 방송사의 프로그램은 대부분 정상에 가깝게 전파를 탔다. 다만 일부 생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아나운서와 기자 등 노조원 진행자가 대체 인력으로 교체됐다.

이날 오전 6시부터 방송된 ‘MBC 뉴스투데이’에서는 노조원인 박상권 기자와 이정민 아나운서 대신 비노조원인 김상운 기자, 김수정 아나운서가 투입돼 뉴스를 진행했다.

오후에 방송되는 주요 프로그램에서도 노조원 진행자가 빠지면서 대체 인력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MBC 뉴스데스크’는 아나운서국 소속의 노조원인 박혜진 앵커가 빠지며, ‘MBC 뉴스 24′의 김주하 앵커도 마이크를 놓는다. 손정은, 문지애 등 다른 아나운서들과 기자 등 노조원 진행자들도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와 TV 프로그램에서 빠진다.

진행자뿐 아니라 각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PD와 기술직 인력도 간부급으로 대체됐다. MBC는 서울 본사의 경우 1천600여 명의 직원 가운데 500여 명이 비노조원이다.

SBS는 방송 인력이 직접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방송현장에서 상징적인 파업을 벌였다. 오전 6시부터 방송한 ‘출발! 모닝와이드’의 진행자인 김석재, 최혜림 앵커 등 프로그램 진행자들은 검은색 옷을 입고 방송을 했으며, 기자들은 뉴스를 리포팅할 때 얼굴을 노출시키지 않는 형태로 파업에 간접 참여했다.

EBS와 CBS 노조도 파업 동참을 선언했지만 방송에는 이렇다할 차질이 빚어지지 않았다.

KBS 노조는 언론노조를 탈퇴한 상태라 파업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나 내년 1월 출범하는 새 노조와 사원행동 측은 언론 관계법 개정과 관련해 ‘방송 악법 저지 특별위원회’(가칭)를 구성하기로 했다.

파업 첫날은 이처럼 큰 문제 없이 방송이 나가고 있지만 파업이 길어지면 MBC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선 예능 프로그램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MBC ‘무한도전’, ‘일요일 일요일 밤에’, ‘황금어장’ 등 주요 인기 프로그램의 경우 1~2주 분량의 녹화분은 있지만 더 길어지면 결방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사교양과 라디오 프로그램도 당장은 큰 문제가 없지만 파업이 길어지면 제작 차질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연말을 맞아 각 방송사가 준비하고 있는 시상식 프로그램 제작에도 불똥이 튈 것으로 전망된다.

드라마는 외주제작 프로그램이 많아 직접적인 피해는 입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MBC ‘종합병원2′와 ‘에덴의 동쪽’는 카메라맨과 조연출 등이 빠진 가운데 메인 PD는 그대로 남아 촬영을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역시 파업이 길어지면 제작 차질이 우려된다.

MBC 시사교양국의 한 간부는 “연말이라 당분간은 송년 특집 등 하이라이트성 아이템을 내보내면서 버틸 수 있다”며 “다만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미리 제작하는 경우가 많아서 파업이 끝난 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MBC 편성국 측은 “이번 주는 편성의 틀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파업이 다음 주로 넘어가게 되면 뉴스 프로그램의 방송 시간을 줄이고, 기존 프로그램 시간대에는 재방송을 편성하는 경우도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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