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치신문 에이즈치료제 푸제온 강제실시 청구

치료제 ‘공급 안 돼’ 죽어가는 에이즈 환자  
에이즈치료제 푸제온 강세실시 청구, ‘4년째 공급거부’ 특허로 배짱?

2008년 12월 24일 (수)  조혜원 기자  blue@gunchinews.com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로 에이즈를 일으키는 원인 병원체로 인체 내에 들어오면 면역을 담당하는 세로를 찾아내어 면역세포 내에서 증식을 하면서 면역세포를 파괴시킨다.

에이즈는 HIV에 감염되어 나타나는 진행성 증후군으로 단순한 감염증에도 면역체계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않아 치명적인 감염증이나 암을 일으키게 된다.

하지만 기존 약에 항체를 가진 에이즈 환자를 위한 ‘푸제온’이란 약물이 발매됐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에이즈 환자에게 질병의 진전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특허품으로 인정받는 약물이다.

지난 2004년 한국에서 ‘푸제온’은 시판허가를 얻었지만, 이를 개발한 스위스계 초국적 제약회사 ‘로슈’는 푸제온에 대한 독점적인 영업권을 가지고 ‘가격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급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

    
  
    
  

푸제온은 기존 항레트로바이서르 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에이즈 환자들의 치료에 반드시 필요한 약이지만, 2004년 특허 이후부터 현재까지 엄청난 가격을 부르며 공급을 하지 않고 있다.

로슈가 요구한 푸제온의 가격은 3만 천원. 국내에서 쓰이던 기존 치료제의 3.2배에서 5.2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매일 약을 먹어야하는 에이즈 환자들에게는 연간 2200만 원대의 약값으로 감당할 수 없는 가격이다.

HIV/AIDS 감염 인권 나누리+ 윤가브리엘 대표는 “00년도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해 04년도가 되니 10가지 약에 내성이 생겨버렸다. 그러던 중 그 해에 푸제온이 시판됐다. 하지만 공급을 하지 않아 다양한 후유증을 앓게 됐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이로 인해 신경계 쪽에 문제가 발생해 다리마비도 왔었고, 현재 한쪽 눈은 실명이 된 상황”이라며 “면역력에 약한 에이즈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약을 엄청난 가격을 가지고 운운하면서 제공하지 않는 것은 살인과 다를 바가 없다”고 호소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하루빨리 공급을 받지 못하면 생명의 위협과 직결된 에이즈 환자들은 죽음과 싸워야 하는 현실.

이와 관련해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한국 HIV/AIDS감염인연대, 정보공유연대 IPLeft 등은 23일 특허청 서울사무소 앞에서 가지회견을 갖고 정부에 푸제온 특허 강제실시 신청서를 접수했다.

    
  

▲ 지난 23일 특허청 서울사무소에 에이즈 치료제 푸제온 ‘강제실시청구’를 등록하고 있는 모습.  
  

특별법 제 107조에 규정된 강제실시권은 ‘특허발명의 실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특히 필요한 경우’ 신청할 수 있으며, 막강한 자본으로 환자와 국가를 통제하고 억압하는 제약회사에 대한 유일한 방법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서도 환자의 의약품 접근권을 보장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정되고 있다.

강제실시간 특허권자 외의 제3자에게 특허권의 사용을 허락하는 제도로, 의약품의 경우 특허 의약품의 복제약을 제3자가 국내에서 생산 및 판매할 수 있게 하는 조치이다.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정보공유연대 IPLIFE 홍지 임원은 “특허가 부여하는 수단으로서의 독점이 오남용 될 때 강제실시는 이에 대한 효과적인 제재조치”라며 “약값은 협상을 통해 내리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만들도록 해서 저절로 내려가게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단체들은 “더 이상 환자들이 죽어가는 것을 외면할 수 없고, 외면해서도 안 된다”며 “특허권이 생명권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전 세계에 천명하는 의미를 지닐 수 있게 강제실시를 통해 당연한 진실을 지켜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문 전문>————————–
생명권을 넘어선 특허권은 존재할 수 없다!
  
초국적 제약회사 로슈는 지난 2004년 에이즈 치료제 푸제온의 시판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4년이 지난 바로 오늘까지 푸제온은 한국 에이즈 환자들에게는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약이다. 연간 2200만원을 주지 않으면 절대로 약을 공급하지 않겠다는 로슈의 강력한 ‘의지’ 때문이다. 푸제온 특허에 대한 로슈의 독점적 권한은 로슈의 이러한 ‘살인적 의지’가 한국에서 관철될 수 있도록 보장해 주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로슈가 푸제온을 공급할 수 있도록 유형, 무형의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러나 제약회사의 살인적 의지 앞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허권이 곧 독점권, 합법적 살인권이 되어 있는 현재 시스템 내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실상 강제실시 뿐이고,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세계무역기구(WTO)에서도 환자의 의약품 접근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인 강제실시를 아주 중요한 부분으로 인정하고 있다.

WTO TRIPS 협정에 의하면 각 국가는 ‘공중의 건강과 영양을 보호하고 사회경제적 및 기술적 발전에 극히 중요한 분야에서 공공의 이익을 촉진하기’ 위하여 강제실시를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한국 특허법 106조와 107조는 강제실시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허법 제 106조는 특허발명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시에 있어서’ 그리고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비상업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정부가 특허발명을 실시하거나 제3자에게 실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허법 제 107조는 ‘특허발명의 실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특히 필요한 경우’에는 강제실시권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정부는 ‘통상마찰이 우려’된다며 강제실시를 허여하는데 있어 극히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 왔다. 지난 2002년 글리벡 강제실시 청구를 기각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발표된 WTO의 ‘TRIPS 협정과 공중의 건강에 대한 각료선언문’에는 (1) 회원국이 공중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TRIPS 협정이 ‘방해하지 않으며 방해할 수 없다’는 점과, (2) 공중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특히 의약품에 대한 접근권을 높이기 위한 WTO 회원국의 권리를 지지하는 방식으로 협정이 해석되고 이행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정부가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서 강제실시를 발동함에 있어서 그 어떤 WTO 회원국도 이를 ‘방해할 수’ 없다는 국제적 선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회피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 방기일 뿐이다.

강제실시는 지적재산권, 특허권을 일순간에 무너뜨리는 ‘파렴치한’ 제도가 아니다. 특허 제도를 기반으로 구축된 지적재산권 제도는 단순히 특허권자의 사익을 보상해 주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기술의 공개와 발전을 통한 공공의 이익 향상을 위한다는 목적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따라서 강제실시는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서 오히려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는 특허권에 대한 정당한 규제 방안일 뿐이다.

초국적 제약회사가 독점권을 무기로 요구하는 천문학적인 약가는 이미 환자 개인을 위협하는 수준을 넘어 국가 재정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의회예산처는 현재 의료비 증가 속도라면 2025년에는 의료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였으며 미 보건복지부는 의료비가 현재와 같이 증가를 계속할 경우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우스워 보일 수준의 엄청난 국가적 재정 위기가 올 것이라고 공언하였다. 의료비 증가의 가장 주된 원인은 신약과 신의료기기에 대해 제약사들이 책정하는 엄청난 가격 때문이고, 한국도 여기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이미 복지부는 의료비 중 약제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30%에 육박함에 따라 2006년부터 약제비적정화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약제비적정화방안은 신약 약가를 책정하는데 있어서 제약회사와 건강보험공단간의 약가 협상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독점적 생산지위를 보장받은 제약회사가 공급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에 약가 협상은 단지 ‘제약회사가 공급을 거부하지 않을 수준’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제약사가 원하는 가격을 들어주거나’ 혹은 ‘환자들이 죽어가도 외면하는 것’ 둘 중 하나일 뿐이고, 현재 푸제온 문제에 대해 정부가 취하고 있는 입장은 바로 두 번째이다.

더 이상 환자들이 죽어가는 것을 외면할 수 없고, 외면해서도 안된다. 특허권은 생명권을 넘어설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한국HIV/AIDS 감염인연대 KANOS와 정보공유연대IPLeft 명의로 푸제온 강제실시를 청구한다. 푸제온 강제실시는 더 이상 한국에서 특허권이 생명권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전 세계에 천명하는 의미를 지닐 것이다. 정부는 푸제온 강제실시를 통해 이 당연한 진실을 지켜내야 한다.

2008년 12월 23일

한국HIV/AIDS감염인연대‘KANOS’,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공공의약센터,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인권운동사랑방),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공공의약센터,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사회진보연대,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이윤보다인간을, 인권교육센터 들, 인권인권운동사랑방, 정보공유연대IPLeft, 진보네트워크센터, 진보신당연대회의, 진보전략회의,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